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7천만 원의 혈세 낭비

[문화뉴스] "싸이가 B급 이미지 메이킹으로 히트했다고 대한민국을 B급으로 만드네"
 
문화체육관광부의 '아라리요 평창' 뮤비는 성공적인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뮤비는 최근 흥행한 영화였던 '곡성'과 '부산행'을 연상케 하는 좀비들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평창에 바이러스가 발생한 설정은 '부산행'을 직접 패러디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겠다. 평창에 바이러스가 퍼진지 모르고 아라리요 밴드가 평창에 입성하고, 노래한다. 뮤비는 이러한 플롯으로 진행되고, 중간에 동계 올림픽 종목들을 저렴하게 연출한 장면들도 삽입된다.
 
뮤비를 요약하여 적어놓고 보아도 중구난방, 아수라 그 자체다. 이 UCC 같은 동영상이 혈세 2억 7천만 원을 들여 만들었다는 사실은 네티즌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그냥 중고등학교 방송부에 맡기면 만들 수 있는 영상 퀄리티인데 어디에 2억 7천을 쓴 건지 모르겠다. 평창에 관한 내용도, 올림픽에 관한 내용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평창올림픽 영상 만들기 공모전을 해서 상금에 2억 7천만 원을 걸면 훨씬 좋은 게 나올 거 같은데...", "1초당 116만 원정도의 영상이라니...", "싸이가 B급 이미지 메이킹으로 히트했다고 대한민국을 B급으로 만드네" 등 실망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언급하며 긍정적인 반응도 보였다. 케나다 벤쿠버 데일리 하이브(Daily hive)는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 개최 당시 캐나다 주 정부와 관광청이 제작한 평범하고 전형적인 관광 동영상과 비교하면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최근 한국에서의 관광캠페인(이번 뮤비와 댄스콘테스트)은 많은 사람에게 회자될 것이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문체부는 "9월 말 위 동영상을 공개한 이후 외국인들이 많이 보는 페이스북에서는 '좋아요' 수가 22만 명이 넘어섰고, 이 중 90% 이상이 외국인"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동영상을 본 외국인 네티즌들의 부정적인 반응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제작자는 동계 올림픽과 K-POP 축제를 착각한 것이 아닌가?", "내가 한국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이 영상은 한국이 별로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이 영상에 24만 불이 들었다고? 이건 완전 돈 낭비다."라며 문체부의 의견과 다른 댓글들이 많았다.
 
   
▲ 2018 평창동계올림픽 비전과 전략
이 영상은 아이러니하게도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우리의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 동시에 국민이 올림픽에서 강조할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하게 했다. 이 영상이 올림픽의 기본적인 정신, '한국과 평창'이라는 공간 설명을 놓치면서, 관람자 스스로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영상에서 눈에 띄게 대한민국을 보여주는 방식은 B급 문화였다. 싸이의 뮤비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은 것을 바탕으로 작업을 한 점과 딱딱한 올림픽 홍보영상보다 친근하게 다가온 점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일부러 B급인 것과 허접스러운 것은 구분해야 한다. 또한, 코미디와 이유 없는 웃음은 구분된다.
 
메이저(미국 빌보드)에 마이너(아시아인, 외국인)가 들어가는 방식으로 싸이는 자신만의 B급 이미지와 노래를 만들었다. 그리고 찰리 채플린의 코미디는 코미디임에도 오늘날에도 여전히 인정받는다. 채플린의 개그는 당시 사회의 아픈 부위를 풍자하고 조롱했고, 하고자 하는 말이 있었다.
 
오히려 이번 영상에서 동계 올림픽 종목은 희화되고 풍자된 것처럼 보였다. 영화 '국가대표'에서 돈 없이 스키점프를 연습했던 것처럼 우리의 동계올림픽 상황이 B급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아마 아닐 것이다. 영상을 둘러싸고 관람자와 제작자 간 큰 벽이 있는 것 같다. 영상을 통해 그들이 하고자 하는 말을 쉬이 파악할 수 없었다.
 
영상이 형편없고 B급이라도 다 용서할 수 있다. 그러나 올림픽에 투자되는 비용들이 헛되이 사용되어서는 안되겠다. 2억 7천의 낭비, 그걸로 족하다. 2018년 동계올림픽을 평창에서 유치한다고 발표했을 때의 그 설렘과 자랑스러움을 대한민국이 어떻게 계속 지켜낼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오는 21일 추첨식 1차 티켓 예매가 열린다. 
 
문화뉴스 김진영 기자 cind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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