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국립극단 청소년극 릴-레이 '고등어' & '죽고 싶지 않아' 기자간담회 열려

▲ 연극 '고등어'의 한 장면.

[문화뉴스]

 

"청소년의 삶이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있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 '고등어' 이래은 연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선생님, 이거 하면 안돼요?'였다. '누가 안 된데? 무조건 돼'라고 답했다." - '죽고 싶지 않아' 류장현 연출

 

국립극단과 청소년 연극의 새로운 방향성과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청소년극 릴-레이'의 작품 두 편을 연달아 공개했다. 19일부터 29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열리는 '고등어'와 6월 9일부터 19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리는 '죽고 싶지 않아'가 그 주인공이다.

 

'고등어'는 2011년 만들어진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처음으로 담아낸 '소녀'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해 열린 '예술가청소년창작벨트 - 창작희곡 낭독 쇼케이스'를 통해 여중생의 감수성을 기발하게 표현해 그 독창성과 희소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배소현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에서 출발한 희곡으로, 소녀들의 우정, 사랑, 성장을 풀어냈다.

 

▲ 연극 '죽고 싶지 않아' ⓒ 국립극단

'죽고 싶지 않아'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국립극단의 기존 공연과는 달리, 춤을 통해 출연진들의 신체성과 역동성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올해 국립극단의 기획 주제인 '도전'을 구체화하는 공연으로, 엉뚱하면서도 발칙한 상상력의 안무가 류장현이 꾸민 '댄스 씨어터'(무용 작품에서 연극적 대사를 구사하는 융합 장르) 공연이다. 가장 생명력 넘쳐야 할 10대들이 오히려 '죽고 싶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게 된 오늘날 청소년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18일 오후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청소년극 릴-레이'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연극 '고등어'의 하이라이트 시연과 유홍영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소장, '고등어'의 이래은 연출, '죽고 싶지 않아'의 류장현 연출이 참석했다. 각 작품의 의의와 함께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의미를 살펴본다.

 

▲ 유홍영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소장이 인사말을 남겼다.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어떤 곳인가?
ㄴ 유홍영 : 그동안 어린이·청소년극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국립극단이 새롭게 재단법인으로 독립하면서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이하 연구소)는 2011년에 만들어졌다. 연구소에선 청소년들의 삶이 어떻게 무대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계속 생각해 하며 작업해왔다. 그리고 2013년 간헐적 작업이 이어지고 싶은 바람으로 '청소년극 릴-레이'라는 이름으로 보완해 작업이 이뤄졌다.

 

올해는 특히 그동안 다양한 작업을 시도한 '예술가청소년창작벨트'와 '청소년예술가탐색전'을 선보이게 된다. '고등어'와 '죽고 싶지 않아'가 새로운 시도를 한다. 우리 청소년극이 계속 이어지고 싶은 마음에 하게 됐다.

 

'고등어' 작품을 하게 된 배경을 알려 달라.
ㄴ 이래은 : '고등어'는 고독한 삶을 사는 두 소녀가 서로를 만나며 세상과 이해하는 과정을 그린다. 청소년의 삶이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있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청소년 혹은 우리가 모두 언제 살아있음을 느끼는지 찾고 싶다. 또한, 청소년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려 한다.

 

'죽고 싶지 않아'는 어떤 작품인가?
ㄴ 류장현 : 춤은 말이 아닌데, 어떻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지를 흥미롭게 살펴보고 있다. '청소년 사건, 범죄는 왜 일어나는가? 우리 사회는 어떤 문제가 있으며, 우린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출발했다. 청소년에 대해 여러 베이스를 통해 공부했는데, 그중 뇌 신경 과학자 한 명이 "부모님 집에 살면서 스스로 돈을 벌지 않은 상태에서, 자립하지 않고 석·박사 학위에 진학하는 나이도 청소년기라고 볼 수 있다"는 견해가 인상적이었다.

 

▲ '죽고 싶지 않아'의 류장현 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가장 가난하고, 가장 주위에 사람이 없을법한 친구를 몰래 꾀어서 장기를 적출한 중학생의 이야기를 기사를 통해 봤다. 청소년기의 인권침해 사례 등에도 관심이 많았다. 청소년은 우리 사회에서 주무르는 대로 만들어지는 찰흙이라고 보게 됐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어떤 것이 잘못됐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청소년들은 이번 작품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나?
ㄴ 유홍영 : 두 연출가는 청소년극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우리 연구소는 어른이 청소년 작품을 만들 뿐 아니라, 청소년들이 연습 중간 작품에 참여하면서 그 이야기를 들어가며 작품에 녹아내리고 있다. 청소년과 함께하는 예술 요소가 믿음을 줬다.

 

청소년이 '가르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이야기하는 대상'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몸으로 만났던 것 같다. 우리 연구소에선 청소년의 나이가 가지고 있는 생각보다, 몸에서 나오는 신체언어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다. 류장현 안무가가 몸을 탐색하면서, 그 부분에선 기대하고 있는 연출가이자 안무가다.

 

청소년극이 어떤 의의가 있는가?
ㄴ 유홍영 : 20년 정도 청소년과 함께 작업하면서 수면 위에 떠오르지 않은 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외 독특한 작업이 연구소를 통해 가능성을 봤다. 예를 들어, 청소년과 함께 작업한 '비행소년 KW4839'는 지방공연까지 했다. 오전 공연으로 1,000여 명 가까운 청소년들이 작품을 보기 시작했는데, 보통 연극을 보러오면 자는 시간이라고 했는데 첫 장면이 시작되자마자 이들이 온몸에 반응하는 것이 처음이었다는 반응을 확인했다.

 

청소년과 예술가가 함께 만들어 작업한 믿음이 강하다. 앞으로 바람은 많은 분이 힘을 모아주셔서 청소년 국립극단이 만들어지는 것이 꿈이다. 작업하면서 다들 중요하다고 하시지만, 청소년극이 전체적으로 2차로 밀리는 사회적 현상이 있다. 다행히 연구소와 국립극단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작품을 형성하는 것은 큰 의의가 있다.

 

▲ '고등어'의 이래은 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선을 청소년에게 맞추기 위해 어떤 작업을 거쳤나?
ㄴ 이래은 : 청소년극을 시작할 당시, 왜 하느냐는 질문을 주고받았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삶과 실제 삶은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래서 중학교 앞에서 종일 '죽 때리고'(편집자 주 : '한곳에 오래 머무르다'의 비속어) 있었다. 걷고 떠드는 모습을 살펴봤다. 편의점, 햄버거집, 하교하는 버스에서 아이들과 같이 다녔다.

 

우리 배우들에게 미친 듯이 청소년기의 감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프기도, 아름답기도, 행복하기도 했다. 청소년기를 지나와서 잘 알고 있었다는 오만이 있었다. 그리고 인간의 삶에서 이 시기의 상태는 무엇이 다른지, 어떤 행동들을 하면 어떻게 반응하고 관계를 맺는지에 대해 과학적인 접근을 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들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으로 생각했다. '응원하고 지지하고'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지켜 봐야 하는 것이다. 청소년이라는 단어를 입에서 지웠다. 어른이라서 우리가 '대상화'하고 하는 것 같아 이들의 삶을 만나려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어른으로 뭘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했다.

 

▲ 연극 '고등어'의 연습 모습. ⓒ 국립극단

청소년 작품에 어떻게 관심에 두고 작업하게 됐나?
ㄴ 류장현 : 나도 가르치는 일을 타의던 먹고 살려던 간에 어떻게 하게 됐다. 예고 같은 곳에서 6년 동안 창작을 가르치면서, 입시제도와 창작 사이에서 갈등을 느꼈다. 내가 교육자나 리더의 자질이 있는가 싶은 생각도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입시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들이 어떻게 자기 것을 끌어내고, 이야기하고, 노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다 '청소년예술가탐색전'을 통해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작품 하면서 쓸데없이 사고를 깊게 했다. 작품을 준비하다가 영상을 보게 됐는데, 한 윤리 선생님이 이야기할 때 그야말로 얼음이 됐다. "우리가 정의를 이야기하면 '따'가 된다"였다. 그게 정의를 이야기하는 문장 같다. "선생님, 쟤가 이렇게 했어요라고 말해서'따'가 되는 것이다. 이건 직장이든 학교에 다니든 우리 사회에서 공통으로 일어난다. 그런데 청년들조차 정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렇게 썩어 문드러진 나라가 어디 있는가?"라는 이야기에 5분간 얼어있었다.

 

우리가 시스템을 바꿀 순 없으니 시스템의 문제점을 알고 내 청소년기를 돌아보고, 무용수들과 리서치를 했다. 가장 기억에 남고, 지금 당장에라도 인사드릴 수 있고, 존경하는 선생님은 누군가부터 지금도 싫은 사람은 누구인가 등이었다. 그러니 꽤 많은 캐릭터가 나왔다. 아름다운 부분도 있지만, 감수성 풍만할 때 가시가 깊이 박혔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걸 몸과 음악을 통해 강해지고, 교류하고, 하모니를 맞춰갔다. 이런 지점이 교육시스템에서 있는 것 같다. 베네수엘라의 성공적인 예술 교육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El Sistema)를 모티브로 했다. 살인, 강간 등 범죄율이 높은 주변 현실에서 예술 교육을 하면서 널리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찢어진 종이로 바이올린과 악보 그리는 등 어렸을 때부터 작업한다고 들었다. 예술을 이해하는 것을 보며, 여기에 답이 있다고 봤다. 

 

또한, 한글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영어 이름을 붙이고 영어를 가르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니 미친 듯이 입시를 준비하고, 수능만점자도 높은 대학에 들어가기 힘든 현실에 부딪히고, 대학 평가 등으로 내가 집중해서 온 학과가 사라지고, 군대를 다녀오니 내 학과가 사라진 현실, 학자금 대출 등 각박한 현실 속에서 옥죄어들고, 같이 각박해지니 개인화가 되는 이야기들을 서브텍스트로 말을 하지 않고는 작품이 전개가 안 될 거라 봤다.

 

그리고 어린 시절 문제아에게 선생님이 "너는 문제는 있는데, 그림에 소질 있고, 웹툰이 주목받고 있으니 해보는 게 어떠니?"라고 하면서 개성을 살려주는 교육을 하면 어떠냐는 생각도 넣게 됐다.

 

▲ 연극 '죽고 싶지 않아' ⓒ 국립극단

청소년들에게 '몸의 언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ㄴ 유홍영 : 우연히 어린이극을 유치원에서 하게 됐는데, 연극관이 바뀌게 됐다. 아이가 "아저씨 누구세요"라고 묻길래 "여러분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연극을 해주는 사람이야"라고 하니 그 아이가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해주고는 "연극이 뭐예요?"라고 했다. 또 대답을 해주니 "왜 해요?"라고 물었다. 이런 질문이 학문의 기본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주체인 몸에 대해 공부하게 됐다.

 

한글은 천지인 사상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몸이 그 천지인과 가장 유사한 단어다. 우리 몸을 토대로 모든 것을 하는데, 등한시하는 것을 관찰하게 됐다. 그중 아이들은 스펀지처럼 모든 걸 다 흡수하는 감각이 있는데, 우리 어른들이 제한하는 것을 관찰하게 됐다. 우리 몸의 자유로움, 삶 자체의 발현 요소를 우리는 얼마만큼 제어하는가가 예술과 연극의 모든 것에 숨어있다.

 

그래서 각 나이마다 몸에 대해 관찰한다. 춤과 연극 언어 속에 감각적인 것을 개발하는 게 있고, 몸의 언어가 살아나는 게 춤이라 어린이·청소년극에 몸의 언어가 얼마만큼 중요한지 연구하고 있다. 세계에서도 청소년극이 중요해서 투자를 많이 하는 추세다. 어린이 연극이 교과과정으로 준비 중인 것도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청소년 연극 예술가들의 층이 아직 국내에선 옅다. 연극영화학과가 매우 많지만, 어린이극을 수업하는 곳이 별로 없다.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류장현 :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선생님, 이거 하면 안돼요?"였다. "누가 안 된데? 무조건 돼"라고 답했다. 내 철학인데 그러다 보면 아이들이 내가 생각하는 것이 다 되면서, 동시에 '내가 잘하고, 원하는 것이 뭔지 습득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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