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예박물관 재개관기념 전시 '조선 궁중화·민화 걸작 - 문자도·책거리'

 

   
▲ '조선 궁중화·민화 걸작 - 문자도·책거리' 전시가 11일부터 8월 28일까지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린다.

[문화뉴스] 모든 예술의 토대라고 말할 수 있는 '서'(書)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예술의전당 내 서울서예박물관에서 11일부터 8월 28일까지 서울서예박물관 재개관기념 두 번째 전시인 '조선 궁중화·민화 걸작 - 문자도·책거리'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궁중화, 민화 중 문자도(文字圖)와 책거리(冊巨里) 등 58점이 1, 2부로 나뉘어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등 한국 대표의 국공립·사립 박물관, 화랑, 개인 등 20여 곳의 작품이 대규모로 한 자리에서 공개된다. 7일 오전 이를 알리기 위한 기자간담회가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엔 전시를 담당한 예술의전당 관계자뿐 아니라 정병모 교수, 윤범모 미술평론가 등 미술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예술의전당 이동국 서예부장은 "글씨와 그림의 뿌리는 하나라는 서화동원(書畵同源)처럼 시문학이나 그림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이번 전시는 '서'의 영역 확산에 방점을 찍고 있다. 문자도와 책거리의 공통키워드는 문자와 책인데, 문자가 없으면 책도 없다"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 "서가 없었다면 우리가 전시하는 문자도나 책거리도 없다. 붓과 무관하게 보이는 키보드를 치는 것과 같은 문자영상시대도 결국 '서'로 인해 등장하게 됐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서'의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7일 오전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조선 궁중화·민화 걸작 - 문자도·책거리'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번 전시를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동국 서예부장은 "서를 전문으로 하는 서울서예박물관과 미술을 전문으로 하는 갤러리가 만나 서화미술을 관통하는 한국예술의 정체성도 찾고 명실상부한 세계화, 국제화도 동시에 이뤄내자는 것"이라며, "서는 현대미술에서 낙오되어 있다. 한국의 서예가 안고 있는 대중화 문제나 한국의 현대미술이 안고 있는 정체성 문제는 문자도, 책거리라는 지점에서 서와 미술이 만나 제3 영역에서 서로의 문제를 풀어가는 실마리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를 준비한 정병모 교수는 "세상에서 책거리를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책거리는 정조부터 시작해 200년간 유행을 했고, 왕부터 백성들까지 온 국민이 즐겼던 장르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기획할 때, 위에서 책가도나 문자도가 뭔지 몰라 결재를 받는데 오래 걸렸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정 교수는 "2005년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미와 학문'이라는 한국 책거리 전시를 했다. 메트로폴리탄에서 한 한국 관련 전시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고 했다"며 "책거리 문화가 미국보다 우리나라가 더 얕은 실정이다. 외국에서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국제적이면서도 가장 한국적이기 때문이다"라고 이유를 제시했다.
 
   
▲ 정병모 경주대 교수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정병모 교수는 "내년부터 세계 최초로 책거리 국제 세미나가 열리게 된다. 책거리 세미나를 열 정도로 유명한 건 책거리 그림이 서양에서 먼저 시작됐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시대엔 개인 서재를 경영하는 문화가 있었다. 독일, 영국, 프랑스에선 이를 호기심의 방이라 불렀고, 17세기 선교사에 의해 중국에 전해진다. 중국에선 큰 장식장에 귀한 청동, 도자기, 옥을 장식하는 문화가 생겨났다. 그걸 18세기 정조 시대를 통해 받아들여졌다. 한국식 호기심의 방이 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책가도' 병풍은 표현 방식이 서구적이다. 뒤로 갈수록 작아지는 투시도법과 하이라이트가 동그란 것이 아닌 스크래치로 표현됐다. 서양 화법을 받아들이지만, 뭔가 완전하게 이해되는 것이 아닌 조선식으로 표현이 됐다. 진열되는 물건은 중국제거나 유럽에서 온 것이다. 조선의 상류계층의 자명종 등이 사치품이라 볼 수 있지만, 외국 문물을 통해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 '호피장막도'
정 교수는 가장 자랑할 작품에 대해 '호피장막도'를 선택했다. 그는 "어제(6일) 작품 설치를 하고 살펴보니, '병풍 하나가 어떻게 저 큰 공간을 장악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표범이 병풍 한 폭당 하나씩 들어있다. 여덟 마리 표범이 들어있는 에너지가 절대 꿇리지 않는 임팩트가 있다. 당시 '호피장막도'를 가진 소장자가 어느 날 일부분을 오리고 책거리를 그리라고 했는데, 그걸 오린 자국이 그야말로 '신의 한 수'"라고 전했다.
 
이어 정병모 교수는 "'호피장막도'의 책거리는 어느 선비의 서재인데, 선비가 불었던 악기나 노름기구가 있다. 책 위엔 안경이 얹혀있다. 선비가 책 읽고 쉬려고 밖에 나가 담배 피우는 모습을 묘사하기 위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자랑할 만한 명품 중의 명품"이라고 평했다.
 
함께 전시를 준비하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윤범모 미술평론가는 "한국 회화의 주류는 채색화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며 "한국 회화사 책을 보면 수묵화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 조선 시대 민화까지 채색이 주류인데, 중국풍 중심의 수묵화 주류는 바꿔주고 싶다"며 "그 주장에 걸맞게 이런 책거리를 비롯한 조선 후기 채색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 윤범모 미술평론가가 취재진에게 전시 의의를 말하고 있다.
윤 평론가는 "또한, 책거리 문화를 국내에는 물론 국제무대까지 제대로 알게 하는 역사적 임무가 우리한테 있다고 통감했다. 이번 서울서예미술관 전시가 우리의 새로운 미술문화 운동 역할을 크게 할 수 있는 전시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글]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이민혜 기자 pinkcat@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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