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다 느끼기엔 '힐링' 요구되는 사회 구조 변하지 않아

[문화뉴스] 2016년에도 관객의 선택은 '힐링'이었다.

어느덧 2016년 상반기가 지나갔다. 올해도 많은 공연들이 크고 작은 공연장에서 빛을 내며 관객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공연은 막을 내리지만 우리들 마음 속에는 오랫동안 남을, 소중한 작품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 뮤지컬 '맘마미아!' ⓒ 신시컴퍼니

중장년의 힐링극 '맘마미아!'

2월 20일부터 지난 4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했던 '맘마미아!'는 단연코 중장년층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품이었다. 소중하게 키워온 딸의 결혼식 날, 딸이 자기 아버지를 찾겠다며 엄마의 전 남친 셋을 불러낸 유쾌한 소동극인 이 작품은 과거 전세계를 주름잡던 인기 밴드 아바(ABBA)의 노래를 이용해 만든 쥬크박스 뮤지컬로 2008년 영화화를 통해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12년 째 변하지 않는 스태프와 주연 배우 최정원, 전수경 등을 비롯해 새롭게 합류한 신영숙, 김금나 등 실력있는 뉴페이스가 어우러져 올해도 큰 성공을 거뒀다. 또 드물게 여성이 주체적인 역할을 하고, 종국에는 남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인상 깊은 작품이다.

   
▲ 뮤지컬 '마이버킷리스트' ⓒ 벨라뮤즈

때로 삶이 지치고 힘들땐 '마이버킷리스트'

살고 싶지만 죽을 수 밖에 없는 시한부 환자 '해기'와 죽고 싶어하지만 살 수 밖에 없는 '강구'의 2인 뮤지컬이다. 둘은 함께 '해기'의 버킷 리스트를 실행하며 죽음이란 단어를 앞두고 각자의 성장을 지속해 간다. '해기'가 꺼져가는 자신의 생명을 통해 깨달은 '가치 있는 삶의 중요성'은 '강구'에게 '엔테로 바이러스' 대신 고스란히 전염된다. 믿는다면 효과가 있다는 '해기'의 '플라시보 프로젝트'는 이뤄진 것이 아닐까. 함께한 관객조차도 삶의 열망에 휩싸이게 만드는 힐링극이었다. 

   
▲ 뮤지컬 '뉴시즈' ⓒ 오디컴퍼니

정의는 살아있다 '뉴시즈'와 '삼총사'

팍팍한 사회 뉴스에 염증을 느낀다면 정의와 진실이 통하는 이곳은 어떨까. 얼마전인 26일 막을 내린 삼총사는 17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정의, 용기를 믿고 따르는 달타냥과 삼총사의 모험을 다룬 작품이었다. 뉴시즈는 1899년 파업 활동을 통해 거대 자본에게 저항한 신문팔이 소년들의 투쟁을 다룬 작품이다. 현실에선 일어나기 힘든 멋진 결말과 시종일관 터지는 코믹함이 관객의 마음을 힐링한다.

   
▲ 뮤지컬 '삼총사'

게다가 높은 할인율로 관객의 지갑까지도 걱정하는 혜안을 발휘했으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또 두 작품 모두 배우들의 수준 높은 연기와 노래로 많은 호평을 받았고 뉴시즈의 경우 일반적으로 쓰이는 '앙상블'이란 단어 대신 '뉴스보이'라는 이름으로 캐릭터 모두에게 개성 넘치는 역할과 비중을 부여해 작품 속 내용만큼이나 평등함을 선보이기도 했다.

   
▲ 뮤지컬 '정글라이프' 연습장면

직장인 힐링극 '정글라이프'

월요일만 오면 몸서리쳐지는 직장인들이라면 1월 22일부터 2월 28일까지 공연했던 직장생활 공감형성 뮤지컬 '정글라이프'를 빼놓을 수 없다. 높이뛰기 선수에서 한순간 부상으로 은퇴한 주인공 '피동희'가 소속 실업팀의 모기업인 '정글푸드'에 입사하며 겪는 회사생활을 그린 작품으로 리얼하면서도 코믹하게 표현한 신입사원 '피동희'의 고생에 많은 관객이 공감했었다.

   
▲ 뮤지컬 '난쟁이들' ⓒ PMC프러덕션

어른이를 위한 힐링극 '난쟁이들'

한편 26일 마지막 공연을 선보인 '난쟁이들'은 옛날 동화 속 공주님들의 이야기 후를 다루고 있다. 어릴적 동화를 보며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된 뒤 어떻게 됐을까? 신데렐라는 영원히 행복했을까? 백설공주가 떠난 후 일곱난쟁이는 어떻게 됐을까?" 같은 상상을 해본 적 있는 관객이라면 이들의 발칙하고 재치넘치는 재해석에 푹 빠질 수 밖에 없었다. 19금을 표방했지만 그보다 가슴에 남는 따스한 '해피엔딩'이 더 인상깊었던 '난쟁이들'이다.

   
▲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가족 관계 힐링극 '넥스트 투 노멀'

부모님은 내게 너무 큰 기대를 하고 형제자매와는 다투기만 하고 집에 들어가기 싫다면? 3월 1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했던 '넥스트 투 노멀'이 위로가 될 수 있다. 정신적인 아픔 속에서 살고 있는 엄마 '다이애나'.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남편 '댄'과 딸 '나탈리'를 중심으로 한 '굿맨 패밀리'의 이야기로 상처 속에서 삶을 '버티는' 이들을 위한 완벽한 힐링극인 이 작품은 독특한 3층 구조의 세트와 락 사운드 등 기존 뮤지컬의 고정관념을 뒤바꾼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평가받았다. '굿맨 패밀리'의 성장과 함께 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수많은 좋은 작품들이 관객의 마음을 훔쳤지만 대체적으로 '힐링'이란 큰 틀의 흐름 속에서 작품들을 살펴봤다. 사실 언급되지 않은 작품들도 대체로 각박한 현실을 잊게 만들고 멈췄던 우리의 가슴을 다시 뛰게 만든다는 점에서 훌륭한 힐링극이라 할 수 있다. '힐링'이란 단어 자체는 이제 지겨울법도 하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대미지'를 주는 무언가가 있기에 사라지지 않을 터. 이제는 '작품을 보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 힘든 세상이 아니라 '작품을 보고 내 행복함이 더해지는' 사회를 바란다면 큰 욕심일까.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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