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문영호 관장이 말하는 박물관 운영

   
▲ 9일 개관을 한 국립한글박물관의 전경
[문화뉴스] 국립한글박물관이 지난 9일 한글날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내에 개관했다. 건축 연면적 1만 1,322평방미터,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전시, 체험, 배움의 공간으로 꾸며졌다. 1층에는 도서관 '한글누리'가 위치하고 2층에는 상설전시실과 한글문화상품점, 찻집으로 활용될 공간 '아름누리'가 들어섰다. 3층은 기획전시실과 어린이를 위한 한글놀이터, 외국인을 위한 한글배움터 공간으로 활용한다. 관람은 무료다.
 
한글박물관은 한국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한글의 역사와 가치를 일깨우는 전시, 체험, 배움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글이 걸어온 길'을 주제로 유물과 영상, 조형물 등이 전시된다. 특히 '훈민정음 해례본'과 '용비어천가', '월인석보'와 같은 한글창제기의 국보급 유물과 함께 생활 속 한글 사용을 엿보게 하는 한글 편지와 악보, 한글을 새긴 도자기 등도 내놓는다. 개관에 맞춰 기획전시실에서는 '세종대왕, 한글문화 시대를 열다'를 주제로 한 기획전시가 마련됐다.
 
한글박물관은 2010년 박물관 건립 기본계획을 수립해 2013년 8월 준공됐다. 전시 등 박물관 운영방향 정립을 위해 한글 관련 학계, 디자인, 문화예술계 전문가 30명으로 구성된 개관위원회가 2013년부터 활동해 왔다. 올해 2월부터 개관을 위한 실무를 수행하고 있다. 개관 마무리작업이 한창인 9월 30일 문영호 초대 한글박물관장을 만났다.
한글박물관 개관의 의의는 무엇입니까?
ㄴ 한글은 창제자와 창제 시기, 문자 사용방법 등이 기록으로 남은 유일한 문자입니다. 어느덧 세계인이 배우는 문자가 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한글에 대한 역사적 자료를 수집·보존하는 곳이 없었습니다. 이런 역할을 할 기관이 필요하다는 한글학계의 요구가 지속돼 왔습니다. 이제 한글박물관이 개관하면서 한글 고문헌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출판된 한글자료, 한글 관련 행사 기록, 한글 소재 생활용품이나 예술품 등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자료를 미래세대에 전승하고 연구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입니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 1천만명 시대에 맞춰 한글의 가치를 널리 홍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개관 준비 과정에서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었습니까?
ㄴ 세계 국립박물관 중 문자를 단일 주제로 한 박물관은 갑골문자가 발견된 중국 허난성 문자박물관과 우리나라 한글박물관 2군데뿐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문자라는 단일 주제로는 박물관 운영이 까다롭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시 구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단순히 옛 책을 보여주는 전시만 하게 되면 지루하기만 합니다. 한글에 담긴 콘텐츠를 이야기로 풀어서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또 각종 영상물과 시설물로 다양한 연출을 시도하고, 어린이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체험공간을 마련했습니다.
 
   
▲ 한글의 역사와 가치를 알릴 국립한글박물관이 9일 개관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의 문영호 관장.
 
준비 과정에서 다른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ㄴ 전시자료를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현재 1만 100점의 자료를 소장 중인데, 소장자료의 자기보유 비율도 다른 박물관에 비해 아직 낮은 편입니다. 제한된 예산으로 인해 기증 외에는 자료마련이 여의치 않아 내년에는 체계적인 수집을 위해 기증운동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또 박물관 공간이 비교적 넓지가 않습니다. 기획전시실이 전시 준비에 들어가는 2~3개월 동안 대안이 될 만한 공간이 없어서,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상설전시실의 배치를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도록 고안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부지 내에 위치한 것이 특징인데,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ㄴ 중앙박물관과 한글박물관은 건물만 가까운 게 아닙니다. 전시, 해설, 교육, 마케팅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서로의 자료를 쉽게 대여할 수 있고, 함께 다양한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중앙박물관의 조선실·석조물 공원과 다양한 분야에서의 한글 보급을 주제로 한 한글박물관 상설실 2부를 연계하면 한글 창제로 조선시대 삶이 어떻게 달라지게 됐는지를 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협업으로 시너지를 만들고 중첩된 업무는 서로 분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박물관을 운영할 계획입니까?
ㄴ 한글이라는 단일 주제를 다루지만, 단순히 그것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문자로부터 시작해 우리 문화 전체를 엿볼 수 있는 박물관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또 전례가 많지 않은 만큼 영상, IT, 예술과 접목하는 다양한 연출을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과학, 산업, 예술 등 여러 분야와의 소통을 통해 한글의 문자·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중심 기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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