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 문화 해설(解說)은 기사 특성상  '프랭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직장인 존(돔놀 글리슨 분)은 음악에 심취해 틈나는 대로 작곡을 시도하지만 신통치 않습니다. 우연히 해변에서 만난 스폰프르프브스 밴드에 가세해 키보드 연주자가 된 존은 가면을 쓴 리드 싱어 프랭크(마이클 패스벤더 분)의 카리스마와 천재성을 흠모합니다. 아일랜드에서 합숙하며 곡을 만든 스폰프르프브스 밴드는 SNS의 인기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공연 기회를 얻습니다.

Frank Is Not Frank

레니 에이브람슨 감독의 '프랭크'는 커다란 가면을 쓰고 얼굴을 숨긴 프랭크와 그를 중심으로 한 인디밴드 스폰프르프브스에 가담한 존의 좌충우돌을 묘사한 코미디입니다. 엔딩 크레딧에서 밝힌 것처럼 신문 기사에 착안해 제작되어 최근 유행 중인 실화에 기초한 영화 중 한 편입니다. 프랭크는 샤워할 때조차 가면을 벗지 않지만 '나는 숨기는 게 가장 싫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대사를 늘어놓는 기인입니다. 타이틀 롤 프랭크(Frank)가 '솔직하다'는 의미의 형용사이기도 한 점을 감안하면 가면을 쓴 주인공의 이름은 역설적입니다. 'Frank is not frank.(프랭크는 솔직하지 않다)'라는 언어유희도 가능합니다.

존을 비롯해, 이름부터 우스꽝스러운 스폰프르프브스의 다른 멤버들은 프랭크가 천재적 음악 재능을 지녔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프랭크의 천재적 재능이란 불안정한 정신에서 비롯된 치기와 변덕에 다름 아닙니다. 프랭크가 이끄는 스폰프르프브스 멤버들이 추구하는 즉흥적 음악은 20세기 중후반의 사이키델릭 락에 가까워 복고적입니다.

'프랭크'의 등장인물들은 예술을 한다고 진지하지만 관객은 등장인물들이 바보스러워 보입니다. 폭소를 유발하는 영화가 아니라 허무한 실소를 유발하는 블랙 유머에 실망하는 관객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스폰프르프브스가 추구하는 음악 또한 퀄리티가 뛰어나거나 달콤한 음악도 아닙니다. 95분의 길지 않은 러닝 타임이 지루한 측면도 있습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블랙 코미디의 매력

후반과 결말은 반짝거립니다. 트위터와 유튜브의 조회수를 빌미로 존이 유혹하자 의외로 프랭크가 관심을 보입니다. 반면 클라라(매기 질렌할 분)를 비롯한 나머지 멤버들은 밴드를 이탈합니다. 유명세에 현혹된 프랭크를 이끌고 존은 공연에 나서지만 제대로 노래조차 해보지 못하고 참혹하게 실패하는 전개는 강렬합니다. 대부분의 음악 영화들이 무명 주인공이 대중적 인기를 얻으며 성공하는 해피엔딩으로 낙착되는 것과 달리 '프랭크'는 쓰디쓴 귀결에 도달합니다.

하지만 쓰디쓴 결말로만 마무리되지는 않습니다. 존은 수소문 끝에 프랭크를 찾아냅니다. 프랭크의 부모가 온화한 사람들이며 프랭크의 정신 질환이 가면을 고집하게 했다는 설정은 어린 시절 학대 혹은 범죄 트라우마 등 할리우드 영화의 전형적 설정과는 차별화된다는 점에서 인상적입니다.

존은 프랭크를 데려가 후줄근하고 썰렁한 술집에서 공연 중인 스폰프르프브스의 나머지 멤버들에 합류시킵니다. 프랭크는 '너희 모두를 사랑해(I Love You All)'를 부르고 신기루와 같은 인기를 쫓았던 존은 프랭크와 스폰프르프브스를 떠납니다.

전 세계를 통틀어 한국 시장에서 최고의 흥행을 질주하고 있는 음악 영화 '비긴 어게인'과 비교하면 '프랭크'는 대중성이 부족합니다. 두 작품 모두 가수를 지망하는 아마추어 작곡가를 주인공으로 설정했으며 SNS를 통한 홍보를 중시하는 시류를 반영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예정된 해피엔딩에 이르는 매끄럽고 예쁜 '비긴 어게인'과 달리 삐거덕거리며 비극으로 종착되는 '프랭크'는 사실성과 페이소스의 측면에서는 우위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극을 지향한 판타지보다는 가다듬어지지 않은 블랙 코미디가 인생살이의 본질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압권, 마이클 패스벤더

'프랭크'를 관람하는 관객의 초미의 관심사는 과연 마이클 패스벤더가 가면을 벗고 맨 얼굴을 드러내는지 여부일 것입니다. '킹덤 오브 헤븐'에서 한센병을 투병 중인 예루살렘 왕 볼드윈으로 분했던 에드워드 노튼은 가면을 쓰고 등장해 끝까지 맨 얼굴을 노출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프랭크'에서도 마이클 패스벤더가 끝까지 가면을 고집해 그의 얼굴과 표정 연기를 볼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존이 텍사스의 집을 수소문해 프랭크와 재회하는 장면부터 마이클 패스벤더는 맨 얼굴로 등장합니다. 그가 스폰프르프브스의 멤버들 앞에서 처음으로 맨 얼굴로 나타나 눈물을 흘리며 '너희 모두를 사랑해(I Love You All)'를 음유시인처럼 읊조리는 결말의 연기는 압권입니다. 이제는 맨 얼굴의 프랭크가 스폰프르프브스와 함께 하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단 인기라는 허명을 좇다 깨달음을 얻고 떠난 존은 제외입니다. 존의 이탈로 스폰프르프브스는 세 명의 키보드 연주자를 잃는 징크스를 이어갑니다.

프랭크가 아일랜드에서 독일인들을 상대로 독일어를 사용해 기지를 발휘하는 장면은 마이클 패스벤더가 아일랜드인 아버지를 두고 독일에서 태어났음을 상기시킵니다. 홀로 글러브와 야구공을 가지고 노는 장면은 프랭크가 미국 텍사스 출신이라는 설정을 일깨웁니다. 프랭크가 공연을 앞두고 가면에 화장을 하고 여장을 한 것도 볼거리입니다. 존이 유혹해 프랭크가 참가를 결정하는 음악 페스티벌 South by Southwest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매년 3월 실제로 개최되는데 알프레드 히치콕의 걸작 스릴러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의 원제 'North by Northeast'의 패러디에서 비롯된 이름입니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입국할 때 프랭크가 가면을 벗었는지 여부입니다. 극중에서는 생략해 의문을 자아냅니다. 프랭크가 미국 국적을 지녔다고는 하지만 가면을 벗지 않고는 입국 심사를 통과할 수 없었을 테니 말입니다.

[글] 아띠에터 이용선 artietor@mhns.co.kr
'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운영자. 영화+야구+건담의 전문 필자로 활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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