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 문화 해설(解說)은 기사 특성상 '매직 인 더 문라이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Q. (꼭) '비긴 어게인' 이야기 하다가 '매직 인 더 문라이트'도 재미있다는 이야길 많이 들어서요. 같은 로맨틱 장르라서 그런가? 어떤 영화인가요.  

   
 

ㄴ 중국인으로 분장해 유럽을 순회하며 마술쇼를 벌이는 스탠리(콜린 퍼스 분)는 동료 마술사 하워드(사이먼 맥버니 분)의 소개로 여성 심령술사 소피(엠마 스톤 분)를 만납니다. 심령술을 믿지 않는 스탠리는 소피가 가짜임을 밝히려하지만 소피의 용한 재주에 마음이 흔들립니다.

대조적인 두 주인공

우디 앨런 감독의 ‘매직 인 더 문라이트’는 1920년대를 배경으로 대조적 성격의 남녀의 사랑을 묘사합니다. 스탠리는 마술사로 마술 및 심령술은 트릭, 즉 사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젊고 예쁜 심령술사 소피를 만난 뒤 신념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고집 센 인간의 내적 갈등과 심경 변화를 극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는 우디 앨런의 전매특허는 주인공 스탠리의 변화 과정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묘사됩니다. 인간의 이성과 합리를 신뢰하며 니체를 들먹이는 수다스런 회의주의자 스탠리는 우디 앨런의 전작의 남자 주인공들과 마찬가지로 우디 앨런의 분신에 다름 아닙니다.

스탠리는 자신이 창조한 중국인 캐릭터 웨이링수를 마술사가 아닌 마법사(Wizard)로 표현합니다. 하워드를 비롯한 등장인물과의 대화를 통해 스탠리는 마술에 천재적 재능을 타고 났지만 또한 끊임없는 노력이 뒷받침되었음이 드러납니다. 우디 앨런은 자신의 분신 스탠리를 통해 영화란 한편으로는 사기에 불과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마법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은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스탠리는 물론 스탠리의 이모 바네사(에일린 앳킨스 분)의 과거 행적까지 단숨에 파악하고 노파 그레이스(재키 웨버 분)의 죽은 남편과의 영적 대화에도 성공하는 소피는 심령술에 대한 철저한 믿음을 자랑합니다. 긍정론자 소피는 스탠리의 정반대에 위치한 캐릭터입니다. 대조적 성격이 뚜렷한 남녀를 충돌시키면서도 사랑에 빠뜨려 웃음과 긴장을 동시에 유발하는 전개는 우디 앨런의 영화들은 물론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공식입니다.

사랑은 미친 짓이다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폭우로 인해 비를 피한 천문대에서 스탠리와 소피가 밤하늘의 달을 함께 바라보는 순간입니다. 매직 인 더 문라이트(Magic in the Moonlight)’ 즉, '달빛의 마법'이라는 영화의 제목을 직접적으로 반영한 낭만적인 장면입니다.

달빛은 낭만적 사랑을 상징하지만 ‘달’을 의미하는 형용사 ‘lunar’에서 비롯된 단어 ‘lunatic’은 ‘미치광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극중 대사 '사랑은 미친 짓(Love is lunatic)’에서 언급되는 바와 같습니다. 보름달이 뜨면 인간이 늑대로 변신한다는 늑대인간의 전설은 ‘lunar’와 ‘lunatic’의 밀접한 연관성을 방증합니다. 스탠리는 소피를 만나 자신의 신념을 버리며 사랑에 빠지는데 이는 미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즉 사랑이란 보름달빛을 받아 늑대로 변하는 미치광이처럼 합리적 잣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미친 마법이라는 것이 ‘매직 인 더 문라이트’의 주제의식입니다.

두 주연 배우 매력적이지만…

우아한 배우 콜린 퍼스와 귀여운 여배우 엠마 스톤은 국적과 세대를 넘어 멋진 조화를 이룹니다. 두 배우의 매력을 충실하게 살린 것이 ‘매직 인 더 라이트’의 최대 장점입니다. 우디 앨런이 선호하는 재즈의 황금 시대였던 1920년대에 대한 선망은 배경 음악으로 가득한 재즈와 클럽 및 파티 장면, 그리고 촬영 감독 다리우스 콘지의 뿌연 복고적 화면을 통해 드러납니다. 우디 앨런이 또 다시 유럽을 공간적 배경으로 선택했는데 프랑스 남부의 해변과 전원의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스탠리와 소피가 처음 만나 충돌하고 스탠리가 갈등하는 초중반은 흥미롭지만 소피가 스탠리의 마음을 떠보는 무도회 장면 이후에는 속도감이 떨어지고 지루합니다. 결말도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회의주의자 우디 앨런이 초자연현상과 신비주의의 손을 들어 줄 리 없기 때문입니다. 긍정론과 회의론, 이성과 감성, 남녀의 충돌을 묘사하기에 철학적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우디 앨런의 압도적 전작 '블루 재스민'에 비하면 여러모로 부족합니다. 흥미로운 소재인 만큼 중반 이후 풀어나가는 방식을 달리했다면 보다 재미를 갖춘 영화가 되었을 것입니다.

[글] 아띠에터 이용선 artietor@mhns.co.kr
▶'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운영자. 영화+야구+건담의 전문 필자로 활약 중.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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