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1월 4, 90', 1990, 캔버스에 아크릴릭, 150x150cm ⓒ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소장

[문화뉴스 MHN 오지현 인턴기자]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이 '이성자: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전을 개최한다. 

3월 22일부터 7월 29일까지 과천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재불 서양화가 이성자(1918~2009)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고 '신여성 도착하다'전을 시작으로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조명 받아온 한국 여성미술가들을 연구하고 조망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성자 작가의 작품제목에서 차용한 이번 전시명은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은 이성자의 행적과 작품세계의 개념을 아우른다. 이 작가에게 프랑스와 한국은 지구 반대편에 위치하는 극지로서 서로 대립되는 요소이자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작용한다.

이성자는 1951년에 도불하여 프랑스에서 회화의 기초를 배우면서 작가의 길을 걸었다. 

파리 아카데미 그랑드 쇼미에르 (Académie de la Grande Chaumière)에서 회화의 기초를 배웠고 주변 여행을 통해 경험과 안목을 높이면서 작품세계를 확장해 갔다. 

개인전 80여회, 그룹전 300회 이상을 개최했고 파리에서는 주로 유화를, 프랑스 남부 투레트의 작업실‘은하수’에서는 판화를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도자를 다루는 등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으로 60여년을 작업했다.

1950년대 도불한 작가 중 유일하게 미술전공을 하지 않고 프랑스에 건너간 이성자는 기법과 표현에서는 철저하게 프랑스 화단의 영향 아래 있었다. 그러나 타국이었기에 작가가 택한 소재와 주제는 오히려 더 한국적이었고, 주로 어린 시절 개인의 경험과 기억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동양과 서양', '정신과 물질', '자연과 인공', '자연과 기계' 등 대립적인 요소들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자 했으며, 이것은 곧 60여 년간 작품세계의 주요개념이자 철학으로 자리했다. 특히 이성자는 작품에 철학이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작가는 당시 프랑스 화단의 모더니즘을 그대로 수용하는 대신에 철저하게 자신의 주관과 의지로 작품 양식과 소재를 선택하여 자신의 심경과 철학을 화폭에 담았다.

▲ '투레트의 밤 8월 2, 79', 1979, 캔버스에 아크릴릭, 150x150cm ⓒ 개인소장

이번 전시는 작가의 시기별 대표작을 네 개의 주제로 나누어 구성했고, 회화뿐만 아니라 판화와 병행하여 작품세계 변화의 궤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초기 1950년대 '조형탐색기', 1960년대 '여성과 대지', 1970년대 '음과 양', 1980년대부터 작고할 때까지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로 크게 구분헀다. 

특히 1988년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 이후 작고할 때까지 제작한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시리즈와 '우주' 시리즈를 새롭게 선보인다. 

이와 함께 작가가 "내 인생의 완성을 시도한 작품"이라고 표현한 투레트의 아틀리에 '은하수'를 본뜬 아카이브 공간에서 작가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한편,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총 127점의 작품들은 변화와 실험을 거듭한 이성자 작가의 작품세계와 작가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며 "이 전시를 통해 국제적인 흐름과 입체적인 시각에서 한국미술사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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