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미학의 윤대성 작 정일성 연출의 당신 안녕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윤대성(尹大星)은 1939년 만주 모란강(牡丹江)주변에서 윤석주(尹錫珠)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마적단과 독립군, 일본군이 혼재해 있던 환경 속에서 자라난 그는 해방이 되면서 서울로 월남하였고, 보성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연세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였다.

그러나 전공과 상관없이 그는 1962년에 개설된 드라마센터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제1기로 졸업(1964)한다. 이러한 그의 극작가로서의 수련과정은 드라마센터 아카데미 졸업 후 한일은행에 취업함으로써 잠시 주춤한 듯하였으나, 직장연극 「손님들」을 발표하면서 계속 이어진다. 이 작품은 1964년 국립극장에서 공연되었으며, 한국연극영화예술상 특별상을 수상한다. 직장생활을 하는 중에도 극작 워크숍의 간사를 맡아보던 그는 1967년 1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출발」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극작가의 길에 들어선다.

최근까지도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윤대성의 작품 세계는 주제의식과 표현방법에 따라 크게 세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등단 이후부터 다양한 연극 양식들을 활용하여 사회 전반의 문제의식을 날카롭게 드러낸 1980년대 초반까지의 작품들이 그 하나이고, 청소년에 관심을 두고 '별' 시리즈를 창작하던 시기가 두 번째, 마지막으로는 1990년대 이후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부부관계와 여성에 관심을 보인 작품들을 발표한 시기이다.

첫 번째 시기에는 작가로서의 다양한 실험의식이 돋보인 작품들이 많이 발표되었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망나니」(1969), 「미친 동물의 역사」(1970), 「노비문서」, 「너도 먹고 물러나라」(1973), 「출세기」(1974), 「신화1900」(1982) 등이 이 시기 작품들이다. 인간관계의 근원을 묻는 부조리한 구성은 물론, 억울한 원혼들을 달래주기 위해 전통적 연극 양식인 굿의 형식을 빌기도 하고, 서구 서사극의 양식적 특징들을 이용하여 인물의 상황을 표현하기도 하는 등 동양과 서양을 불문하고 다양한 연극 양식을 이용하여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이 시기 윤대성의 연극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이 시기 작품들은 내용면에서도 사회 현실 속에 나타나는 부조리하고 모순에 가득 찬 면면들에 대해 그 원인을 살펴보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실제 역사적 사건인 '만적의 난'을 소재로 하여 권력의 야만성과 이기적 측면을 비판하기도 하고,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인간을 어떻게 피폐화 시키는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결국 이 시기 윤대성의 작품은 사회구조 전체에 대한 문제제기와 개별 구성원들의 책임의식을 희곡 속에서 제기하고 있는 셈이다. 두 번째 시기는 서울예술대학의 전신인 서울예술전문대학의 교수로 취임한 이후에 발표한 작품들이 해당되는데,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방황하는 별들」(1985), 「꿈꾸는 별들」(1986), 「불타는 별들」(1989)의 이른바 '별' 시리즈이다. 청소년들의 방황과 우정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들은 노래와 춤을 곁들이는 등 뮤지컬적 면모를 보이는데, 대상이 청소년으로 한정되면서 주제가 강하게 부각되어 있어서 작품의 완성도 여부와는 상관없이 당시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세 번째 시기는 '이혼예찬'이라는 제목으로 세 편이 기획 공연되기도 했던 「당신, 안녕」, 「두 여자 두 남자」, 「이혼의 조건」과, 「WWW.(원제:세 여인)」(2005)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작품들은 주로 중산층 부부들을 중심으로 하여 인간관계의 다양한 면모들을 보여주면서 이 시대의 진정한 인간관계는 무엇이며 어떻게 얻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현대인들이 느끼는 불안과 모순, 부조리함, 외로움, 그밖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존재와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는 그의 최근 작품 속 논리는, 등단 이후 끊임없이 사회현실에 천착하던 윤대성의 작가의식이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전환점을 맞은 윤대성의 죽음예찬 시리즈가 등장한다. 그의 관심은 인생의 노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용서와 배려, 사랑과 나눔 같은 포용적 사상에 집중된다. 작가 자신의 현실과도 관련이 깊은 듯싶다. 죽음예찬 3부작이라고 일컫는 <한 번만 더 사랑할 수 있다면>(2010), <아름다운 꿈 깨어나서>(2011), <동행>(2012)으로 죽음으로 다가가는 노년의 삶을 노년작가 시선으로 진솔하게 그려냈다.

1939년 함경북도 회령 출생, 1945년 서울로 월남, 1961년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업, 1970년 한일은행 퇴사 후 전문 극작가 길 선택, 1973~80년 MBC TV 전속작가 <수사반장> 집필, 1980년 서울예술전문대학 교수 임용, 1986~87년 MBC TV <한 지붕 세 가족>(1년간 45편) 집필, 1993년 한국연극협회 부이사장 선임, 2011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선임, 2015년 '윤대성희곡상' 제정. 현재 밀양연극촌 안에 있는 윤대성 문학관에서 거주하며 생활을 한다.

정일성은 1939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미학과와 뉴욕대 출신으로 극단 미학 대표다. 서울대학교 문리대 재학시절 쉴러의 <군도>와 티에리 모니에의 <암야의 집>에서 주인공으로 출연한 후 국립극단 1기생이 되어 나의 <독백은 끝나지 않았다>에서 주인공을 맡아 호연을 보였다. 1963년 TBC-TV 연출부에 입사 TV 드라마 <조선총독부>를 연출했다. 극단 동인극장 창단동인으로 셰익스피어 400주년공연<Antony and Cleopatra>, 도스토에프스키 원작 알베르 까뮈 각색 <악령>, 테네시 윌리엄즈 작 <유리동물원>, 유진오닐의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를 연출하고, 67년에 도미, 뉴욕에서 대학을 마친 후 귀국해 극단 현대예술극장의 <세일즈맨의 죽음>, 국립극단의 <남한산성>, 국립창극단의 <황진이> <대춘향전> 등을 연출했다. 1998년에는 극단 미학을 창단하고 창단공연 <햄릿>을 올린 후, <토이어>, <아비>, <당신, 안녕>, <브루터스, 너마저!>, <하녀들>, <줄리어스 시저> <까페 블루문>, <승부의 종말>, <게임의 종말> ,<곰팡이> <엄일탁 우리 아부지>, 그 외 다수 작품을 연출하고, 2002년에는 광주시립국극단 <현해탄에 핀 매화> 등을 연출해 일본 순회공연을 했다. "거창연극제" "전국연극제" 심사위원장을 역임하고, 문화예술발전공로상을 수상했다. 따님은 뉴욕종합병원 의사이고, 시인 김지하의 외삼촌이자 현재 독신인 건강한 미남 원로 연출가다.

무대는 배경에는 붉은 색 조명, 바닥에는 초록색 조명이 비추어져 있고, 배경에는 네델란드 출신의 추상화가 몬드리앙(Pieter Cornelis Mondriaan, 1872~1944)의 작품 같은 기하학적 문양의 크고 작은 4각의 조형물들이 부착되어 있고, 바닥에는 의자와 식탁이 배치되었다.

연극은 도입에 저세상으로 간 노 작가의 회상장면에서 시작된다. 노 작가는 자살을 한 것으로 설정이 되고, 가정보다는 작품을 중시해 부인과 자식들에게서 불평과 냉대를 받아온 것으로 소개가 된다. 노 작가의 번뇌와 갈등이 극의 내용으로 펼쳐지면서 대부분의 시모와 며느리의 관계가 그러하듯 작가의 모친과 부인과의 갈등, 부인과 자식과의 관계, 방송작가 지망생인 여제자와의 관계, 그리고 친구인 의학박사와의 우정과 그로부터 구입한 극약을 복용하고 자살에 이르기까지가 하나하나가 극에서 묘사가 된다.

윤대성 작가의 자전적 일대기라는 내용이지만, 15년 전에 집필을 했기에, 근자에 이르러 윤 작가가 아들과 사별한 가슴 아픈 이야기는 극 속에서 제외가 되었으니, 오히려 윤작가의 현실이 그이 작품보다 더 극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일섭, 이현순, 박팔영, 이국선, 이시원, 신명기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설정과 호연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다만 극적상황을 연기로 능숙하게 표현을 하지만 진정성이 부족한 듯싶은 느낌이고, 실제상황이라 여기면서 느끼고 표현을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바람이다.

무대 민병구, 조명 김종호, 음악 강석훈, 의상 분장 손진숙, 조연출 김동일 김경미, 무대감독 송훈상, 진행 김기령, 기획 장우진 이준석, 홍보 후플러스 김승현, 총진행 김명수 장설하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노력과 기량이 합하여, 극단 미학의 윤대성 작, 정일성 연출의 <당신 안녕>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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