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 달리, 뷔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있다기에, 기쁜 맘으로 달려갔다.
제 각기 다른 특징들과 매력을 지닌 그림들은 한눈에 보니 참 황홀했다. 샤갈은 빛의 전사라는 말이 어울리게 형형 색색의 아름다운 색깔로 우리를 꿈결로 인도했으며, 달리는 미치광이 이지만 차마 천재성을 버리지 못한 야망 높은 남자의 모습이, 뷔페는 진실한 아티스틀 세상을 담담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했던 꾸준함이 돋보였다. 가장 인상 깊은 전시는 뷔페의 작품이지만, 가장 뛰어난 사람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만큼 이 세 작가가 이룩한 것은 세 분야에서 너무 다르다.

   
 

샤갈은 ‘율법을 든 유대인’이라는 작품에서 보듯이 매우 종교적 이다가도 두명의 커플이 함께 안고 하늘을 날아가는 장면을 보면 매우 로맨틱 해 보인다. 아마도 오래 사랑했던 연인이자 아내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의 생애는 2차 대전 등 전쟁과 가난이 도사리고 있지만, 이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을 긍정하고 삶을 새처럼 노래했다. 마치 그의 작품에 나오는 닭처럼 세상을 깨우는 그림이다.

   
 

달리는 재능은 있어도 그것이 마쳐 꽃 피지 못하고 돈과 명예와 인기에 농락당한 달리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매 웨스트 입술 소파’나 타로카드 연작에서 볼 수 있듯이 그의 감각은 탁월한 것이다. 달리의 ‘기억의 지속’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초현실주의로 불릴 만한 혁명적인 작품을 만들었던 사람이다. 고전적 미술 작품을 차용해서 새로운 일깨움을 주거나, ‘죽음’이라는 주제의 타로카드 연작을 보면 그의 이미지 차용과 배열은 주의를 끌만하다.

   
 

이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뷔페’는 직선과 이로 인한 쓸쓸한 분위기를 돋보이게 하는 작가이다. “미술이 세상을 즐겁게 할 필요는 없다.”라는 말을 남긴 뷔페는 얼마 되지 않아 큰 인기를 끌었고, 돈과 명예를 얻어 앤디워홀에게 “내가 파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마지막 위대한 화가는 뷔페다.”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매우 아이러니한 상황을 그가 자살하도록 이끌었을지도 모르겠다. 손이 더 이상 말을 듣지 않자, 특유의 창조력을 받칠 수 없던 그는 마음의 갈등으로 힘에 겨워 죽음을 선택했을 지 모른다. 어쨌든, 건물, 나무 등에서 보이는 직선들은 현대 문명의 황폐함과 고립감을 더욱 잘 보이게 해서 가장 사실적인 화가라 칭할 만 하다. 우리가 뷔페에게 주목하는 이유이고, 또 의미있는 이유로 이러한 전시를 연 계기일 것이다.

   
 

‘거장’이란 아무나 얻을 수 없는 칭호다. 무언가에 홀린 듯 작업했지만, 결국 남는 것은 그들의 이름이었고, 우리는 추종한다. 과연 ‘거장’이란 존재하는 것인가. 어쩌면 우리에게 ‘하늘’이라는 이유로 세상에 남겨진 사람들을 그리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세명의 ‘거장’으로 남겨진 작가들의 전시를 보느라 수고했다.

문화뉴스 김민경 기자 avin@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