연극 '한국인의 초상' 중 배우 정재진의 대사

   
 

[문화뉴스] "비가 와도, 안 와도 '나무다' 생각하고 살아."

한국인을 적나라하게 그리는 연극이 나타났다. 연극 '한국인의 초상'은 현재 한국인의 모습을 관찰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들이 한국인의 초상화를 그리기로 작정한 방법은 뭉뚱그려 단 하나의 비유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들이 겪고 있는 문제 여러 가지를 산발적으로 그리는 방식이었다.

해고당한 가장, 아이를 더 이상 키울 수 없어 버리는 부모, 청소년들에게 뭇매 맞는 중년 남성, 불륜을 저지르는 남편을 둔 중년 여성, 연예인을 꿈꾸는 중학생 소녀의 임신, 도박에 빠져 재산을 탕진하는 폐인 아들, 폐지를 줍는 할아버지, 여성을 성적 욕망의 분출 수단으로 삼는 남성, 출퇴근길 비좁은 버스, 스마트폰만 보며 걷는 사람들, 너도 나도 성형하는 여성들, 애지중지 키운 자식의 취업 실패 등.

 

   
 

극이 끝나갈 무렵, 배우 정재진은 외친다. 비가 오든 오지 않든 자신을 '나무'라 여기며 살라고 말이다. 태풍이 와도 '짱짱하게' 살며, 스스로 '잘한다', '예쁘다'라 외치며 살아가라고 말이다. 언제 어디에 있든 '나무'라는 존재는 그 자리에 꼿꼿이 서서 계절의 흐름을 온몸으로 맞아낸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수십 가지의 한국인의 초상을 바라보며, 스스로가 처해 있는 시공간을 연민과 분노, 슬픔으로 물들였을 관객들에게, 마지막으로 배우와 연출가, 그리고 제작에 참여한 모든 스탭들이 남기고 싶은 메시지는 그것이었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울며 분노할 지라도 제자리에 꿋꿋이 서서 환경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어내자고 말이다.

연극 프로그램북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다. "우리에겐 긍정의 기운이 있고 이 연극이 아름다울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라며 "12명 배우들의 자아가 무대 위 뿌리를 내린 나무가 되어 울창할 것을 믿으며 매일 둥그렇게 모여 외친다. 한국인의 초상, 잘 그리고 있습니다!"라고 말이다. 관객들에게 외치는 '나무'도 그런 긍정의 기운을 가져다준다. 비관적이게 보이는 한국 사회에서일지라도 꼿꼿하게 살아내며 온전한 자신의 자아를 견고하게 자리 잡아 가자고 말이다.

  * 연극 정보

   - 연극 제목 : 한국인의 초상

   - 공연날짜 : 2016. 3. 12 ~ 28.

   - 공연장소 : 국립극단 소극장 판

   - 작, 연출 : 공동창작, 고선웅

   - 출연배우 : 정재진, 원영애, 전수환, 김정은, 김정환, 이동준, 이기돈, 황순미, 김선아, 전경수, 백석광, 안병찬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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