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공연예술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다채로운 관극 체험의 기회를 제공해온 '드라마 전시'의 세 번째 시리즈 '노크하지 않는 집'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공연됐다.
 
'드라마 전시(Drama Exhibition)' 장르는 2006년 떼아뜨르 노리가 처음으로 시도하기 시작했으며 안무와 사진, 설치미술, 드라마, 영상, 음악 등의 각기 다른 예술 장르를 한 공간 안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함으로써 관객들과 새로운 소통의 장을 열었다.
 
'낮에는 전시, 밤에는 공연'이라는 이색 타이틀 롤을 필두로 2006년에는 아르코미술관에서 첫 번째 '그녀의 집', 2007년에는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에서 두 번째 '그녀의 집'으로 성공적인 결과물을 선보이며 많은 관심과 호응을 얻었다.
 
지난 해 9월 그 3탄으로 새롭게 베일을 벗은 '노크하지 않는 집'은 한국공연예술센터 '새개념공연예술시리즈 선정작'이자,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활성화 다원예술부문 선정작'으로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올해는 국내 최대 공연예술축제라 할 수 있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국내공식초청작으로 선정되어 다양한 관객들과 만났다.
 
'노크하지 않은 집'은 '공감의 작가'라는 칭호로 불리며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김애란 작가의 소설집 '달려라 아비'에 포함된 단편 '노크하지 않는 집'을 이야기 전개의 모티브로 삼았다. 김애란 작가의 데뷔작인 동시에,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 소설 부문을 수상하며 발표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은 이 단편 소설은 하숙집에 살고 있는 여자 여섯 명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 여성들의 이야기는 이 작품을 통해 고스란히 그 온기를 부여 받아 책 속을 나와 공간에서 살아 움직인다. 이 소설을 나침반으로 하여 이 작품의 스토리텔링은 명확한 축을 지니게 되는 셈이다. 때문에 이 작품은 시각적인 볼거리와 청각적인 들을 거리, 그리고 직접 체험해보는 감각적인 요소들뿐만 아니라 스토리가 살아있는 생생한 '드라마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직업도, 생활패턴도 모든 것이 너무 다른 다섯 여자가 한 건물, 한 층의 단칸방에서 살아간다. 그녀들은 모두 각자가 살고 있는 상황의 삶으로도 충분히 고달프다. 그렇기에 자신의 삶, 그 테두리 밖에 있는 다른 네 여자에 대해서는 온전히 무관심한 타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미래가 불안한 '편의점녀', 빛 독촉에 시달리며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마트녀', 너무나 소심해서 하고 싶은 말을 포스트잇으로 전하는 '불면증녀', 그리고 그녀를 찾아오는 애증의 아버지. 남자친구 때문에 항상 웃고 우는 '술녀', 왕년에는 잘 나갔지만, 지금은 비정규직 학원선생을 하고 있는 '침녀'.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그녀를 찾아온 '불청객 후배녀'까지. 아무런 연관이 없을 것만 같았던 그녀들이 어느 날부터 하나의 중첩된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는 내용이다.
 
   
 
 
출근에서 퇴근으로 이어지는 그녀들의 일상이 '파트1'에서는 관객들의 시선을 끄는 전시로, '파트2'에서는 관객들의 훔쳐보기식 관람이 가능한 퍼포먼스로, '파트3'에서는 내면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는 드라마로 펼쳐졌다. 이들 파트의 조합은 하나의 이야기를 체험하고 해석함에 있어서 감성적인 공연 관람과 이성적인 접근, 사색이 중심인 전시적인 체험을 모두 가능하게 하여 '감성적 사색의 경험'을 이끄는 새로운 형식의 공연으로 탄생됐다. 이 작품은 다양한 장르가 모여 한 공간 안에서 상생하고 공존하는 신개념 예술의 새 장을 열어 보이며 관객들로 하여금 인터렉티브한 공연체험을 가능토록 했다.
 
'드라마 전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신선하고 혁신적인 연출로 주목받아온 이항나 연출, 1998년 이탈리아 토리노영화제 대상 비평가상관객상과 그리스 테살로니키영화제 은상에 빛나는 민병훈 감독, 차세대무용가로 주목받아온 윤푸름 안무가, 그리고 혜화동 1번지 5기 동인이자 극단 거미 대표로 독창적인 영상 미학을 선보여온 김제민 감독, 독특하면서도 특색 있는 무대를 선보여온 무대 디자이너 이진석이 함께 만났다는 점에서 이 작품에 쏟아지는 기대와 관심은 뜨거웠다. 
 
문화뉴스 신일섭 기자 invuni1u@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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