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이니 키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문화뉴스] 오랜만에 대학로 소극장이 취재진의 열기로 뜨거웠다. 객석 1층에 취재진이 가득 차, 객석 2층으로도 취재진이 올라가는 이례적인 일도 벌어졌다. 샤이니 멤버 키의 첫 연극에 그만큼 많은 시선이 모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었다. 그가 출연하는 첫 연극은 '지구를 지켜라'다.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로 불리던 2003년, 장준환 감독의 SF 블랙코미디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연극 '지구를 지켜라'는 얼핏 황당무계해 보이는 외계인 소동을 전면으로 내세운 채, 실제로는 사회의 부조리와 그로 인해 고통받는 약자들의 아픔에 대해 처절하게 묘사하는 작품이다. 제작사 페이지원과 연출 이지나가 원작 영화의 깊이와 작품성을 살리기 위해 2년간 고민한 끝에 작품을 선보였다.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구하겠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친 '병구'와 '병구'에게 외계인으로 지목되어 납치된 '강만식', '병구'의 조력자인 '순이', '병구'와 '순이'를 쫓는 '추 형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가진 서사의 힘은 개봉 후 10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다.
 

   
▲ 연극 '지구를 지켜라' 출연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극 '지구를 지켜라'는 주인공 '병구'와 그와 대립하는 인물 '강만식'의 심리 게임이라는 구조를 빌리며, 영화가 보여주었던 긴장감을 유지한다. 시공간의 활용이 자유로운 영화의 연출을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표현하게 된 만큼, 영상과 조명이 적극적으로 사용된다. 시간과 장소의 이동은 물론 인물의 심리상태까지 드러냄으로써, 키치적이고, 만화적이고, 풍자적이며, 다중적인 상황전개로 관객의 몰입력을 높인다.

지난 9일부터 프리뷰 공연을 통해 관객을 맞이한 연극 '지구를 지켜라' 프레스콜이 12일 오후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열렸다. 5월 29일까지 열리는 공연의 출연진들이 하이라이트 시연과 질의응답 시간에 참여했다. '병구'를 맡은 샤이니 키, 이율, 정원영, '강만식'을 연기한 지현준, 강필석, 김도빈, '순이'를 연기한 함연지, 김윤지, 멀티 역할의 육현욱과 이지나 연출, 조용신 작가가 참석했다.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 샤이니 멤버 키(왼쪽)가 작품의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지구를 지켜라' 연극을 만들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ㄴ 이지나 : 2년 전 장준환 감독 만나서 연극화 허락을 맡고, 제작사인 CJ 측과 접촉을 했다. 이번 연극에서 가장 신경 쓴 것은 세상의 부조리함을 보여주려 했다. 모두 힘든 세상인데, 이러한 부조리함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중점으로 했다.

조용신 : '지구를 지켜라'는 2003년 보기 드물게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보여줬다. 연쇄살인범과 외계인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미장센 수사 기법으로 녹아있다. 무대로 옮겼을 때 미장센으로 표현된 것이 배우들의 연기, 객석의 응축된 에너지로 풀어내려 했다. 영화는 감독 예술이고, 무대는 배우 예술이다.

멀티맨을 등장시켜 영화의 수사 기법을 한 배우가 하면서 코믹스러움이 느껴지도록 했다. 또한, '병구' 캐릭터는 영화와 연극의 큰 차이가 없지만, 과거사를 보여주면서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를 다양하게 보여주도록 했다. '강만식'은 입체적이고 적극적으로 탈출하기 위해 애쓰는 영화처럼 자세함을 보여주려 했다. 이처럼 무대 위에서 강한 메시지를 보여주고, 키치적인 코믹한 느낌으로 연극화가 이뤄졌다고 본다.
 

   
▲ 조용신 작가가 연극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작품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ㄴ 키 : 샤이니 팀으로 활동하면서 뮤지컬도 많이 했다. 그래서 단순히 개런티나 극장 규모보다, 소극장이어도 좋은 콘텐츠를 많은 사람에게 알릴 계기가 되어 선택하게 됐다. 공부할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해서 제안이 올 때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동시에 여러 활동을 하면 힘들지 않은가?

ㄴ 키 : 팀 활동을 베이스로 두면서, 자의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있다. 공부할 기회가 많이 늘어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재밌지 않으면 못했을 것 같다. 힘든 느낌보다 이제 앞으로 어떤 기회를 얻어 도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강만식'은 과장되고 익살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연출과 따로 이야기 한 부분이 있나?
ㄴ 지현준 : 연출 선생님과 같이 의논해서 했다. 몸 쓰는 것이나 키치적인 걸 좋아한다. 이 작품이 몸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해서, 슬랩스틱 코미디를 해야 한다. 장르도 해학적이고, 메시지도 담고 있는데, 효과적으로 부담 없이 보여줄게. 뭔가해서 키치적인 걸 했다.

이지나 : 사실주의적 연기는 피했다. 무대 영상에도 있는데, 키치적인 웹툰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연기하는 것을 주문했다.
 

   
▲ 이지나 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학생 이상 관람가인데 생각보다 비속어가 많다. 일부러 유도한 건지?
ㄴ 이지나 : 육두문자는 배우마다 하는 양이 다르다. 본인이 살고자 하는 상황, 자기에게 가해를 하는 사람 앞에서 욕을 참을 필요는 없다고 했다. (웃음) 그래서 아마 공연 때마다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육두문자는 표준어에서 쓰면 안 되는 나쁜 말이지만, 공공장소에서 가장 육두문자를 많이 쓰는 세대는 청소년이 아닐까 생각했다. (웃음) 연극이 너무 현실과 떨어지면 안 되니, 배우들에게 적절한 선에서 자율로 맡겼다.

샤이니 키를 캐스팅한 이유는?
ㄴ 이지나 : '지구를 지켜라' 2년 전부터 준비했는데, 영화가 특이하다. 마니아적인데 본 사람이 주변에 없다. 그런데 모두 다 배우의 연기력은 기억하고 있다. 주변 배우들에게 2년 동안 '지구를 지켜라'를 준비한다고 하고 있을 때, 모두 내가 꼭 해보고 싶다고 했다. 배우 자체 내에서 한번 해보고 싶은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먼저 (이)율이를 생각하면서 동시에 (정)원영이 생각했는데, 1년에 작품을 15편 정도 해서(웃음), 말을 내밀었다간 욕을 먹을 것 같아서 바빠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 뮤지컬 '인 더 하이츠'를 하는 (김)기범이(샤이니 키 본명)를 처음 알게 됐다. 기범이가 '인 더 하이츠' 연출님께서 기초도 잘 잡아주고, 발성도 좋고, 연기도 좋아하고, 연구를 많이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 (왼쪽부터) 샤이니 키, 정원영, 이율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특히 목소리가 쩌렁쩌렁해서 연극무대에 맞을 것 같았다. 바쁜 아이돌 멤버는 작품을 매니저한테 맡기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기범이는 너무나 예민해서 '내가 이걸 해낼 수 있을까'라고 고민을 많이 한 친구다. 이러한 자세가 좋다고 해서, 어느 날 술자리에서 '지구를 지켜라'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기범이가 "저 이거 좋아해요. 영화 몇 번 봤어요"라고 해서 연극 한 번 해보자고 이야기했다. 소극장이라서 객석도 작고, 연습도 더 많이 해야 했고, 원작이 너무나 강해서 이 연극을 하지 않겠냐고 생각했는데, 기범이가 난리 쳐서 하게 됐다. (웃음) 이번 작품에 힘을 주고, 준비를 빨리할 수 있게 해준 일등 공신이 기범이다. 주변 동료 형들도 알겠지만, 연기 자세가 굉장히 좋은 노력파 배우다.

'강만식' 배역을 맡은 소감을 들려 달라.

ㄴ 강필석 : 이 작품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이 왔을 때, 역할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해보지 않은 역할이었는데, 연습하면서 재미가 있어졌다. 내일(13일) 공연이 무서우면서 흥분된다. 열심히 하겠다.

김도빈 : 우선 내가 어떻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현준 선배님, 강필석 선배님과 언제 트리플 하겠는가? (웃음) 너무 영광스럽다. 이런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7년 만에 연극을 하게 됐다. 7년 전에 소극장에서 연극을 하다가 서울예술단에 들어온 것인데, 어떻게 보면 다시 연극을 할 기회가 됐고 이 작업에 좋은 동료들과 함께 되어 기쁘다.
 

   
▲ (왼쪽부터) 지현준, 김도빈, 강필석이 '강만식'을 연기한다.

멀티 역할은 재능과 능력이 필요하다.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ㄴ 육현욱 : 멀티맨이 처음도 아니다. 해야 하는 포지션이 많다. 원작 영화도 있지만, 창작 초연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한 다음에 "이건 아닌 것 같다. 그건 그쪽으로 더 가보자" 이런 방향으로 코치를 많이 해 주셨다. 힘든 것은 안다. 다른 캐스트는 더블이나 트리플인데 나만 원캐스트다. 하지만 스태프도 다 원캐스트이니 그거 빼곤 체력적으로 힘든 건 없다. 말하고 보니 작품 대사처럼 '언불행일치'다. (웃음)

'병구'의 어떤 포인트를 연기할 것인가?
ㄴ 키 :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아니되, 그것을 믿고 천재적 소년을 연기하는 것을 잘 살리려 했다.

정원영 : '병구'를 하면서 내가 어떤 종교의 신념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지구를 지키겠다는 마음이 뚜렷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뜨거운 '병구'를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눈빛'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이율 : 밝지만 속 안엔 아픔이 많이 묻어나는, 사연이 있는 '병구'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왼쪽부터) 김윤지, 육현욱, 함연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만 출연했지만, 연극은 처음 서는 것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ㄴ 키 : 프레스콜을 통해 연극 무대를 관객 앞에서 처음선 것과 다름없다. 마이크를 통해 내 연기 목소리가 들리는 것보다, 작은 곳에서 내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더 집중이 잘 되어 매력적인 것 같다.

함연지 : 연기 잘하는 분들을 좋아하고, 동시에 연기를 많이 배우고 싶다. 연기 잘하는 분들 사이에 휩싸여 많이 배울 수 있는 배경이 되어 행복했다.

김윤지 : 관객들의 반응이 직접 전달되어서 좀 더 욕심을 부리게 되는 것 같다. 연습할 땐 오빠들, 언니들 같은 역할 맡고 다른 역할과 호흡하는데 친밀감이 늘어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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