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아띠에터 칼럼그룹] 최근 폭풍 같은 인기를 끌며 성황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아, 금요일 늦은 오후가 되면 '더 이상 응사를 볼 수 없다니..' 홀로 아쉬워하던 것도 잠시.

2011년과 2012년, 그토록 우리의 마음을, 그리고 감성을 자극했던 '로맨스가 필요해'가 세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뭇 여성들이 그러했듯 나 역시 시즌 1의 '알고 보니 회장님 아들인, 나를 사랑해 마지않는 회사 후배', '배성현'이나, 시즌 2의 '자상하고 섬세하고 완벽에 가까운, 게다가 나를 운명이라 생각하는 남자'인 '신지훈'에 열광했지만, 사실 '로맨스가 필요해'가 지금 다시 보아도 좋을 만큼 마음에 남았던 이유는, 둘 중 하나를 고르기 어려울 만큼 멋진 남자들 때문도, 사랑스러운 여주인공 때문도 아니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그들의 마음이, 하나같이 가볍지 않아 좋았다.

쉬이 변하고 마는 현실에서의 많은 인스턴트식 만남과 달리, 사랑이라 여겼던 것을 쉽게 놓지 않고 지키려는 그 마음이 예뻤으니까.

'신지훈'이라는 자상하고 따뜻하고 보듬어주고픈 상처까지 있는 완벽한 남자를 사랑인가 싶을 만큼 좋아하게 되었으면서도, '열매'는 여전히 '윤석현'을 바라보고 그에 대한 마음을 놓지 않으려 했다. 심지어 시즌 1에서 자신의 작품에 출연한 여배우와 바람이 났던 '김성수'가 그럼에도 '인영'을 놓지 않고 싶어 하는 걸 보며 '정말 뻔뻔해'라고 말했지만, 우리는 그러면서도 그가 계속 그래주길 바랬고, 응원했다. 왜?

'뻔뻔도 하지, 어쩌면 자신이 상처 주었던 건 생각도 못 하고 모든 걸 되돌리려고 할 수 있니'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가, '그래 내가 잘못했으니 그럼 안녕'이라고 말한다면 그건 더 너무한 일이니까.

그래서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 3의 여자 주인공을 둘러싼 네 명의 남녀(주연-정호-세령-태윤)가 흥미롭다. 이들 넷은 원하지 않는 이별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헤어질 생각도 없으면서 쉽게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었던 여자나, 청혼하기 전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일종의 테스트처럼 헤어지자고 말했던 남자도 별로지만, 모든 만남은 끝나고 만다는 걸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된 여자와, 붙잡고 매달리는 것을 상대가 싫어할 거라 생각하고 여지없이 뒤돌아서 준 남자가 바보 같고, 어쩐지 참 안쓰럽다.

로맨스가 필요해를 기다려온 이들에게 과연 제작진들이 이들을 가지고 이번에는 어떠한 진심에 대해 그려낼지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그리고 이 넷 모두에게 묻고 싶다.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한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냐고. 물론 그들 모두 쉽지 않았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글] 아띠에떠 미오 artietor@mhns.co.kr 

미오(迷悟): 좋아하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여주인공 이름이자, '미혹됨과 깨달음'을 통틀어 의미하는 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심리학, 연세대 임상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임상심리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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