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예뻐 예뻐)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뻐 예뻐) 내가 원래 좀 예뻐

(예뻐 예뻐) 태어났을 때부터 난 (예뻐 예뻐) 원래 이렇게 예뻐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뻤던 두 명의 소녀들이 우리 곁을 떠났다.

나와 어떤 관계를 맺은 적도 없고, 내가 유난히 그녀들을 좋아했던 것도 아니다. 리세를 처음 알았던 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스쳐 지나듯이 봤을 때이고, 은비를 제대로 안 것은 이번 사고 때문이다. 나는 그저 그녀들을 '레이디스 코드'라는 그룹으로만 알았고, 그녀들의 노래도 운동하는 휘트니스 클럽에서 처음 접했다. 노랫말이 귀엽기도 했고, 또 우습기도 해서 가요프로그램을 보다가 그녀들이 나왔을 때 자세히 몇 번 본 것 외에는 그녀들에게 무심했던 편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그녀들의 노래가 어디선가 흘러나오면 조금 유심히는 들었던 것 같다. 예쁘네.. 귀엽네.. 열심히 하네. 정도였다.

   
▲ 은비 ⓒ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그런데 어느 날 그녀들이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스캔들인가?라고 생각하며 호기심에 클릭했던 그녀들의 이름은 나에게 슬픈 소식을 전했다. 교통사고가 나서 은비가 세상을 떠났다고, 그리고 리세와 소정은 크게 다쳤다고, 애슐리와 쥬니는 경상이라고…이 소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잠시 혼란이 왔다. 나와 어떤 관계도 없는 걸그룹이었지만 그냥 마음이 아프고 먹먹했다. 이 걸그룹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봐줄걸. 왜 우리는 이런 일이 있고 나서야 그녀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걸까. 세상을 떠났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요즘에는 그 어떤 죽음도 믿기 어렵고,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어릴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다. 누가 세상을 떠났다고 했을 때 크게 슬프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내 일상을 살았던 것 같다. 나이를 먹은 것일까. 아니면 세상과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된 걸까. 이제는 누가 세상을 떠났다고 하면 믿기지도 않고, 믿고 싶지도 않고, 그리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 이들은 내가 매우 좋아했던 아이돌 스타도 아니었고, 나의 삶의 일부를 함께 만들어 간 인물들도 아니다. 그런데 가슴이 아팠다. 열심히 일하고 돌아오던 길, 어린 소녀들이 앞으로 미래를 더 기대하고 있었을 소녀들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지금의 나도 힘들어도 미래를 더 기대하며 사는 데 나보다도 더 꽃다운 나이의 그녀들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슬펐다.

   
▲ 리세 ⓒ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은비는 사고와 함께 세상을 떠났고, 리세는 수술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리세는 수술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많은 사람이 응원했지만 리세도 결국 우리 곁을 떠났다. 은비의 장례식을 보는 살아남은 멤버들의 마음은 또 어떠할지. 어린 소녀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삶의 무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들의 1위 소원은 그녀들이 가장 힘들 때 이루어졌다. 그래도 은비와 리세가 이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곳에서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 늦게 그녀들의 소원이 이루어져서 마음이 아프고 속이 상하지만, 그리고 미안하지만, 은비와 리세가 새롭게 살아갈 그곳에서는 이곳에서 느꼈던 큰 압박이나 괴로움을 느끼지 않고 편안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아있는 멤버들, 가족들, 그리고 팬들 모두 그 상처가 완전히 치유되지는 못하겠지만, 그들의 몫만큼 더 열심히 살아주었으면 한다. 그녀들의 아까운 삶이 헛되지 않게 더 열심히…그녀들을 기억하며 살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소정의 수술도 잘 끝나서 어서 회복되기를 바란다.

너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은비와 리세. 그곳에서는 걱정 없이 또 압박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녀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비록 지금 우리 곁에 없지만 우리 마음속에 은비와 리세 너희는 언제까지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쁘게 기억될 것이라고.

 

[글] 아띠에떠 해랑 artietor@mhns.co.kr

팝 칼럼 팀블로그 [제로]의 필자. 서울대에서 소비자정보유통을 연구하고 현재 '운동을 좋아하는 연기자 지망생의 여의도 입성기'를 새로이 쓰고 있다. 언제 또 다른 종목으로 여의도에 입성하게 될는지. 여전히 나의 미래가 궁금한 인간. 나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여자, 말 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여자'.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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