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촬영한 생애 마지막 멜로 영화. 2003년 만우절 '사망'

▲ 15년 전 4월 1일, 故 장국영의 사망 소식이 전달되어 올 때만 해도 세계 최대의 만우절 뉴스로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사진=씨네프 제공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4월 1일은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듯한 거짓말로 남을 속이기도 하고 헛걸음을 시키기도 하는 날, 이른바 만우절(April Fool's Day)이다. 서양에서 유래한 풍습으로, 4월 첫 날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사람을 '4월의 바보(April fool)' 또는 '푸아송 다브릴(Poisson d'avril)'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래서 진실로 보도되는 4월 1일자 뉴스도 '거짓말 아닌가?'라고 되물어 보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보통 가벼운 농담으로 끝나기 때문에, 속이는 사람이나 속는 사람 모두 웃어 넘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날 거짓말로 믿고 싶은 뉴스를 전달하여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월드 스타도 있었다. 故 장국영(張國榮, Leslie Cheung)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15년 전 오늘, 장국영은 자신이 머물던 호텔 24층 객실에서 몸을 던져 숨을 거두고 말았다. 4월 첫째 날 대서특필된 이 뉴스가 최초 보도될 때만 해도 '역대 최고의 만우절 뉴스'정도로 치부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정말로 거짓말로 믿고 싶었던 이 보도 내용은 사실이었고, 그 충격은 고스란히 국내에도 전달됐다. 유독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아 각종 CF와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경험이 있었기에 팬들의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당시 홍콩에는 강력한 전염병 사스(SARS)가 한창 유행이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4월 5일 진행된 추도식에는 수많은 인파가 찾아와 그를 추모했다. 이에 4월 1일만 다가오면 각종 채널에서 장국영을 기억하기 위한 특집 프로그램이 편성되고는 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 케이블 여성 영화 채널 씨네프(CineF)에서는 1일 저녁 10시부터 고(故)장국영의 대표작 영화 '금옥만당'과 '해피투게더', 두 편을 연속 방영하기로 했다.

거짓말보다 더 거짓말 같은 만남,
장국영 생애 마지막 로맨스, 성월동화(星月童話)를 추억하다

금옥만당이나 해피투게더 모두 장국영의 대표작임에는 틀림없다. 극중 요리사 역할로 등장하여 진귀한 요리를 많이 등장시키는 금옥만당, 1997년 칸 영화제 감독상에 빛나는 해피투게더 모두 장국영 특유의 개성 있는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출시 당시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장국영이 주연을 맡은 영화 중 만우절에 가장 알맞은 영화를 꼽는다면 다름 아닌 성월동화(星月童話)일 것이다. 장국영 최후의 멜로물이기도 한 이 영화는 출시와 함께 국내/외에서 상당한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특히, 일본 최고의 인기 여배우 토키와 타카코(46)가 성월동화의 여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우수에 찬 눈빛을 보여주기도 했다.

극중 히토미(타카코 토키와)는 홍콩에 위치한 호텔에서 근무하는 타츠야(장국영)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었지만, 그녀를 태운 타츠야의 차량이 큰 교통사고를 당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게 된다. 이 사고로 히토미 혼자 살아남고, 타츠야는 세상을 떠나고 만다. 사고가 발생한 후 타츠야와 살기로 했던 홍콩을 혼자 방문한 히토미는 그가 일했던 호텔 로비에서 타츠야를 똑같이 닮은 남자를 보게 된다. 그는 히토미와 시선이 마주치자 그녀를 세게 끌어안으며 키스를 해온다. 남자의 이름은 가보(장국영. 1인 2역). 죽은 줄 알았던 약혼자를 그대로 만난 것 같은, 말 그대로 거짓말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 성월동화는 거짓말 같은 로맨스를 그려 내면서 긴 여운을 남기는 영화로 당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진=성월동화 스틸컷

그러나 가보는 홍콩의 비밀경찰이었으며, 그 호텔에서 타이완의 마피아와 접촉하다가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히토미를 끌어안았던 것이었다. 그러한 사정을 알지 못하는 히토미는 죽은 연인과 닮은 그를 필사적으로 찾는다. 겨우 가보와 재회한 히토미는 그의 아파트까지 함께 가지만, 타츠야와 다른 가보의 거친 모습에 당황하고 만다. 다음날 가보는 경찰과 마약조직의 충돌로 부상을 입은 채 히토미의 아파트에 찾아가 쓰러진다. 정신을 차린 그의 눈앞에는 자신과 너무나 닮은 남자의 사진이 있다. 가보는 6년 전 죽은 자신의 연인을 떠올리며 히토미의 상처를 어렴풋이 이해하게 된다.

어느 날 히토미는 단 하루만 타츠야가 되어 달라고 그에게 부탁한다. 영화관, 레스토랑 등 타츠야와 약속했던 장소들을 함께 다니며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지게 된다. 서로의 상처를 깊이 이해하고, 서로에게 새로운 사랑의 대상이 되는 듯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는 마지막 장면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긴 여운을 느끼게 해 준다. 거짓말처럼 다가 온 사랑이 거짓말 같은 전개 끝에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는 점에서 흥행 이상의 무엇인가를 남긴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때까지만 해도 성월동화가 장국영 최후의 로맨스가 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2003년 당시 불과 47세였던 장국영은 아직 더 이뤄야 할 것이 많았던 만인의 연인이었다. 그렇기에 사후에도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살아 있었다면, 61세의 연륜 있는 배우로서 여전히 많은 팬들의 심금을 두드렸을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여전히, 그의 사망 소식이 만우절 최대의 거짓말 뉴스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포근함이 본격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하는 4월, 15년 전 만우절에 거짓말이라고 믿고 싶었던 소식을 전달해 온 장국영의 '거짓말 같은 사랑 이야기'에 심취해 보는 것은 어떨까?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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