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밀양연극제 연희단거리패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이채경 번역 알렉산더 젤딘 연출의 맥베스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제16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의 <맥베스>는 영국출신 알렉산더 젤딘(Alexander Zeldin)의 연출력과 아일랜드 출신의 사말 블랙(Samal Blak)의 무대가 밀양연극촌 성벽극장에서 움직이는 그림 같은 배우들의 연기와 그것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형식의 영상화면으로 탄생되었다. 알렉산더 젤딘(Alexander Zeldin)은 영국 국립극장 상임연출이다. <그녀 얼굴의 가루> <링 사이클> <잔니 스키키>를 연출하고 2011년 연희단거리패의 맥베스를 연출했다.

알렉산더 젤딘(Alexander Zeldin)은 연출노트를 통해 "<맥베스>는 '풍요로운 삶 속의 눈먼 야망'에 관한 현대비극'"이라고 농축했다. 던컨만 죽이면 왕과 왕비가 되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맥베스와 그의 부인. 살인을 결심하는 순간, 둘의 관계는 가장 강렬한 순간에 이른다. 하지만, 살인을 저지르면 그 감정도 부서지기 시작하는데. 인간 안에 도사리는 의심과 불안이 만들어내는 폭력의 고리들. 연출가는 "누군가를 죽인다는 행위가 결국 그들 자신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이 연극은 살인으로 표현된 폭력에 관한 것이요, 이 폭력이 개인적·현실적으로 어떤 반향을 일으키는지 보여주는 맥베스 부부의 가정극 형식으로 연출했다"고 말했다.

최초의 <맥베스> 영화는 1948년에 명배우 오손 웰즈가 감독한 <맥베스>이다. 시대적 배경을 현대로 하고 셰익스피어 원작의 줄거리를 따랐으나,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영화로 당시에는 혹평을 받았으나, 상징성과 기법에서 현재는 좋은 영화로 평가를 받는다.

1971년에 제작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맥베스>는 세 명의 마녀가 아니라, 수많은 마녀와 마녀의 나신, 그리고 레이디 맥베스까지 몽유병 상태에서 나체로 출연을 시키는 등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장면이 많은 영화로 기억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극단 신협이 1950년대 초반 6 25 동란기간에 <햄릿> <오셀로> <맥베스>를 공연했다.

   
 

<맥베스>는 스코틀랜드의 역사에서 취재한 작품이다. 주인공 <맥베스>는 국왕 덩컨(Duncan)의 사촌으로 귀족이며, 반란군을 진압하는 등 많은 전투에서 공적을 쌓은 훌륭한 장군이다. 인간성이 풍부하지만 연약한 성격에다 강렬한 시적 감수성을 지닌 그는 어느 날, 장차 스코틀랜드의 왕이 되리라는 마녀들의 예언을 듣고 엉뚱한 야망을 품는다. 그의 아내 역시 그에게 왕이 되라고 부추긴다.

그는 덩컨 왕을 시해하고 왕위에 오르지만, 점점 많은 사람을 죽이는 폭군으로 전락한다. 그러나 맥베스 부부는 죄의식과 양심의 가책으로 공포와 불면의 나날을 보낸다. 마침내 부인은 몽유병의 발작으로 절벽에서 떨어져 죽고, 맥베스도 왕자 맬컴(Malcolm)과 함께 잉글랜드 지원군의 도움을 받아 쳐들어 온 맥더프(Macduff)의 칼을 맞고 죽는다. 권력의 욕망이 비극적 종말을 불러온 것이다. 이제 정당한 왕위계승자인 왕자 맬컴이 왕위에 오르고 스코틀랜드는 질서가 회복되어 안정을 되찾는 등 모든 비정상적인 것들이 바로 잡혀 제자리를 찾게 된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서 비교적 짧은 작품이며, 사건이 신속하게 집약적으로 전개되는 특성이 있다. 작품의 구성을 보면 부차적 사건(sub-plot)이 없고 플롯은 오로지 주인공 <맥베스>에게 집중되고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의 주의는 <맥베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극은 주인공 한 사람에 대한 분석 이상의 그 무엇을 제공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맥베스>의 왕위 찬탈 과정에서 보는 것처럼 마녀들의 예언이 곧장 현실로 이루어지는 등 사건이 속도감 있게 집약적으로 전개되어 관객에게 강렬하고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셰익스피어 비극의 구조는 3부로 되어 있다. 제1부는 극의 갈등을 일으킬 사건을 설명하는 부분인데, 제시부분(Exposition)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짧은 소동과 혼잡이 일어나고 주인공은 화제에만 올라 관객을 긴장시킨다. 제2부는 갈등의 시초·전개·기복을 취급하는데 이것을 갈등부분(Conflict)이라 한다. 여기에서는 사건이 생장하고 절정(Climax)을 지나 전환점에 달한다. 제3부는 갈등의 결말이다. 여기에 이르면 흔히 전쟁이 벌어지고 사건이 자연스런 파국적 결말을 맞게 된다. 이것을 대단원(Catastrophe)이라 한다. <맥베스>는 이러한 전형적인 셰익스피어 비극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성벽극장의 <맥베스>의 무대는 아래 위층 구조로 만들었다. 상수 쪽 이층의 현관 계단을 내려오면 아래층의 넓은 공간이 응접실로 사용되고 중앙의 사다리 같은 계단을 올라서면 레이디 맥베스의 침실이 된다. 침실에는 백색의 촘촘이 절단된 휘장이 드리어지고, 그 휘장에 영상을 투사해 인물들의 동태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형국으로 연출된다.

도입에 맥베스와 뱅코우가 현대식 군복정장으로 등장해 마녀들과 만나는 장면에서 출발하고, 덩컨과의 조우, 맥베스 부부의 권좌를 향한 음모와 덩컨 왕을 살해한 후의 맥베스의 후회와 심적 고통이 강조되고, 그리고 권좌에 오른 것을 축하하는 연회장에서 맥베스의 살해관련고뇌가 덩컨왕의 망령을 접하게 되면서 광적으로 분출되고, 축하객들은 맥베스가 왕을 시해했음을 짐작하게 된다.

맥베스는 마녀들의 예언을 신뢰하면서도 비극적 결말을 차단하기 위해 맥베스는 던컨 왕과 뱅코우의 아들까지 살해하려들지만 실패하고, 살해당한 두 사람의 아들인 말콤과 맥더프는 힘을 합쳐 맥베스를 공격한다. 버남 숲이 이동을 하고, 여자의 배를 가르고 나온 남자 맥더프에게 살해당하는 원작 대신 대단원에서 맥베스는 레이디 맥베스처럼 자결하는 장면과 등장인물 전원이 맥베스의 시신을 들여다보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윤정섭이 맥베스, 김소희가 레이디 맥베스로 출연해 탁월하고 출중한 기량으로 호연을 펼친다. 김영학, 박정우, 박현승, 신명은, 진현수, 정수연, 이민배, 노심동, 조문경, 최동혁, 김갑연, 클라우디아, 오세호, 김유철 등 출연자 전원의 자연스럽고 절제된 연기가 연극을 고품격 고수준으로 이끌어 간다.

무대 의상디자인 사말 블랙(Samal Blak), 조명디자인 조인곤, 음악구성 신이치 등 스텝 진의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제16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참가작, 연희단거리패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이채겅 번역, 알렉산더 젤딘 연출의 <맥베스>를 연출가의 창의력이 돋보이고, 연기자들의 기량이 드러난 한편의 명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