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극과 막간극 교차, 원형무대 활용 등 실험적 연출 눈길

   
 
[문화뉴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에서 2014년 시즌 네 번째 프로그램 '즐거운 복희'를 '극단 백수광부'와 공동제작으로 8월 26일부터 9월 21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무대에 올린다. 
 
'즐거운 복희'는 어느 한적한 호숫가 펜션 마을을 배경으로 평범한 인간들의 욕망과 이기심이 빚어낸 비극을 통해 선과 악, 진실과 허구의 모호한 경계를 묻고 나아가 이 경계에서 살아가는 인간 존재와 주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묵직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영원한 동시대적 알레고리의 작가' 이강백과 견고하고 단단한 해석을 보여주는 연출가 이성열의 두 번째 합작품이다. 둘은 이전에도 '봄날'을 2009년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Best 3'에 올려 알찬 궁합을 선보인 바 있다. 
 
'즐거운 복희'는 지난 40여 년 동안 '파수꾼', '결혼', '북어대가리' 등 수많은 희곡으로 한국 연극계에 굵직한 족적을 새겨온 이강백 작가 스스로가 '제2의 데뷔작'이라 부를 정도로 애정과 노력을 담은 작품으로 알려졌다. 서울예술대학 극작과를 정년퇴직한 후 본격 극작 생활을 다시 여는 이 작품은 2007년 국립극단에서 올린 '황색여관'에서 파생된 주제 아래 4년 동안 7번의 수정을 거쳐 태어난 산고의 결실이라고 한다. 
 
연출을 맡은 극단 백수광부의 대표 이성열 연출가는 '굿모닝 체홉', '그린벤치', '디너' 등 작품마다 집요하고 섬세한 연출로 특유의 해석을 보여주는 연출가로 정평이 나 있다. 출연자의 면면도 화려한데, 이인철(화가 역), 이호성(백작 역), 강일(박이도 역), 유병훈(김봉민 역), 박완규(남진구 역), 박혁민(조영욱 역), 전수지(유복희 역) 등 개성파 배우들이 총출연하여 탄탄한 앙상블을 기대하게 한다. 
 
이야기가 넘쳐나는 시대, 조그마한 물건에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하고 사소한 이야기가 상품화되는 시대다. 주인공 복희는 사람들의 욕망이 만들어낸 이야기 속에 갇혀 사는 여인이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호숫가 펜션 타운. 대한제국의 백작 작위를 이어받았다는 백작, 펜션에서 사망한 장군의 초상화를 그린 화가, 자서전 대필가, 레스토랑 운영자, 전직 수학교사, 건달 등 서로 다른 캐릭터의 인물들이 호숫가 펜션을 분양받아 모여 있다. 장군이 죽은 뒤, 장군의 딸 복희는 나머지 여섯 펜션 주인들의 '애도 마케팅'에 따라 날마다 눈물지으며 아버지의 묘소를 참배하는 '슬픈 복희'의 삶을 강요당한다. 이 펜션을 통해 돈을 벌고자 하는 이들은 공통된 목적으로 서로 제각각 다르면서도 하나가 된다. 연극은 '진짜 복희'와 타인이 만들어 낸 '복희 이야기' 사이에서 실재와 허구, 선과 악의 경계와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즐거운 복희'는 본극과 몇 개의 막간극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극'에서는 호숫가 펜션 주인들이 세속적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복희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에 반해 막간극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복희의 독백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극중 인물들과 단 한 번도 같이 등장하는 일 없이, 오로지 막간극으로만 등장하는 복희의 존재는 이 이야기의 해석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연극적 장치라 할 수 있다. 
 
'호수'는 극중 가장 중요한 배경이자 모티브이다. 이강백 작가는 작품을 쓸 때부터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의 원형무대가 아니면 안 된다며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호수를 바라보는 듯한 깊이가 있다. 이 작품에서 호수는 내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호수나 잠겨있는 물 이미지는 다른 일반적인 극장들의 프로시니엄 무대에서는 구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드라마센터를 위한 연극'이라 할 정도로 집필 당시부터 원형무대를 염두에 두고 인물의 동선을 짜고 장면을 구성한 만큼, 드라마센터의 공간성과 무대적 특성이 그 어느 작품보다 또렷하게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즐거운 복희'는 남산예술센터, 인터파크, 대학로티켓닷컴 예매사이트를 통해 예매 가능하며, 전석 2만5천원이며 청소년 및 대학생은 1만8천원이다. 관련 문의는 남산예술센터(전화 02)758-2150)로 하면 된다. 
 
문화뉴스 편집국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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