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벚꽃동산', '플라토노프', '갈매기'

 

   
 

[문화뉴스] 희곡 혹은 연극을 공부할 때 반드시 듣게 되는 이름, 안톤 체홉(Anton Pavlovich Chekhov). 러시아 작가인 체홉이 세상을 떠난 지 112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까지 그의 이름을 호명하며, 그의 작품을 재창작한다.

체홉은 '어느 관리의 죽음', '검은 수사', '6호 병동',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등의 유명한 단편을 많이 남겨서 단편소설 작가로 유명하지만, 실제로 그는 모스크바대학 의학부를 졸업한 의사였다. 하지만 가족의 생계를 위해 오락잡지에 단편소설을 기고하는 활동했으며 나중에는 작가 D.V.그리고로비치로부터 재능을 낭비하지 말라는 충고를 받고,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한다.

그의 희곡 '벚꽃동산', '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 자매'는 '체홉 4대 장막(희곡)'이라 일컬어지며, 매년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체홉의 작품들은 연이어 무대화되고 있다. 본 기사를 통해 현재 공연 중이거나 공연예정인 체홉 희곡 원작의 연극 세 편을 추천하며, 그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연희단거리패의 연극 '벚꽃동산'

 

   
▲ 현재 공연 중인 연극 '벚꽃동산' ⓒ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연출가와 그가 이끄는 연희단거리패가 오는 15일까지 게릴라극장에서 '벚꽃동산'을 공연한다. 벚꽃동산의 지주 라네프스카야 부인은 경제적으로 쇠락해 고향이자 소유지였던 벚꽃동산을 팔아야 할 위기에 처하고, 농노의 자식인 로파힌은 자수성가해 큰 부를 이룬다. 결국 벚꽃동산의 소유주가 교체되며 라네프스카야 부인 일가는 묵은 벚나무들이 찍혀 넘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각자 새 생활 속으로 흩어진다는 내용이다.

연희단거리패는 이 완숙한 희곡을 더욱 아름답게 완성시킨다. 기울어진 무대 공간, 무대 한 켠에 자리 잡은 커다란 벚나무, 그리고 극 결말에는 무너지는 벽면 구조물. 19세기 러시아 귀족들의 삶을 나타내는 사실적인 오브제로 화려하게 꾸며지기보다는 최소한의 오브제에 배우들의 무르익은 연기를 포개고 있었다. 무대는 그 자체만으로도 풍성했다. 더욱이 극 말미 피르스의 죽음 앞에서, 장엄하게 흩날리는 벚꽃잎들은 장관을 이룬다.

 

   
▲ (왼쪽부터) 가예프(박일규), 라네프스카야(김소희), 야샤(김영학) ⓒ 연희단거리패

1903년 러시아에서 발표된 이 희곡을 가슴 깊게 새기기 힘들었던 2016년의 독자라면, 연희단거리패의 '벚꽃동산' 관극을 추천한다. 배우들의 원숙한 연기 속에서 '벚꽃동산'은 가장 아름다운 희곡이자, 무대가 될 것이다.

 

  - 공연날짜 : 2016. 4. 22 ~ 5. 15.
  - 공연장소 : 게릴라극장
  - 연출 : 이윤택
  - 출연배우 : 박일규, 김소희, 이승헌, 윤정섭, 오동식, 홍민수, 조승희, 노심동, 이동준, 박인화, 김영학, 서혜주, 권수민, 이혜선, 김유엽, 주민준

 

 

2. 극단 체의 연극 '플라토노프'

 

   
▲ 현재 공연 중인 연극 '플라토노프' ⓒ 극단 체

'플라토노프'는 체홉의 첫 번째 미완성 희곡이다. 오는 15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플라토노프'는 체홉의 '갈매기'와 '이바노프' 등 주로 체홉의 작품을 연출하고 있는 강태식 연출가가 연출을 맡았다. 희곡은 발견 이후 러시아 거장들에 의해 작품으로 재탄생됐고, 이번 공연은 극단 체가 러시아 원문을 우리 문화 정서에 맞춰 완역하고, 각색해 무대화했다.

세르게이의 결혼식에서 맞닥뜨린 플라토노프와 그와 관련된 세 명의 여인이 있다. 그의 아내 싸샤, 플라토노프의 주변을 맴돌며 유혹하는 안나, 플라토노프의 첫사랑이자 현재는 세르게이의 아내인 쏘피야. 세 여인을 만날 때마다 플라토노프의 태도는 변하며, 그에 걸맞게 무대도 변한다.

공연은 막과 장의 구분을 암전이 아닌, 무대 회전으로 진행하고 있다. 안나의 저택을 뼈대로만 구성한 거대한 구조물이 무대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골격만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텅 빈 저택은 어느 각도로 회전하든 그 장면에 걸맞은 장소가 되며, 빈 공간은 관객들의 인식에 따라 자유로이 채색이 가능해진다.

대극장에서의 공연인지라 몇몇 배우들의 발성이 아쉽게 전달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무대 미학에 신경 쓴 연출의 의도가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저택에서만 일어나는 이 사건들이 심심하거나 허전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대 중앙에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는 대저택 구조물의 존재감이 한몫했기 때문이다. 체홉의 4대 희곡을 벗어나,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미완성 희곡을 조명하는 일은 값진 일이다. 체홉의 새로운 작품이 궁금한 관객에게 '플라토노프'를 추천한다.

 

  - 공연날짜 : 2016. 5. 6 ~ 15.
  - 공연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 연출 : 강태식
  - 출연배우 : 권성덕, 장보규, 김응수, 김동영, 최승일, 박정학, 양창완, 김희라, 김은석, 구혜령, 김동균, 정연심, 권민중, 서지유, 김현주, 유지원 등

 

 

3. 국립극단의 연극 '갈매기'

 

   
▲ 다음 달 4일에 개막하는 연극 '갈매기' ⓒ 국립극단

체홉의 대표작 '갈매기'가 국립극단에 의해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른다. 다음달 4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갈매기'는 배우 이혜영, 이명행, 이정미, 이창직 등의 캐스팅 소식으로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희곡의 내용은 이렇다. 유명 여배우 아르까지나의 아들 뜨레쁠료프는 작가를 꿈꾼다. 뜨레쁠료프가 사랑하는 니나는 아르까지나처럼 유명한 여배우가 되길 원하는데, 아르까지나의 애인이자 유명한 작가인 뜨리고린을 만나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그를 따라 도시로 떠난 니나는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며, 그녀를 열렬히 사랑했던 뜨레쁠료프도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결국 뜨레쁠레프는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 (왼쪽부터) 뜨레쁠료프와 아르까지나 ⓒ 국립극단

땅에 머무는 갈매기가 바다를 향해, 그리고 하늘을 향해 끊임없이 날아오르는 것처럼, 현실에 묶여 있는 인간은 언제나 자신의 꿈과 이상을 좇는다. 희곡은 등장인물 저마다의 사정과 이상을 얘기한다. 인물 모두는 '갈망'하고 있고, 이들은 갈망하는 것과 소유하는 것이 불일치되는 가운데, 내면적 갈등이 고조에 다다른다. 극을 통해, 하늘을 향하는 갈매기가 땅에 두 다리를 붙이고 살 수 밖에 없듯이, 우리는 끊임없이 갈망하는 하늘과 머물 수밖에 없는 땅 사이 간 괴리를 체험한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여전히 수많은 관객들(혹은 독자들)의 마음속에 '명작'으로 고이 남아 있는 희곡 '갈매기'가 국립극단, 연출가 펠릭스 알렉사, 그리고 명배우들을 만나 어떤 '갈매기'로 그려갈지 매우 궁금해진다. 연극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기본적으로 반드시 읽어야 할 텍스트이자, 실제로 관극 체험을 경험해봐야 할 고전 작품이다. 연극은 다음 달 4일부터 29일까지 공연된다.

 

  - 공연날짜 : 2016. 6. 4 ~ 29.
  - 공연장소 : 명동예술극장
  - 연출 : 펠릭스 알렉사
  - 출연배우 : 오영수, 이승철, 이혜영, 이창직, 이정미, 이명행, 박완규, 박지아, 황은후, 강주희, 김기수, 장찬호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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