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드디어 한국에서 좀비 영화가 나왔습니다! 첫 한국형 좀비 영화 '부산행', 예상외로 탄탄한 스토리와 빠른 전개로 2016년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찍었습니다. 천만 영화가 된 '부산행'의 솔직한 리뷰를 확인하세요. 아직 못 보신 분들은 스포일러가 있다는 점을 주의해주세요.

 
첫 번째로 인상 깊게 보았던 것은 '낯선' 한국 좀비 영화에서 익숙한 부분들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부산행'의 공간적 배경이 KTX인 만큼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떠올랐습니다. '설국열차'에서는 꼬리 끝 칸에 있는 주인공이 열차의 맨 앞으로 한 칸 한 칸 싸워나갑니다. 그런 설정도 '부산행'에서 보였습니다. 주인공들이 딸과 아내 그리고 친구를 구하기 위해 9호 칸에서 13호 칸까지 한 칸 한 칸 싸워나가는 설정이 정말 '설국열차'와 비슷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또 좀비들을 보면서 '월드워 Z'가 생각났습니다. 좀비가 헬기에 매달리는 장면이나, 좀비가 우르르 쏟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월드워 Z'의 좀비들이 생각났습니다. 이외에도 어디서 많이 봤다고 생각이 드는 부분과 설정도 많지만, 어디서 봤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네요. 아무튼, 이렇게 어디서 많이 본 장면들과 설정을 넣어주어 낯설게 느껴지는 '한국 좀비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경계심을 어느 정도 풀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인상 깊게 본 것은 바로 한국 사회에 대한 묘사입니다. 어느새 한국 사회는 '나만 잘살면 돼'라는 생각을 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부산행'에서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아주 현실적으로 보여줍니다. 보는 관객들이 찔릴 정도로 말이죠. 저는 특히 수안이(김수안)를 통해 한국 사회의 아이러니를 보았습니다. 아이들에게는 학교나 가정에서 양보와 남에 대한 배려를 가르치면서 몸소 그것을 실천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실천하는 수안이를 다그치는 우리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영화 보는 내내 정말 뜨끔하더라고요.
 
 
   
 
 
그리고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는 인물에 대한 디테일에 신경 쓰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관객들은 상황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인 '석우'(공유)와 버스 상무 아저씨 빼고 나머지 인물들은 어디서 뭘 하는 사람들인지 관객들은 알 수 없습니다. 야구 소년인 최우식의 캐릭터도 야구부인 것을 유니폼으로 알 수 있지만, 어떤 포지션인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가끔 영화에서 보이는 장면 중 하나가 막 쫓기다가 잠시 멈추고 서로의 이름과 정보를 공유하는 장면입니다. 이런 장면들은 가끔 흐름을 끊기도 하는데, '부산행'에서는 그런 장면이 없습니다. 영화 초반에 아빠가 뭐 하는 사람인지 '상화'(마동석)가 수안이에게 물어보는 장면 말고는 캐릭터 간의 정보 공유는 없습니다. 생존을 위한 긴박한 상황에서 서로 알아갈 시간은 현실 세계에서도 없습니다. 그런 장면을 빼면서 오히려 영화의 흐름을 살리고 현실성을 더 하면서 관객들은 영화 속 극적인 상황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부산행'이 걸작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영화의 오락성은 마동석이 짊어지고 갔고, 보면 볼수록 빈틈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걸 다 제쳐두고 첫 한국 좀비 영화가 기존의 할리우드 좀비물을 어설프게 따라 하지 않았다는 게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칸 영화제에 초청됐고, 천만 관객을 찍은 게 아닐까요?
 
영화 MCN 채널 '시네마피아'의 새로운 프로젝트 '미쓰리의 솔직한 리뷰'를 소개합니다. '시네마피아'는 문화뉴스와 함께 하는 영화 MCN 채널입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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