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갈매기' 기자간담회

   
 

[문화뉴스] 국립극단이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 '갈매기'를 명동예술극장에 올린다.

6월 4일부터 29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될 '갈매기'는 유럽의 차세대 거장으로 손꼽히며 지난 2014년 '리차드 2세'를 국내에서 연출하며 명성을 입증한 펠릭스 알렉사가 연출로 참여한다. 이에 이혜영, 오영수, 김기수, 강주희, 이명행 배우와 함께 펠릭스 알렉사 연출, 김윤철 예술감독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 '갈매기'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김윤철 연출은 "국립극단의 목표는 국제적 경쟁력 있는 극단이 되는 것"이라고 밝힌 후 "'갈매기'는 120년 전에 쓰인 작품이지만 오늘날 작품들보다 현대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예술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기에 국립극단이 되새김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5년 체호프 워크샵을 하러 명동예술극장에 와서 직감적으로 '갈매기'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힌 펠릭스 알렉사는 "'갈매기'는 현대적인 작품이라 생각한다. 현대적인 관계의 미묘함, 폭력성, 그런 인간관계를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뒤 "가장 중요한 것은 행간에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뒤이어 "갈매기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미묘한 무언가가 많이 들어 있다"며 작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한편, 이 작품에는 2012년 '헤다 가블러'로 13년 만에 연극에서 복귀해 동아 연극상, 대한민국연극대상 여자연기상을 받은 이혜영이 '아르까지나'로 출연한다. "신인배우 이혜영 잘 부탁한다"며 운을 뗀 그녀는 "'갈매기'는 네 번 정도 제안을 받았는데 니나 역을 하고 싶은데 모두 아르까지나 역이라 거절했었다. 김윤철 감독님이 아니면 안 할뻔한 작품인데 지금은 하길 참 잘했다 생각한다"며 이번 작품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2014년 '리차드 2세' 때도 펠릭스 알렉사와 작업을 함께했던 오영수 배우는 "한 인물이 등장해서 막을 내릴 때까지 쭉 이어지는 연기자의 기력이란 게 있다. 이것이 중간 중간 끊어지고 할 때가 있다. 하지만 펠릭스 연출을 만나 이것이 끊어지지 않고 일관성 있게 안의 내공으로 흘러가면 정말 아름답고 그렇다 생각한다"며 연출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뜨레쁠례프' 역으로 프로 무대에 처음 데뷔한다는 김기수는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말할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 무대에 설 때, 연습할 때도 감회가 새롭다"며 신인으로 느끼는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섬세함이란 단어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가 됐다. 연출님, 선배님 사이에서 조금 더 이 말들이 표현하고자 싶은 것에 대해 훨씬 더 깊이 생각하고 좀 더 느낄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었나 생각된다"며 단순히 신인답지만은 않은 날카로운 면모를 보여줬다.

   
 

여배우들이 모두 탐내는, 특히 이혜영 배우가 탐냈다던 '니나' 역을 맡은 강주희는 "니나가, '갈매기'가 너무 어렵구나 싶었지만 그럴수록 욕심이 나고 흥미진진하고 잘하고 싶었다"고 신인다운 느낌을 전했다. 뒤이어 "배우 인생에서도 많은 발전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닌가 싶다"고 말한 그녀는 "무대 위에 올려질 공연 속에서 니나로서 생생하게 잘 살아서 즐거운 공연을 할 수 있는 각오로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두 여자의 사랑을 받는 작가 '뜨레고린' 역으로 출연하는 이명행 배우는 "연습 첫날부터 연출의 명확한 그림이 있어서 힘들거나 헤매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캐스팅이 너무 잘됐다는 말이 내부적으로 나온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한 그는 "보통 작품은 무대 위에서 어떤 액션을 하고 캐릭터가 구성되고, 사건이 되며 관객이 이해하기 편한 지점이 있다. 하지만 체호프 작품은 무대 위에 오르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체호프 작품에 처음 참여하는 소감을 전했다.

   
 

또 이들의 발언이 끝나자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혜영 배우에게 "어째서 아르까지나를 거절하고 니나를 하고 싶어했나"는 질문을 주자 그녀는 "94년에 '집'이란 작품에서 극 중 극으로 니나의 독백을 하며 펑펑 운 감동이 남아 있다. 서른이 넘긴 했지만(웃음) 내게는 니나만 보였다"며 과거의 추억을 되새겼다.

김윤철 예술감독에겐 "이혜영 배우가 '태생적으로' 아르까지나에 어울린다고 말한 게 무슨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줬고 그는 "아주 드문 경우에 현실의 인물이 극 중 인물과 일치하는 때도 있다"며 "배우는 많은 노력을 통해 인물을 일치시키는 데 이미 너무 유사점이 많은 배우"라며 이유를 밝혔다. 또 "4년만의 연극 컴백인데도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늘 연극을 해 온 인물 같다"며 이혜영을 칭찬했다.

   
 

이번 기자간담회에선 포스터의 주인공인 이혜영 배우를 겨냥한 질문이 많았다.

"계속 고사해 온 아르까지나 역을 맡은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녀는 "갈매기를 희곡만 봤지 연극을 본 적 없었는데 왠지 올드하고 지루한, 낡은 느낌이 들어서 아르까지나 같은 역할이 하고 싶지 않다고 했었다. 내가 부족했다"며 그간의 고사 이유를 말했다. 뒤이어 "연극배우로 시작했고, 상도 많이 탔는데 날 연극배우로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김윤철 감독이 연극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면 아르까지나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그러자 이 역할이 '내가 해야 할 숙제' 같았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작품을 읽었더니 이번엔 니나가 안 보이더라. '때가 됐나' 싶었다"며 아르까지나 역을 맡은 이유를 전했다.

이에 펠릭스 알렉사 연출이 "다들 아르까지나에 대해 질문하는 데 이혜영 배우가 그녀에 적격이라 말하는 것에는 나도 동의하지만, 이 지점은 위험할 수 있다. 단순히 캐릭터에 잘 맞는 것이 아니라 제 그림을, 제 해석을 완벽히 받아들이려고 했고 열심히 연습했다"며 단순히 그녀가 어떤 배역과의 일치성만으로 연기하는 것이 아님을 환기해줬다.

또 '갈매기'가 어떻게 상징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김윤철 예술감독은 "영업비밀이다(웃음). 나중에 와서 보시면 좋겠고 참고로 다른 작품의 예를 들자면 헝가리의 천재적 연출자 아파드 실링이 국내에서 공연했던 '갈매기'에선 갈매기가 슈퍼마켓 비닐봉지 안에 담겨 던져진다. 현대에 와 소비주의에 희생되는 오브제로 나타난 것이다. 요즘 경향을 말하자면 갈매기를 죽이는 방법이 점점 잔인해진다. 루마니아에서 본 작품에는 무대 위에서 갈매기를 총으로 쏘고 앞줄의 관객에게 피가 튀게 할 정도로, 체호프의 폭력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며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또 "와서 꼭 보시길 바란다. 굉장히 충격적인 갈매기가 제시될 것이다"며 자신했다.

   
 

연극 '갈매기'는 이외에도 이승철, 이창직, 이정미, 박완규, 황은후, 박지아, 장찬호 배우가 출연하며 6월 5일 공연 종료 후 공연읽기 시간이 있다. 만 15세 관람가에 150분간 공연한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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