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부터 현대음악까지 광범위한 레퍼토리로 100장 넘는 음반

출처 : 빈체로

[문화뉴스 MHN 김인규 기자] ‘베토벤 전문가’는 오스트리아 출신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3)에게 평생 따라붙은 말이다. 자존심 강한 예술가들에게 누군가의 전문가라는 별명은 자칫 달갑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부흐빈더는 이 수식어를 사랑한다.

그는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처음 베토벤을 연주했을 때부터 베토벤이 내 인생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부흐빈더는 오는 7일 대구를 시작으로 광주, 인천, 서울에서 다섯 차례 공연한다. 2012년 이후 6년 만에 내한하는 그는 "한국은 클래식 공연장에서 젊음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나라"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1948년생인 그는 1952년 10월 빈 국립음대에 입학했다. 악보 읽는 법을 모르던 네살 천재 꼬마는 라디오에서 들어본 노래를 연주하고도 합격증을 받았다.

그는 이후 바흐부터 현대음악까지 광범위한 레퍼토리로 100장 넘는 음반을 남겼다. 베토벤 소나타 전곡(32곡) 사이클을 50회 이상 가졌으며 전곡 음반은 세 차례나 발매했다. 베토벤 전문가로서 독보적인 발자취다.

베토벤을 파고드는 게 지겹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없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는 “한 소나타를 준비하고 그다음 소나타를 준비하다 보면 내 안의 잠들었던 무엇인가 깨어나는 걸 느낍니다. 베토벤은 제 영혼, 몸, 그리고 심장에 모두 살아있거든요. 베토벤과 함께할 수 있다면, 하루 24시간도 이야기할 수 있어요.”라고 전했다.

출처 : 빈체로

부흐빈더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에디션을 무려 39판이나 소장한 열렬한 악보 수집가이기도 하다. 완벽한 건반 컨트롤과 풍부한 색채의 터치는 이런 집요한 연구에서 나온다.

"한국에서는 프란츠 리스트 에디션으로 연주해볼까 합니다. 프란츠 리스트는 에디터로서는 베토벤의 오리지널 운지법에 집중했습니다. 베토벤의 운지법을 바탕으로 우리만의 테크닉과 운지법, 즉 우리만의 베토벤을 개발해야겠죠? 그러기 위해서 우선 베토벤의 아이덴티티가 그대로 담겨있는 에디션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프란츠 리스트의 에디션은 자주 손이 가곤 합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1년 앞둔 올해. 그의 달력은 촘촘한 일정으로 들어찼다. 유력 음반사 도이체 그라모폰과 손잡고 베토벤의 역작인 '디아벨리 변주곡'을 재해석한다.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막스 리히터, 도시오 호소카와, 탄둔 등 저명한 작곡가들이 힘을 보탠다.

부흐빈더는 "나는 언제나 베토벤을 연주하기 때문에 2020년이 다른 시즌과 비교해 특별하지 않게 여겨질까 걱정"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부흐빈더는 오는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공연에서 베토벤 소나타 10번과 13번, 8번 '비창', 23번 '열정', 25번을 연주한다. 그는 이번에도 청중과 베토벤을 나누며, 그로부터 또 새로운 것을 배울 것이다.

"많은 사람이 제 베토벤 연주를 듣고 '보다 자유로워졌다'고 합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나이 들수록, 베토벤을 알아갈수록 자유로워지는 걸 느끼죠. 바로 그 감정이 제 해석에 변화를 주고요. 베토벤이라는 사람과 음악을 탐구할수록 제 음악의 새로운 가치를 찾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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