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 스텔라장의 'It's Raining' 앨범아트.

장마철이 다가왔다. 비는 여름의 무더위를 가시게 해주지만, 온종일 내리는 비는 사람을 짜증나게 만들기 마련이다. 일단 한 손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데다, 신경 써서 입고 나온 옷을 젖게 만들고 도로가 밀려 약속시간에 늦는 것도 일쑤이니 말이다. 하지만 마음에 조금의 여유만 가져도 기분을 상쾌하고 들뜨게까지 만들어주는 것이 비이기도 하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빗방울은 우리가 발 디디고 있는 땅 위로도 떨어지지만, 우리의 마음 위에도 파장을 일으키곤 한다.

'지금 내리는 게 비인지 내 눈물인지'라는 말로 일축할 수 있을 정도로, 비와 관련된 노래는 떠나간 연인을 그리는 발라드 곡이 대부분이다. 좀 더 다른 감성과 멜로디로, 색다르게 비를 그려낸 노래 5곡을 소개한다.

 

무심하게 내려와 울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비, '김예림 - Rain'

 

▲ ⓒ 미스틱 엔터테인먼트 공식 유튜브.

'Rain'은 딱히 뭐라 설명할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밖에 없는 감상에 대해 노래한 곡으로, 김예림의 대표곡으로 손꼽히는 노래다. 비가 내리면 누구나 감상에 빠진다는 사실을 전형적이지 않게 풀어낸 가사가 인상적이다. 그녀의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듯하다 노래를 이어 부르는 컨셉은 '이어폰 속의 비 노래를 부르는 가수'라는 가사와 이어져 곡의 감상을 더한다. 'Rain'뿐만 아니라, 이 곡이 수록된 김예림의 미니앨범 'Her Voice'는 그녀의 음색과 가장 잘 어울리면서도 각기 다른 색채의 노래 6곡이 수록된 수작이다.

 

빗물과 함께 날아가는 추억의 향기, '에피톤 프로젝트 - 환기'


▲ ⓒ movie ju 유튜브.

감성적인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환기'는 빗소리를 들으며 떠나간 사람을 떠올리는 노래다. 실제로도 이른 봄비가 내리던 날 만들어진 곡이라고 한다. 이 노래는 어쿠스틱 기타에 차세정의 담담한 보컬이 얹혀, 제목처럼 마음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느낌을 준다. 누구나 창 밖에서 쉼 없이 내리는 비를 보며 아무리 지우려 해도 떠나지 않는 무언가에 대해 온종일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환기'가 수록된 앨범 '각자의 밤'의 의미처럼, 모두에게 다르게 존재하는 밤이지만 누구에게나 평온한 밤이길.

 

하늘을 씻어 내리는 맑은 비, '안녕하신가영 - 비를 기다려'


▲ ⓒ 아리랑 라디오 공식 유튜브.

'비를 기다려'는 비를 싫어하던 사람이 언제부턴가 자주 비를 기다리게 되었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토대로, 안녕하신가영이 여행을 하면서 이를 새롭게 재해석해 만든 곡이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은 무엇이든 좋다는 내용의 노래로, 청아한 피아노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이다. 브러시로 연주하는 드럼 사운드는 톡톡 떨어지는 빗방울의 인상을 준다. 안녕하신가영의 노래를 들으며 맞는 비는 왠지 신발을 젖게 만들거나 버스가 밀리게 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비 오는 날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곡이다.

 

추적추적 내리는 무심하고 짓궂은 비, '전기뱀장어 - 주륵주륵주르륵'


▲ ⓒ 전기뱀장어 공식 유튜브.

'주륵주륵주르륵'은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빗속에 그대로 서 있는 모습을 눈에 보이듯이 그려낸 곡이다. 노래 속의 비는 '추적추적' 내리는 얄궂은 비다. 무심하게 내리지만 이 상황의 주범인 것만 같아 괜히 얄미운 비다. 이 곡은 혼란스러운 감정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주륵주륵이란 의태어 하나로 감각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슬픈 이야기도 유쾌하게 풀어내는 전기뱀장어 특유의 화법이 인상적이다. 간주와 후주에서는 조금씩 다른 느낌으로 바뀌는 청량하고 상쾌한 기타리프도 이 곡의 또 다른 재미다.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는 아련한 비, '스텔라장 - It's raining'


▲ ⓒ 원더케이 공식 유튜브.

'It's Raining'은 2013년 힙합듀오 긱스의 정규앨범 'Backpack'에 스케치 버전이 수록된 이후, 2년 만인 2015년 스텔라장 본인의 이름으로 발표된 곡이다. 초기 버전이 노이즈가 가미된 기타 연주로 뿌연 비의 느낌을 준다면, 솔로 버전은 경쾌한 카혼의 리듬이 어우러져 보다 청량한 비를 떠올리게 한다. 가사 역시 한글로 바뀌어, 비를 통해 지나간 인연을 떠올리는 감상의 순간을 더욱 아련하게 만든다. 원곡은 버벌진트가 피쳐링했지만, 파리에서 촬영된 뮤직비디오에서는 긱스의 루이가 다른 버전의 랩을 선보여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문화뉴스 김소이 기자 lemipasolla@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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