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지난달부터 연극 '맨 프럼 어스'에서 프로듀서 겸 배우로 나서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배우 이원종.

▶ [문화 人] 다작배우 이원종의 지천명 "'맨 프럼 어스' 연극 내놓다" ①

그는 최근 출연한 KBS W '시청률의 제왕'에서 출연한 작품이 80개 정도가 되는데, 대중들에겐 SBS 드라마 '야인시대'의 구마적 캐릭터 이미지가 아직도 강해서 그 이미지를 벗으려 노력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연극 '맨 프럼 어스'로 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배우 이원종을 인터뷰하면서 그에게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아쉽게 생각한 캐릭터는 무엇인지 물어봤다. 그가 직접 들려준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었다.

1.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1999) - 박형사 役

카메라를 통한 연기의 기초를 다져준 배역이고, 집중했던 배역이다. 아직도 가장 기억에 남는 배역인 것 같다. 대중 영화에 처음 출연을 하고 고생도 많이 했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 그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서 정성을 다했던 것 같다.

2. 영화 '달마야 놀자' (2001) - 현각 스님 役

스님 머리로 빡빡 민 것은 그때가 처음인 것 같다. 중학교 들어가면서도 선배들까지만 그렇게 빡빡 밀었지, 스포츠형 머리가 권장되던 시대였다. 사실은 생긴 거에 꼭 자신 있는 느낌이 아니었으니(웃음) 두려웠다. 빡빡 깎고 보니까 나름 볼만하고 괜찮았다. (웃음) 스님이 되려고 3개월 전부터 속세와 연을 끊고, 스님들과 같이 생활했다. 새벽 2시 30분쯤에 일어나고 아침 6시와 정오에 공양하고, 저녁에는 일찍 자야 하는 생활을 3개월 했다. 불경도 다 같이 외워서, 스님들이 하는 불경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지냈다. 그래서 작품성도 좋았고, 흥행도 좋았고, 캐릭터도 많은 분의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3. 드라마 '야인시대' (2002) - 구마적 役

100회가 넘는 드라마에 15회 정도 나왔는데 오랜 시간 동안 회자할 줄 몰랐다. 작년에 돌아가신 장형일 감독님이 무슨 느낌이 있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나이 많으신 감독님이 세 번이나 작품을 하자고 찾아오셨다. 그 당시엔 영화를 많이 하고 싶었기 때문에 드라마 할 생각은 없다고 거절했었다. 결국, 회차로 10회 정도만 출연하면 할 테니 그 정도만 하겠다며 그것이 가능하다면 뽑아달라고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시작을 했는데 내용상 10회로는 빠져나갈 수 없었다. 그렇게 파장을 일으킬 줄 몰랐다. 하지만 연기하면서 즐거웠고, 즐겼고, 감독님과의 합이 정말 잘 맞았던 것 같다. 제 역할이 이런 사람이니까 이런 포즈나 이렇게 말을 하고 싶다고 하면 100% 받아주셨다. 예나 지금이나 드라마를 하면서 연출과 그렇게 교류를 한다는 것이 방송 일정에 쫓기기 때문에 그런 토론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감독님은 주저하지 않고 이야기해주셔서 좋은 캐릭터가 나왔던 것 같다.

4. 영화 '네 발가락' (2002) - 해태 役

제가 한 영화 중에서 최초로 썩 좋지 않은 성과를 낸 작품이었다. 광주 쪽의 실존하는 조폭들을 대상으로 인물을 선정했다. 그 사람이 기형적으로 오른손이 1.5배 정도 컸다. 그래서인지 캐릭터가 인상 깊었다. 사실 영화는 개봉할 때와는 다르게 기획되었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제작자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애초 계획은 1998년 만들어진 영국 영화인 가이 리치 감독의 명작인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같은 그런 작품을 표방했었다. 스토리텔링하지 않고 스토리가 뒤죽박죽인데 나중에 가면 딱 정렬이 되는 구성의 작품이었다. 복선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짜 맞추는 묘미가 좋은 영화다 해서 그 작품을 본따 시작을 했는데, 제작자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예를 들어서 양미르 기자가 지금 나랑 같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다음 장면이 둘이 같이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이 나오는 것이다. 그 사이에 대한 이유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감독한테 제재를 가하면서 감독이 원래 가려는 방향과 벗어나서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영화가 되었던 걸로 기억이 난다.

5. 영화 '미녀는 괴로워' (2006) - 점쟁이 꽃도령 役

이 캐릭터를 말한 이유는 아까워서다. 제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 중 하나인데 그걸 한두 씬 특별출연으로 날렸기 때문이어서다. 우정출연같은 경우는 예를 들면 구마적같은 느낌의 잘 알려진 캐릭터로 그냥 찍으면 된다. 그런데 특별출연 같은 경우는 새로운 캐릭터를 개발을 해야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어찌 본다면 잠깐 출연하면서 캐릭터를 날려버리는 아까운 생각이 든 거다. 그 캐릭터를 다시 쓰기가 부담스러웠다. 영화가 망했으면 모를까, 대박이 나는 바람에 (웃음) 다시 쓰기가 불가능했다.

6. 드라마 '쩐의 전쟁' (2007) - 마동포 役

지금 '별에서 온 그대'와 '뿌리깊은 나무' 등 현재 드라마의 대표적인 연출로 자리 잡게 해준 장태유 PD의 작품이다. 박신양과의 합이 정말 즐거웠다. 장태유 연출, 저, 박신양 셋이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촬영 시작을 1주일 연기하면서까지 셋이서 그 1주일 동안 작품 분석, 주변 인물 관계 파악 등 리딩을 하면서 준비했다. 거침없이 했고, 하고 싶었던 거 원 없이 했다. 그 인물로 확 들어가면 입에서 나오는 것이 대사였다. (웃음) 내가 그 인물이 되어있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애드립도 많았지만, 약속되지 않은 애드립을 한 것은 아니었다. 여기서는 이런 분위기이기 때문에 이러한 대사를 해야 한다고 촬영 전에 이야기를 많이 했다. 미술도 많이 이야기했다. 마동포가 일하는 사무실을 댄스홀로 하면 좋겠다고 말 한 바 있다. 그런 것들을 상상하고 실현에 옮겨주니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7. 드라마 '비밀의 문' (2014) - 박문수 役

사극을 거지에서 왕까지 여러 편 했었다. '용의 눈물'(1996)에서 거지 왕초 역할을 해서 한겨울에도 짚신을 신고 맨발로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해신'(2004)에서는 전국을 칼싸움하면서 돌아다녔다. 그런가 하면 '대왕세종'(2008)에서는 충녕의 지지세력인 윤회 역을 맡아 박문수만큼 실존인물에 고사에 나온 캐릭터라 즐겁게 했다. 여러 사극 중 가장 최근에 한 '비밀의 문'의 박문수는 요즘 젊은 친구들은 모르겠지만 잘 모르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암행어사, 마패하면 박문수였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박문수에 대해 공부를 하다 보니 조선왕조실록에 그에 대한 기록이 단 한 줄도 없었다. 이 부분이 작가님과 같이 공부하면서 신기해했는데, 박문수의 재발견을 이 작품에서 한 것 같았다. 여러 설화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열심히 공부하니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기회가 있다면 박문수를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섞어 영화나 미니시리즈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도 해봤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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