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출산, 경력단절이 아닌 경력추가라고 생각"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우리의 엄마와 딸에게 이 책을 전하고 싶다."

방송인 박경림이 이 시대 엄마로 살아가면서 느낀 고민과 일상이 뭔지 알기 위해 18인의 엄마들을 만나며 떠난 '사람 여행'이 고스란히 책으로 만들어졌다. 문학동네 신간 '엄마의 꿈' 저자인 박경림의 출판 기자간담회가 22일 홍대 카페꼼마에서 열렸다. 박경림은 차분하게 자신이 이번 책을 쓴 이유와 함께 이 책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현장 취재진과 함께 나눴다.

6년 만에 책을 썼다. 이 책은 어떤 책인지 궁금하다.
ㄴ 먼저 작가님 하면 진짜 이외수 작가님, 김훈 작가님, 신경숙 작가님 이런 분들이 작가님이지 저는 이야기를 전해주는 스토리텔러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어떤 소설가와 같은 문학 작가가 아니니, 이 책은 '박경림 신작' 이런 것이 아니다. (웃음) 6년 전 '박경림의 사람' 에세이를 쓸 때는 저와 사람에 관한 이야기였고, 이 책은 한 해 동안 이 땅에 사는 엄마에게 인터뷰한 내용이 담겨있다. 가슴 절절하고, 따뜻하고, 사랑하는 이야기들을 단순한 질의응답보다는 스토리텔러가 되어 다른 엄마에게 전하고 싶어서 이 책을 쓰게 됐다.

스포츠계의 감독과 선수, 디자이너, 배우, 바둑 기사, 항공기장, 아나운서, 쇼핑 호스트, 의사, 국회의원, 영화제작자, 국립 발레단 감독 등 다양한 인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기획했던 계기가 있을 것 같다.
ㄴ "우리 엄마는 얼마나 육아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을 어떻게 버텼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디오 프로그램인 '두 시의 데이트'를 진행하면서, 사연들을 보면 엄마에 관한 아이템이 상당히 많았다. 엄마들이 다 똑같이 느끼는 건데 "이런 고민을 어떻게 함께 풀 수 있을까?"라고 해서 토크 콘서트 기획을 했고, 이번 책도 엄마의 삶에 대해서 많은 분께 의견을 구하고 싶었다.

   
 

어떤 틀을 잡고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 건지 알고 싶다.
ㄴ 기획 단계부터 "이런 엄마들은 어떨까?"라고 생각을 했다. "일을 위해서 아이와의 시간을 많이 하지 못했던 엄마는 어땠을까? 아이를 위해서 일을 멈췄던 엄마는 어땠을까? 운동하면서 아이를 키워야 한 엄마는 어땠을까?" 등 다양했다. 인터뷰 리스트를 당시에 많이 짰었다.

본인이 워낙 인맥이 넓다 보니 섭외를 하는데 인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을 것 같다.
ㄴ 안 믿으시겠지만, 인물 섭외에 대해서 저는 한 번도 관여를 한 적이 없다. 제 지인들로 하게 되면, 누구는 하고 누구는 하지 않을 수 없으니, 섭외는 여러 기자분이 정해줬다. 또 안 믿으시겠지만, 인터뷰 요청을 할 때 누구 한 분 거절하지 않으시고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물론, 다른 분들도 하고 싶었지만, 분야가 겹치거나 이야기가 겹쳐서 부탁을 못 한 분들은 있었다. 감사하게도 인터뷰 요청을 할 때 저와 한다고 해서 기뻤다는 분들은 다섯 분 정도 있었다.

책의 기획의도와 취지에 맞게 이 책의 인세 수익금 전액을 여성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ㄴ 먼저 이 책은 내 이야기가 아니다. 인터뷰해 주신 분들을 대표해서 인세를 제가 혼자 먹는 것은 당연히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기획할 때부터 인세는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시대의 엄마는 선택과 상황에 따라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태어남과 동시에 한 엄마의 딸이 되는 것이니, 그분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은데 그분들이 이 책을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인세 수익이 생긴다. 그럼 이 인세 수익을 어디에 기부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저는 경력 단절이란 말을 싫어한다. 오히려 경력 추가라고 생각한다. 엄마로의 삶과 노하우가 생기는 것이지만, 사회에선 그것을 경력 단절로 본다. 그렇게 경력 단절된 우리 엄마들이 다시 일을 시작할 때 도움이 되는 단체에 기부하려고 했다. 이 인터뷰에 참여해 준 18분 모두 기부한다는 뜻에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경력 단절 이야기가 나왔는데, 실제로 아이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싶었던 때가 있을 것 같다.
ㄴ 없다면 거짓말일 것 같다. 저 역시 일을 나가야 하는데 애가 엄마 가지 말라고 울고, 매달리고, 잡고 그랬을 때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일을 한 건가?" 싶었다. 일을 그만둬야 하나 싶었다. 그러다 다시 고민한 게 뭐냐면 "진짜 아이를 위해서 내가 그만두려는 건지, 아이를 핑계 삼아 일 그만두는 것을 합리화한 것이 아닌지" 고민을 한 때도 있다. 그런 고민을 하다 "한 번 일도 열심히 해 보고, 아이한테도 더 많은 집중을 해 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이도 주말에는 엄마와 노는 날이라고 인식이 되게끔 해줬다. 주중에도 매일 일이 있는 것이 아니니, 아이들과 조금씩 놀아주면서 저 역시 페이스를 찾게 됐다. 어떻게 보면 우리 부모님이 듣기엔 배부른 소리였고, 나 역시 나약한 것이 아닌가 반성도 하게 됐다.

18명의 엄마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배운 점이 많았을 것 같다.
ㄴ 가장 큰 점은 "나만 힘든 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참 다행이라면 잔인한데, 다 이렇게 사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어떤 지위에 있건 그 지위가 대단하건 아니 건, 아이를 낳고 나면 다 똑같이 사는구나"라는 생각을 느꼈다. 엄마로 느껴야 할 처절하고 힘든 그런 느낌은 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캠프파이어 가서 촛불 의식을 하며 "엄마, 엄마, 엄마" 세 번 외치면 다 울듯이 엄마 하면 무조건 처절하고 슬프고 그런 것보다는 엄마 하면 행복해지고, 웃음 나는 그런 엄마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궁극적으로 주고 싶은 것이 명사 18인을 대상으로 "꿈을 위해 도전하라"인지 "힐링하라"인지 궁금하다.
ㄴ 18명이 제시하는 이야기가 다 다르다. 누군가는 "육아가 중요하다. 육아보다 일이 중요하다."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다. 이 책이 중점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꿈이 다 개인마다 다르다. 예를 들면 남들이 봐서 와 하는 것도 꿈이고, 하루하루 눈을 뜨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을 자기 내부에 찾는 데서 꿈을 꾸는 사람도 있다. 이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하루하루 버티면서 꿈의 끊을 놓치면서 살게 되고 있지 바람도 크다.

앞으로 이 책과 관련한 활동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ㄴ 이 책을 읽은 엄마들과 여행을 떠나고 싶다. 그래서 '엄마 열차'를 하고 싶은 생각이다. 열차를 한 대 통째로 빌려서, 1박 2일로 원 없이 엄마들과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여행을 떠나고 싶은 것이 저의 바람이다. 또 이 책을 읽으면 알겠지만, 엄마들이 남편 이야기도 많이 한다. 북 콘서트를 현재 기획 중인데, 비단 엄마들로 참가자를 제한시킬 것이 아니라 이 책을 읽은 남편들을 대상으로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들었다.
 

   
 

다음 책에 관한 생각도 있는지 궁금하다.
ㄴ 다음 책은 제 이야기 위주로 했으면 좋겠다. (웃음)이 책이 다음 책으로 나온다면 이번 책이 가진 큰 아쉬움을 해소하고 싶다. 다음 책은 많이 알려진 분들이 아닌, 그냥 평범한 엄마들을 대상으로 하고 싶다. 겉으로 봤을 때는 평범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엄마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다. 또 아빠들의 꿈은 무엇인지도 알고 싶다. 역시 아빠들도 가족을 위해서 꿈을 포기하고 지내는 분도 있을 텐데 아빠들의 꿈에 대한 책도 써볼 수 있다면 써보고 싶다.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꿈은 무엇인가?
ㄴ 지금 생각하면 어디에 숨고 싶은데, 예전에 사람들이 꿈을 물어보면 저는 오프라 윈프리처럼 토크 쇼를 진행하고 싶었던 거였다. '오프로' 윈프리도 안되는 제가 그때는 허세가 짙었던 것 같다. 이 자리에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지금의 제 꿈은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더라도 누구와 대화의 막힘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 많은 사람과 소통을 하고 인정을 해줄 수 있도록 사람을 더 많이 만나봐야 할 것 같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ㄴ 이렇게 이 자리에 있는 것 역시 '엄마의 꿈'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물론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어렵다. 다만 제가 만난 이들을 믿고, 남편을 믿고, 아이를 믿는다면, 그 믿음을 받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믿고 살아갈 것 같다. 그러면 이 세상이 정말 아름다워질 것 같다. 끝으로 가족들에게 서로가 하늘에서 맺어준 인연으로 만난 것이고,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들이다. 그러니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살아가려 한다. 남편과 아이 모두에게 부족하지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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