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치즈(Cheeze)는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청혼하고('결혼해주오') 말랑말랑한 마들렌을 사랑의 시작에 비유('Madeleine Love')하는 등 한번 들으면 절대 잊히지 않는 음악을 선보인다. 스윙, 삼바 등의 리듬을 통해 개성 넘치는 음악을 보여주던 1집부터 "웃는 내 모습이 좋다면 슬픈 나도 좋아해 줘요('퇴근시간')"라며 진솔한 감정을 노래해 울림을 주는 1.5집을 지나, 이번 EP 앨범 'Q'는 좀 더 보편적이고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끼'라는 뜻의 팀 이름처럼, 치즈는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치즈의 단독공연 '무드 인디고'는 여름 맞이 공연이자, EP 앨범 'Q' 발매 이후 첫 단독공연이다. 여러 공연 및 인터뷰 등으로 활발한 공연을 이어가던 중, 오랜만의 단독공연이라 더욱 많은 주목을 끌었다. 'Q'의 더블 타이틀 곡 '무드 인디고'와 동명인 이번 공연은 지난 7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백암아트홀에서 진행됐다.

 

   
▲ 공연장 로비에 설치된 포토존. 보컬을 맡고 있는 달총(왼쪽)과 건반을 맡고 있는 구름(오른쪽).

가장 눈에 띈 것은 로비의 포토존부터 무대, 멤버들의 의상까지 '꽃'과 '잎'으로 일관된 테마였다. 포토존에는 EP 앨범 콘셉트 사진에 사용됐던 아트작품과 크고 작은 열대나무가 배치되어 시원하면서도 감각적인 느낌을 살렸다. 무대는 천장의 바텐을 이용해 기다란 꽃장식을 거꾸로 매달았으며, 무대 바닥, 업라이트 피아노 위, 테이블 위 등 곳곳에 열대나무 화분과 꽃들이 놓였다. 멤버들의 의상 역시 꽃을 포인트로 하고 있어서, 세심하면서도 감각적인 콘셉트 디자인이 돋보였다. EP 앨범의 콘셉트를 효과적으로 살리고자 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예쁘게 준비된 무대를 가리고 있던 커튼이 열리고, 공연제목과 동명인 곡 '무드 인디고'로 공연의 막이 열렸다. 'How can I do'를 비롯해 밝은 정서의 두 곡은 경쾌하면서도 달달한 멜로디가 공연의 시작에 대한 설렘을 더했다. 다음으로는 '일기예보', 'Romance'가 이어졌다. 자칫하면 애매해질 수 있는 담담한 감정선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달총의 음색이 돋보였다. 'Ballons', '깊이 아래로'는 잔잔한 멜로디로 공연의 감정선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구름의 건반뿐만 아니라, 베이스, 기타, 드럼, 플루트·색소폰 등의 관악기까지 더해진 구성인 만큼, 음원과는 달리 대부분의 곡들이 밴드 버전으로 바뀌었다. 음원에서는 치즈 특유의 캐치한 멜로디가 기타나 신시사이저로 표현됐다면, 공연에서는 플루트나 색소폰, 혹은 일반적인 음색의 피아노로 바뀌는 식이었다. 일부 곡은 기존의 멜로디가 MTR을 통해 재생되는 대신, 피아노나 일렉기타 등을 통해 새롭게 변화해서 그 차이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밴드 셋 공연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질감과 연주자들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이에 더해, 특별한 선물 같은 노래가 이어졌다. 2014년 발매된 달총의 솔로곡 'Alone'과 구름의 자작곡으로 각자의 역량을 엿볼 수 있었다. 'Alone' 앨범아트를 촬영하기 위해, 홍대 산골짜기를 올랐다는 에피소드에서는 "자급자족(!)의 방식"으로 작업하던 시절의 애환이 느껴졌다. 다음으로 밴드편곡이 돋보이는 '피노키오', '티켓'과 '어떻게 생각해'의 떼창을 통해 공연의 분위기는 점점 더 고조됐다.

듣고 싶은 곡을 추천하는 사전 이벤트 덕분에 공연에는 팬들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그 결과, 평소 라이브로 듣기 어려웠던 1집의 수록곡들이 공연의 후반부를 장식했다. '조별과제', '망고' 등의 특히 많은 사랑을 받은 곡들부터 'Have a nice day'와 같은 떼창곡, 숨겨진 보석 같은 '빠빠빠'까지 들을 수 있었다. 특히 '망고'에는 달총과 구름의 랩이 더해져, 야수의 랩을 듣지 못하는 팬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다음으로 물 흐르듯 이어지는 '모두의 순간'과 앵콜 곡 'Madeleine Love', '퇴근시간'으로 공연은 마무리됐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데뷔 4년차 아티스트로서, 이들은 여유로운 공연 호흡을 선보였다. 소화하기 어려운 곡들을 음원 이상으로 소화하는 달총, 자신 사이를 마주보고 놓여있는 키보드와 업라이트 피아노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연주하는 구름의 모습은 이들의 탄탄한 경험을 엿볼 수 있게 만들었다. 반면 "막공 때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기로 했다"며 풋풋하면서도 통통 튀는 모습으로 공연을 진행해서, 반전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치즈는 자만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공연을 즐기는 여유를 보여줬다. 감각적인 무대 디자인과 깔끔한 무대 배치, 리듬까지 표현해내는 조명에서도 꼼꼼한 준비를 느낄 수 있었다. '망고'의 초반부 가사 "I have a 'chance' to fall in love"가 "I have a 'cheeze' to fall in love"와 같이 들리는 것처럼, 일단 공연을 한번 보고나면 이들에게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글] 문화뉴스 김소이 기자 lemipasolla@mhns.co.kr
[사진]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