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파리넬리와 헤드윅
[문화뉴스] 나를 울게 하소서/ 비참한 나의 운명! 나에게 자유를 주소서/ 이 슬픔으로 고통의 사슬을 끊게 하소서 - 헨델의 울게 하소서(파리넬리)
요즘에는 서점에서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다. 같은 맥락이지만 단순히 아픔을 누군가로부터 위로받기보다 스스로 위로하고 이겨낸다는 측면에서 좀 더 발전된 면이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이처럼 우리가 자신을 직면할 용기를 줄, 더욱 능동적인 힐링을 해줄 두 편의 음악 힐링 뮤지컬인 '파리넬리'와 '헤드윅'을 소개하려고 한다.
▲ 파리넬리 공연 장면 ⓒHJ컬쳐 |
이러한 장점 때문에 카스트라토는 바로크 시대의 오페라 무대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잘 나가는 카스트라토는 오늘날 스타처럼 부와 명예를 동시에 얻었고, 그래서 많은 소년이 카스트라토를 희망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중 성공하는 이는 극소수였고, 나머지는 남자로서의 정상적인 삶과 목소리를 바꾼 채 그늘 속에서 일생을 보내야 했다. 그중 파리넬리는 유럽 전역을 뒤흔드는 최고의 인기를 누린 카스트라토라고 말할 수 있다.
▲ 파리넬리와 대립하게 되는 친형 리카르도. ⓒ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
▲ 헤드윅의 캐스팅 왼쪽부터 변요한, 조승우, 윤도현, 조정석, 정문성 배우 ⓒ쇼노트 |
헤드윅은 미군과 동베를린 여성 헤드비히 슈미츠 사이에서 태어난 소년 한셀이었다. 그는 어린 아들의 몸에 손을 대는 고약한 아버지가 사닌 집에서 쫓겨난 후 냉정한 어머니와 단둘이서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성장한다. 고독한 소년의 유일한 활력소는 데이비드 보위와 이기 팝과 같은 록커들의 음악이었다. 그는 달콤한 사탕과 초콜릿으로 유혹하는 미군 루터와 합법적인 부부가 되어 미국으로 간다. 이 과정에서 성전환 수술이 필요했고, '자유에는 희생이 따르는 법'이라는 어머니의 조언에 따라, 한셀은 여자로 다시 태어난다. 하지만 성전환 수술은 1인치의 살덩이를 남긴 채 끝이 나고, 그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애매한 몸으로 미국으로 떠난다.
▲ 조승우 배우 ⓒ창작컴퍼니다 |
헤드윅과 파리넬리 모두 성적인 정체성이 모호한 인물이며 이를 받아들이기 힘든 사회에 살고 있다. 이 둘 다 거세 수술을 했으며, 이를 통해 음악적 예술성을 얻었으나 트라우마와 모호한 정체성이라는 그늘에 갇힌 채 살아가게 된다. 외적으로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섞인 다소 독특한 인물이며, 록을 하는 헤드윅의 경우 더 그렇다. 즉, 보수적인 사회 가치관에 의해 비정상으로 분류될 수 있는 두 인물은 이러한 세상에서 많이 다친다. 그래서 이들은 유약한 면을 가지고 있으며, 파리넬리가 매사에 형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 파리넬리와 리카르도 ⓒHJ컬쳐 |
▲ 조정석이 요염하게 헤드윅을 연기하고 있다. |
또한, 헤드윅이라는 역할의 특성상 관객들은 남성적인 헤드윅, 여성스러운 헤드윅, 록하는 헤드윅, 상처받은 헤드윅 등등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건축학 개론'의 납득이같은 조정석도 보였다가, '오 나의 귀신님'의 쉐프 조정석도 보였다가,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의 조정석도 보인다. 따라서 관객과 배우 사이가 가까운 공연을 보고 싶은 관객들에게 추천하는 작품이다.
'파리넬리'는 파리넬리 역에 루이스 초이, 형 리카르도 역에 김경수 배우 캐스팅을 감상했다.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파리넬리'가 헨델의 '울게 하소서'를 부르며 자신의 상처와 용기 있게 정면대결하는 부분이다. 관객들은 차츰 루이스 초이의 맑은 음색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며, 점점 무대 쪽으로 몸을 기울여 하나둘 온 신체의 신경을 곤두세운다. 어떤 이는 눈물을 흘리고, 어떤 이는 목이 메는 경험을 하게 된다. 과찬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루이스 초이의 약력을 살펴보면 이를 이해할 수 있다.
▲ 루이스 초이. ⓒ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
▲ 이주광 배우. ⓒ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
형 리카르도 역의 김경수 배우는 2002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은상을 받았으며,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마리아 마리아', '리틀 잭'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김경수 배우 역시 파리넬리에 뒤지지 않는 실력자이며, 소프라노 음역의 파리넬리와 대조되어 남성적이고 낮은 톤의 강인한 노래를 부른다. 엄기준과 유준상을 섞어놓은 준수한 외모에 노래 역시 빠지지 않는다.
▲ 파리넬리(우)와 그가 사랑하는 여자 안젤로(좌) ⓒHJ컬쳐 |
그러나 알을 깨고 나오는 헤드윅과 파리넬리와 함께, 이들 역시 스스로 알을 깨어 병아리로 탈바꿈한다. 자기 자신의 모습과 본성이 어떻든 온전히 그것이 자신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며, 이로써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이렇게 이 두 작품은 오늘날 헤매고 있는 우리에게 사회가 정상이라고 규정지어온 것과 맞서서 우리 자신 그 자체를 사랑할 용기를 준다.
▲ 헤드윅에서 공연하는 조승우 배우 ⓒ창작컴퍼니다 |
다음으로 4월 26일을 초연으로 관객과 만난 '파리넬리'는 이번 달 15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 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파리넬리 역에는 루이스 초이, 이주광 배우가, 형 리카르도 역에는 이준혁, 김경수 배우가 안젤로 역에는 박소연 배우가 캐스팅되었다. 탄탄한 스토리와 뮤지컬 넘버를 가진 두 작품으로 자신을 돌아볼 용기로 힐링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