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대중들에게 SBS 드라마 '야인시대' 구마적 캐릭터로 강한 인상을 안겨준 배우 이원종.

▶ [문화 人] "'야인시대' 구마적만 내 캐릭터라고?" 이원종이 소개하는 '나의 캐릭터 7' ②

최근 SBS 드라마 '비밀의 문' 박문수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가 지난달 7일부터 연극 무대에 섰다. 2007년 개봉한 '맨 프럼 어스'를 원작으로 한 정식 라이선스 세계 초연 연극인 '맨 프럼 어스'가 그것이다. 4년 만에 연극 연기와 더불어 동시에 생애 첫 프로듀서로 연극 무대에 돌아온 이원종.

지난 11월 27일, '맨 프럼 어스' 초연 3주차를 맞이한 상황에 배우 이원종을 '맨 프럼 어스' 공연이 열리는 대학로에서 만났다. 그의 표정은 미소가 가득했으며, 그와 함께한 약 한 시간의 인터뷰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에게 이번 연극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작품을 준비하면서 국제 변호사까지 선임하게 된 과정 등 다양한 질문 보따리를 풀어놓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놨다.

4년 만에 연극 무대에 나섰는데, '맨 프럼 어스' 작품을 준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ㄴ 올해 연초 MBC 드라마 '기황후'를 찍고 있을 때부터 준비했었다. 개인적으로 올해로 쉰 살이 되는 해다. 개인이 잘 나서 된 거 같지만, 나이 들어서 생각해보니 남들이 다 도와줬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온 것 같아 주변에 있는 분들한테 음식 대접도 하고 그랬다. 그때 선배님들이 "왜 40대를 보내면서 이렇게 하느냐. 50대를 즐겁게 맞이할 준비를 하지 않는 게 낫지 않겠느냐?"라고 말씀해주셔서 뒤통수를 한 대 맞고 고민을 했다. 사실 이 작품을 마음속으로 준비한 것은 7년 정도였다. 개인적인 일정으로 인해서 계속 뒤로 밀리다가, 이번에 이 작품을 제작해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초대하는 것으로 50대를 맞이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을 했다. 대본을 '기황후' 같이 했던 서이숙 등 몇몇 배우들에게 보여주고 이것을 하면 어떻겠냐 했더니 좋겠다는 답도 받았었다.

여기에 최근 연극들이 가볍고, 언어가 아닌 몸과 오브제를 사용하는 것들이 중심인 것 같다. 연극은 배우들의 언어로 이뤄지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다. 요즘 대학로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정통연극을 가지고 명함을 내밀면 어떠냐는 생각도 있었다.

아울러 각색을 맡은 배삼식 작가가 인류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이 작품의 내용을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사실 연초에는 대학로 극장들의 대관은 끝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대관을 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그래서 대관 전에 먼저 배우들을 섭외했다. 인류학 교수 '댄' 역할의 이대연 선배나, 생물학 교수 '해리' 역할로 정규수 이런 분들부터 먼저 만나서, 영화로 나와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 내용을 이야기했다. 배삼식 작가가 쓰고 있는 중간에 캐스팅하면서 탄력을 받아 극장도 어렵사리 잡았다. 그렇게 이 작품이 시작됐다.

   
 

말씀하는 사이에 대학로의 한 커피숍에서 주변을 둘러봤다. 여기도 저기도 로맨틱 뮤지컬, 멜로 연극 등이 대형 현수막에 걸려있는 그런 천편일률적인 현재의 대학로 모습인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 SF 장르는 마이너 소재라는 것이 크다.

ㄴ 마이너 소재이고 소설 쪽에서도 SF 부분에서 우리나라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야 SF 영화 '인터스텔라'가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SF는 거의 마이너 소재였는데, 여기에 원작 영화가 있었기 때문에 부담감이 조금은 있었을 것 같다.

ㄴ SF('Science Fantasy' 혹은 'Science Fiction')는 판타지의 속성도 띄고 있다. 판타지가 소재가 되지만 우리네 사는 이야기다. 외계인이 내려오는 이야기도 아니다. '주인공 나이가 만 사천 년을 살아왔다'는 것이 주축을 이루긴 하지만 그게 그렇게 중요하진 않은 것 같다. 지구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거대 담론에서부터 우리가 사랑하는 것,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유쾌하고 명료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특히 여기 나오는 주요 캐릭터들이 모두 교수다. 주인공 존은 역사학이며, 인류학, 심리학, 미술사, 생물학, 고고학 교수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이들의 과학으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지적인 토론을 하지만 금세 이 이야기에 빠지게 된다. 자기 논리대로라면 불가능한데 논리적으로 예외가 생기기 때문에 동료 교수들은 쉽게 말하면 멘붕인 상태로 가게 된다. 이런 것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절대 고리타분한 역사학, 고고학 강의는 아니다. (웃음)

   
▲ ⓒ 드림컴퍼니

제작자로 데뷔했기 때문에 부담감이 컸을 것 같다. 이번 연극이 2월 말까지 진행이 되는데 그 중 초반부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느낌이 어떤지 궁금하다.

ㄴ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는 상당히 많은 분이 호응을 해 줬다. 솔직히 이 시도 자체가 미친 짓이라고 주변에서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대학로의 가장 비싼 극장에서, 그것도 보름이나 한 달이 아닌 넉 달을 한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이 "저러다 떨어져 나가겠지" 생각했을 것 같다. 사실 연극이 경제적 타산인 BEP(Break-even Point, 손익분기점)를 맞춘다는 것이 시작할 때부터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그것을 감내하면서 지켜내고자 한 생각인데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고, 완성도 부분에서 좋다고 평가해주시니 그 점에서 버티고 있는 것 같다. (웃음)

이번 작품으로 프로듀서도 하지만 출연도 하므로 어찌 본다면 1인 2역으로 표기가 되어있지만 일인다역을 이번 연극에서 해야 한다. (맞다. (웃음)) 본인에겐 상당한 도전과제였다고 생각한다.

ㄴ 기획 단계에서 연극 작품을 선정하고, 스태프를 구성하고,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 이외에도 작품을 끌고 가기 위한 재원도 확보해야 하고 할 일이 너무 많았다. 혼자서 다시는 도전하고 싶지 않은 것 중 하나인 것 같다. (웃음) 그렇지 않고서 온전하게 연극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연기로 보면, 욕심 같아서는 아까 말처럼 연극으로 경제적 타산을 못 맞추더라도 '댄' 역할은 매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가족은 먹여 살려야 하니까(웃음), 일이 들어오면 일을 해야 하니 트리플 캐스팅을 했다.

그러나 그러한 일들이 그냥 무의미하진 않은 것 같다. 영화, 연극에서 제작자의 마인드가 어떻게 작품에 투영되고, 어렵지만 그것을 얼마나 버티는 힘이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영화를 예를 들면, 추가 촬영을 한다거나, 더 좋은 장소가 있음에도 경제적인 이유로 촬영하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이 감독의 구상에 멀어지며 작품의 질도 떨어지게 된다. 저도 예를 들어 최고의 스태프가 눈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저렴하게 사용한다면 작품이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런 것을 버텨낸다는 것이 미덕이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또한,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과정도 있었다고 들었다. 예를 들면 작품 판권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 변호사도 선임했다는 말도 있었다.

ㄴ 아무래도 할리우드 작품이니 단가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특히 원작자인 제롬 빅스비가 생애 마지막 작품으로 이 작품을 남기고 현재는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 판권은 아들에게 가 있는 상황이었다. 원작자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20년 만에 이 작품을 준비했다고 한다. SF TV 시리즈인 '스타트렉', '환상특급'을 써왔던 명망이 있는 SF 작가였다. 할리우드에서도 작품적으로도 존경받는 작가였다.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가 아닌 독립 영화사에서 제작을 한 걸로 아는데, 이 작품 제작비로 20만 달러(약 2억) 정도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좀 쉽게 생각하고 판권 이야기를 꺼내려고 했다. 그러나 이야기조차 되지 않았다. 이메일을 여러 번 보내고, 전화를 여러 번 했음에도 접근조차 하지 않았고, 우리나라에는 판권을 팔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슬슬 열이 나 미국으로 넘어가려고 했다. 그래서 아는 스탠퍼드 나온 한인 교포 2세 국제 변호사 친구한테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래서 그 친구가 메일을 한 통 보냈더니 바로 답이 왔다. (웃음)

그래서 어렵게 조율을 해서 약간 비싸게 사왔다. 거의 6천만 원에 가까운 판권료를 줘야 할까 생각을 했는데, 연극으로는 초연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장치를 해 놓은 느낌을 한 것 같았다. "그래도 하고 싶으면 해 봐라" 느낌이었다. 아무튼, 어렵게 따와서 작품이 잘 나와줘야 했는데, 사실 원작에도 빈틈이 보였다. 그래서 배삼식 작가가 꼼꼼하게 그런 부분들을 잘 메꿔줘서 연극으로 완성도를 갖춘 것 같다.

   
 

끝으로 관객들에게 이 연극을 어떻게 보셨으면 좋겠는지 말해 달라.

ㄴ 한 20여 회 정도 출연하든 하지 않든 봤는데, 어제(11월 26일) 관극을 해 주신 분들이 가장 원했던 관극 태도를 보여주셨다. 이 연극은 보면서 자기가 얼마만큼 극 속에 빠져드느냐, 아니면 안 빠져들려고 노력하느냐에, 객관적으로 지켜보느냐에 따라서 이 작품을 관람하는 관극 태도가 상당히 달라진다. 한쪽에서는 박장대소를 하고, 어떤 분들은 심각하고, 울기도 하고, 화도 내신 분들도 있었다.

작품 내용상 오해의 소지가 있긴 한데, 사실 약간 독실한 기독교 신자분들이 저한테 화를 내신 분들도 계셨다. 공연을 보고 나서 "어떻게 이런 연극을 올릴 수 있느냐"라고 말씀하신 분들도 계셨다. 그리고 작품 도중에 "도저히 인정을 못 하겠다"며 나가신 분도 계셨다. 저희는 그런 분들의 의견도 충분히 존중한다.

하지만 작품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보신다면, 이게 결코 신성모독이거나 그런 이야기들이 아니고 어떻게 우리가 관계를 맺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종교인이라면 다시 한 번 자신을 성찰할 기회도 있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 이런 다양한 반응이 상당히 재밌고, 감사하다. 연극으로 객관적으로 봐주시고 즐겁게 즐기셨으면 좋겠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