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4월의 아픔을 간직한 우리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33'이 7일 개봉했습니다. 갑작스러운 광산 붕괴 사고로 지하 700m에 매몰된 칠레 광부 33인이 69일 만에 전원 구조되기까지의 실화를 그린 영화입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 줄리엣 비노쉬, 로드리고 산토로, 코트 드 파블로 등 명배우들의 열연과 여성감독 패트리시아 리건의 섬세한 연출력이 어우러졌죠. 또한, 각각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아카데미 각본상,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로 아카데미 각색상 후보에 오른 작가들과 '타이타닉', '뷰티풀 마인드', '아바타'로 아카데미상 2회 수상에 빛나는 제임스 호너가 음악으로 참여해 영화적 완성도를 높였죠.
 

   
 

여기에 당시 광산에 갇혔던 광부들이 제작에 참여해 사실감을 더했는데, 영화와 실제 사고를 비교합니다. 영화에서 광산 붕괴 직전, 십장 '루이스'는 광산 내 거울이 깨져있는 것을 보고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낍니다. 실제로 붕괴 전 산호세 광산에서도 채굴 작업 도중 한 광부가 냉장고 스무 개와 맞먹는 무게의 거대한 바위에 깔려 왼쪽 다리를 잃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죠. 그러나 회사는 이러한 경고의 메시지를 무시했고 그로부터 1주일 뒤, 최악의 광산 붕괴 사고가 발생하게 됩니다.

33명의 광부는 사흘 치의 식량을 가지고 무려 17일을 버텨냅니다. '모두가 같은 양의 음식을 나눠 먹는다'는 원칙에 따라 참치 통조림 한 숟가락, 우유 반 잔, 크래커 한 개의 빈약한 식사였지만 33명 모두가 음식을 배급받을 때까지 기다려줬습니다.

이들의 협동 정신은 실제 이뤄진 일인데요. 붕괴 직후 두려움에 사로잡힌 광부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냉정함을 되찾아 차차 생존을 위한 질서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의술, 기술부터 노래로 격려하는 사람과 사기 증진을 위한 레크레이션 담당까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기에 이들은 햇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은 지하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영화에서 카사노바 '요니'는 대담한 난봉꾼으로, 사고 직후 피해자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그의 부인과 애인이 벌이는 난투극은 취재진의 카메라에 그대로 담겨 뉴스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갑니다. 놀랍게도 이 이야기는 실제 상황인데요. 지상에서 보내준 스크린을 통해 땅속에서 이 소식을 접한 광부들은 세기의 스캔들로 전 세계에 얼굴이 알려진 요니를 끊임없이 놀려댔고 답답한 지하 생활에 활력소가 됐습니다. 하지만 스캔들의 주인공인 요니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되는 것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한 번 세계적인 이슈가 된 광부가 있습니다. 사고현장에서 구출되자마자 환한 미소로 어머니에게 다가가는 '다니엘'의 모습을 TV로 지켜보던 독일의 '멜라니'는 첫눈에 반하고 맙니다. 이들은 어렵게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이 닿아 사랑을 키워서 결혼에 골인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영화 같은 러브스토리는 최근 한 방송에 소개되면서 화제를 모았죠.

영화에서 33명 전원이 무사하다는 기적이 가져다준 기쁨도 잠시, 전문가들은 이들을 지상으로 구출하기까지 4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당장에라도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기대했던 광부들에게 칠레 정부는 크리스마스에는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위로의 말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칠레 정부가 처음부터 그들에게 진실을 알렸던 것은 아닙니다. 혹시라도 절망할 것을 우려해 철저히 비밀로 할 것을 지시했죠. 다행히 세계 전역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면서 예상보다 구조 작업에 걸리는 시간이 단축되었고, 이들은 매몰 69일째에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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