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기사부터 진주검무, 냉면까지... 역사적 의미와 멋, 맛까지 갖춘 교방 문화
진주 빛낸 인물 논개 기리는 진주논개제, 오는 24일 개막
[문화뉴스 MHN 김재정 기자] "기생문화 아닙니다. 오랜 역사와 풍류, 멋, 맛을 이어온 교방문화입니다"
경남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연구하기 위해 모인 진주향당의 주최로 최근 국립 진주박물관에서 '교방문화, 그 풍류와 멋을 찾아서'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참가자들이 뜻을 모은 의견이다.
진주의 문화재와 함께 삶 속에 자리잡아온 역사인 교방문화(敎坊文化)는 국내에서 기생 문화처럼 많이 왜곡되어 있고, 심포지엄에서도 이에 대한 안타까움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교방은 조선시대 기녀들을 중심으로 춤과 노래 등 가무를 관장한 기관으로 교방문화의 기생 학교를 '권번(券番)', '기예(妓藝)' 등으로 불리었다.
진주를 대표하는 문화재 사적 제118호인 진주성에는 진주를 대표하는 인물 논개(論介)의 충절을 잇는 경남도 문화재자료 제7호 의기사(義妓祠)가 있다.
이 사당에서는 1593년(선조 26년) 임진왜란의 제2차 진주성 전투 이후 성이 함락되고 7만 명의 민관군이 순절하자 논개가 촉석루 아래 의암으로 왜군 적장과 함께 몸을 던진 기개와 충심을 기려 영정과 위패를 모시고 있다.
촉석루 아래에는 논개가 당시 순국한 바위가 그대로 있으며 1629년(인조 7년)정대륭이 벽면에 새긴 의암(義巖)이 생생히 남아있다.
논개를 기리는 진주만의 문화는 또 있다.
논개를 추모하는 내용의 제사용 노래와 춤으로 구성된 150년 전통 제례의식 의암별제(義巖別祭)는 진주 교방문화의 정수라 불리고 있다.
자신을 아끼지 않은 논개를 기리는 이 의암별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여성들만이 제관으로 참여가능한 제례의식이다.
또한 진주 전통예술의 극치라 불리는 국가무형문화제 제12호 진주검무(晉州劍舞) 역시 교방문화의 일부이다.
진주 문화를 이야기하는 곳에서 진주 한정식을 빼놓을 수 없다.
진주 한정식은 진주 교방청(敎坊廳)에서 만든 연회음식으로, 전국의 다양한 교방문화의 교과서라 불린다.
그 중에서도 교방문화의 맛을 대표하는 음식은 진주냉면으로 꼽힌다.
진주의 예기들이 새참으로 즐기거나 지역의 권력가, 재력가들이 야참으로 즐겨 찾았던 진주냉면은 밥보다 소화 흡수가 잘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메밀의 차가운 기운이 몸의 열기를 식혀주어 해장에도 안성맞춤이며 맛에서도 빠지지 않아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진주향당 황경규 상임대표는 "일제 강점기와 근현대를 거치면서 이른바 예기(藝妓)와 기생(妓生) 구분이 사라지면서 기생문화라는 그릇된 인식 확산으로 전통문화예술을 계승해 온 교방문화가 이 땅에서 소멸하다시피 한 것은 두고두고 아쉽다"고 지적했다.
또한 황 대표는 "다행히 지역에서 진주 문화유산인 교방문화 흔적을 찾아내고 역사와 문화 예술성에 대한 학술연구와 진주 교방문화단지 조성 운동 등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진주향당은 지역 교방문화의 상징으로 문화재청 생생문화재활용사업에 선정되어 진주성, 진주검무, 의기사 등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할 예정에 있다.
한편 진주향당은 진주민속예술보존회와 함께 진주를 비롯한 전국 각지 교방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교방문화연구회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진주시는 오는 24일부터 3일간 진주성, 남강 일원에서 임란 때 순국한 논개를 기리는 제18회 진주 논개제를 열고 국내 유일 여성 제례 의암별제 등을 화려하게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