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 스틸러(Scene Stealer)'.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 장면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배우들을 말한다. 이들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연처럼 주목받는 조연배우들이다. 문화뉴스의 [대한민국 탑 아트스틸러]는 대중적인 주류는 아니더라도 각자의 분야에서 큰 인정을 받으며 My way'를 걷고 있는, 우리 문화예술계를 빛내고 있는 소중한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문화뉴스] 홍대입구역 9번 출구를 나서면 젊은 청년들의 음악소리가 들린다.

홍대를 유명하게 만든 이 주역들은 '걷고 싶은 거리'에서 만날 수 있다. 아니, 지금에 와서 이름을 다시 붙인다면 '멈추고 싶은 거리'라고 부르고 싶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젊은이들의 노랫소리가 발목을 붙잡고 귀를 사로잡기 때문이다.

'버스커'들에 대한 관심은 Mnet '슈퍼스타K3'에서 '버스커버스커'가 일약 스타덤에 오르면서 더욱 높아졌다. 그들만의 문화가 대중적인 구색을 갖춘 것이다. 하지만 버스킹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많아도 너무 많아진 버스커들은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아닌 인기를 위해 대세에 편승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됐다.

소음이 아닌 '음악'을 듣기 위해, 길거리를 '작은 공연장'으로 바꿔버리는 진짜 버스커 '분리수거'를 소개한다. 

   
 

2013년 2월, 우리가 잘 아는 '분리수거'가 탄생했다. 그 전에는 대학교 동기로 7년을 함께한 김석현(27), 염만제(27), 최현석(27)으로 있었으나, 맏형 박종민(35)의 합류로 지금의 모습이 완성됐다. 개그 퍼포먼스부터 시작해서 노래까지, 거기다 진행까지 완벽한 그들은 종합예술밴드다.

요즘 근황은 어떤가요?
ㄴ 김 : 저번주에는 '버스킹tv' 라디오에 게스트로 나갔구요, 보통 월요일은 쉬고 화요일이랑 수요일에는 공연 연습과 회의를, 목‧금‧토‧일요일에는 공연을 해요. 한 달에 4-5번 정도는 외부 공연도 있구요.

그렇군요. 카페이름에 '힐링이 되고 싶은 광대'라고 되어 있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ㄴ 김 : 저희 입으로 저희가 '힐링'이라고 하면 낯 간지럽구요, 관객 분들이 공연이 끝난 뒤에 메시지가 와요. '오늘 힘든 일이 있었는데 공연 덕분에 잊었다', '오늘 시험 떨어져서 기분이 우울했는데, 즐거웠어요. 감사해요' 이렇게. 그러다 때마침 '힐링' 붐이 불어서 거기에 편승했죠. (웃음)
염 : 저랑 같이 사는 형은 우울증이 있었는데, 저희 공연을 보고 치유가 됐습니다. (박수)

방금 공연을 보니, 관객들에게 짓궂게 장난도 치더라고요.
ㄴ 김 : 저희는, 저희가 먼저 바닥이 돼요. 저희가 만약에 관객들 위에서 '너 못생겼어' 이러면 관객들이 싫어했겠죠. 그런데 저희가 먼저 탈모라고, 뚱뚱하다고, 말 못한다고 먼저 내려놓으니까. 옛날에 어떤 관객이 그러더라구요. 분리수거라고 하면 안 얄밉다고. 저희는 팁박스 주면서 '돈 내놔' 이러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웃잖아요. 그런 이미지로 자리 잡은 거죠.
박 : 다른 팀에서는 '안 볼 거면 가'라고 했더니 진짜 다 가고, 돈 내놓으라고 했더니 분위기가 싸해졌대요. (웃음)

 

 

 

관객들과 소통하는, '분리수거'이기 때문에 가능한 모습이네요. 이제 어엿한 2집 앨범 가수에요. 앨범명이 '첫 번째 소통', '두 번째 소통'이던데, 이유가 있나요?
ㄴ 김 : 저희가 제일 중요시 하는 게 '소통'이에요. '소통'이라는 말을 꼭 앨범에 넣고 싶었어요. 만약에 저희끼리 공연을 하는 거라면, '나 잘났다'하고 하면 되겠지만, 저희는 관객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걸 노래로 만들어 함께 즐기기 때문에 관객들이 가장 중요해요. 같은 걸 하더라도 그날 관객이 어떠냐에 따라 공연이 달라져요.

완벽한 '관객 참여형'공연이군요. 그럼, 앨범에 들어간 곡들도 누군가의 경험담이겠죠?
ㄴ 박 : 네. '핸드폰 바보'는 짝사랑 노랜데, 멤버 중 한명의 경험담이에요.
최 : 당시에는 '문자'를 쓰던 오래된 때라, '문자'를 '카톡'으로 바꾼 것만 빼구요.
김 : '나만 모르고'는 종민형 경험담이에요. 가사 내용을 보면 사람들이 줄 서 있길래 맛집인 줄 알고 줄섰더니 클럽이었고, '손님 신분증 좀 보여주시겠어요? 저희 집에는 30대이상은 못들어옵니다'.

앞으로 나올 곡들도 경험담을 담은 것인가요?
ㄴ 김 : 저희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고, 어쨌든 누군가의 이야기가 되겠죠. 저희가 노래에 공감력을 담는 걸 좋아해요. 몽환적인 이야기 '산으로가 들이 되어 풀이 되었네'도 있다지만, 저희는 사람들과 가장 가까운 노래를 하려고 해요.
박 : 소소한 일상을 담고 싶은 거죠.

그럼 앨범도 냈으니 방송활동에 대한 계획도 있으신가요?
ㄴ 김 : 방송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흐름을 역행하면서 하고 싶지는 않아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다보면 그런 기회가 저절로 찾아 올 거라고 생각해요. 순리대로 중요한 일부터 하는 거죠.

역시 괜히 홍대 1등 밴드가 아니네요. '분리수거'만의 인기비결을 꼽자면?
ㄴ 김 : 소통. 리얼. 재미. 잘생김.(웃음) 역시 1채널 공연은 쌍방향이에요. 관객들에게 말을 걸고 얘기를 하고 돌발 상황과 즉흥 상황에 재밌는 것들이 생기니까요. 옛날에는 취객들이 와서 방해를 해도 다른 팀은 공연을 중단할지언정, 저희는 그것마저도 공연으로 같이 노래했어요. 그런 돌발 상황을 재치있게 넘기는 것. 소통이 아닐까 합니다.

'분리수거'는 관객들에게 에너지를 준다. 그럼 '분리수거'는 에너지를 어디서 얻나요?
ㄴ 김 : 관객으로부터 얻어요. 저희가 관객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것뿐만 아니라, 저희도 관객들의 호응에 힘을 많이 얻습니다.

많은 공연자들이, 공연이 끝나면 일종의 '공허함'을 느낀다고 해요. '분리수거'도 그런가요?
ㄴ 김 : 그렇죠. 실제로 공연이라는게 대단한 마약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순간만큼은 다 잊고 공연을 하고 공연이 끝남과 동시에 힘든게 다 몰려와요. 허함도 오고, 외로움도 오고. 결국 공연이 잠시 그걸 잊게 해주는 진통제인 거죠.

 

 

 

공연 레퍼토리는 어떻게 만드나요?
ㄴ 최 : 레퍼토리가 정해져 있는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소통'을 하다 보면 같은 질문이라도 매일 다른 답변이 나오기 때문에 늘 같은 레퍼토리로는 할 수 없어요.
박 : 관객이 짝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저희가 이별 노래를 들려드릴 순 없는 거죠. 그날의 날씨나 기분, 이슈에 따라 달라지기도 해요.
ㄴ 최 : 소화해낼 수 있는 기본 곡들에는 한계가 있어요. 관객의 사연을 듣고 즉흥적으로 만들어내는 노래가 저희의 무기죠.

'분리수거'의 공연, 홍대에서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요?
ㄴ 최 : 아마 저희가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볼 수 있겠죠?
박 : 너무 유명해져서 다른 버스커들에게 방해가 된다면 좀 뜸해질 수도 있구요.

이미 홍대에서는 연예인급이에요. '분리수거'에게 더 큰 목표가 있나요?
ㄴ 최 : 그냥 하루하루 공연에 최선을 다해서 더 좋은 공연을 만들어 나가는 게 모든 공연하는 사람들의 꿈이지 않을까요? 좀 더 열심히, 항상 더 최선을 다하는 공연에 더 좋은 공연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거요.
ㄴ 박: 공연 자체로서는 저희가 최선과 최고를 하고 있고요. 장소가 거리일 뿐이지, 어떤 장소든지 뻗어 나갈 거에요.

공연에 대한 진심이 느껴져요. 올해 남은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ㄴ 김 : 12월 19일 콘서트요. '분리수거의 포장마차'. 콘서트 컨셉이 '포장마차'에요. '포장마차'라는게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잖아요. 시민, 서민들에게 위로가 되고, 이야기가 되고. 추운 겨울하면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딱 한곳이고. '분수(분리수거) 포장마차'. 또 11월 중순에 3집 앨범이 나와요. 기대 많이 해주세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
ㄴ 일단 홍대뿐만 아니라 다른 거리도 많이 발전을 했으면 좋겠구요. 분리수거라는 팀은 가장 인간 냄새 나는 밴드가 되고 싶습니다. 장소가 어떻게 됐든, 어떤 방식으로 만나든 항상 기다리고 있으니까 사람 냄새 나는 밴드와, 사람이야기 좀 많이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지치고 힘들땐 분리수거 찾아주세요. 좋다~! 

 

 

 

 

   
 

문화뉴스 김윤지 기자 kyoonji@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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