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될 만한 사실을 '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그만!

▲ 많은 시상식이 있지만, 일구회 시상은 지덕체를 갖춘 인사에게 수여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적어도 여기 참가한 이들을 두고 '국가대표 선발' 자격을 논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 고교 선수들은 이러한 선수가 되어아 한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2017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대한민국 대표팀 역시 전력 구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미 대표팀 감독으로 김인식 한국 야구 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을 선임한 데 이어 예비 엔트리도 다른 대회와 비교하여 빨리 발표하는 등 나름대로 3회 대회 때의 부진을 씻으려는 듯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다만, 대표팀 멤버를 베스트로 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은 야구 관계자들을 포함하여 야구팬들도 매번 아쉬움을 느끼는 대목이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야구 월드컵'을 목표로 만들어진 WBC가 진정한 의미의 국가 대항전이 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각 국가별로 최상의 전력을 구성하는 것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달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상의 전력을 구성하지 못한다면, 가용한 인원 중 대표팀 구성의 전권을 가진 인사(여기에서는 김인식 감독 겸 KBO 기술위원장)의 결정에 100% 따르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결과가 도출되건 간에, 야구 관계자들과 팬들은 그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은 결국 수장이 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전권을 준 것이기도 하다.

'오승환 국가대표 발탁 논란'이 주는 교훈은?

사실 WBC는 아직 축구 월드컵과 같은 국가 대항전의 성격이 크지 않기 때문에, 선수가 참가국을 선택할 수 있는, 다소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만큼 대회 주최 측은 야구의 세계화를 위해서 '흥행'이 첫 번째 목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셈이다. 이탈리아 대표로 참가했던 마이크 피아자(前 LA 다저스/뉴욕 메츠), 네덜란드 대표로 참가했던 앤드류 존스(前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중국 대표로 참가했던 레이몬드 창(前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이 바로 그러했다. 현재 국적이 아닌, 모국을 참가국으로 선택하여 적지 않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만약에 김인식 감독이 한국계 메이저리거들을 선발한다고 해도 전혀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행크 콩거(한국명 최현), 로버트 레프스나이더(한국명 김정태)가 바로 그러한 잠재적인 후보군이다. 다만, 태극마크의 의미를 남다르게 생각하는 국내의 '특수한' 사정 역시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김 감독 역시 너무 잘 알고 있다. 2회 WBC에서 한때나마 백차승의 합류 여부를 고민하다가 그만 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김 감독이 '꼭' 필요로 한다는 한 선수의 선발 여부를 두고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오승환이 그 주인공이다. 실력 자체만 놓고 본다면, 국가대표 마무리 투수로 발탁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것을 가로막는 사실관계가 김 감독이나 오승환, 둘 모두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오승환이 해외 원정 도박 사실로 지난해 1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이력도 있고, 이로 인하여 KBO로부터 '국내 복귀시 해당 정규시즌의 50%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지 오래다. 문제는 징계 중인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 맞느냐를 두고 여론 역시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는 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인식 감독이 선발을 강행한다면, 이를 막을 만한 KBO 규약 조항도 '사실상' 없다. '뽑자니 태극마크를 특별하게 여기는 국내 정서'를 감안해야 하고, '뽑지 않으려고 하니 대표팀 뒷문 구성이 아쉽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말 그대로 진퇴 양난의 상황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해외파 선수 합류와 관련하여 2회 대회 때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바 있다는 사실이다. 김병현(KIA)이 바로 그 대상이었다. 김인식 감독은 김병현의 합류를 원하고 있었고, 스스로도 대표팀 합류를 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여권 해프닝'으로 없던 일이 되면서 일단락된 바 있다. 최종 엔트리 제출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어 어떠한 방향으로 결론날 지 모르지만, 어쨌든 오승환 합류 여부는 이번 WBC의 가장 뜨거운 감자임에는 틀림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희망을 찾는다면, 1~2회 대회 때처럼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깜짝 스타’가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에도 대표팀 구성 자체가 100%였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깨달아야 할 점이 있다. 애초 '논란이 될 만한 사실'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될 일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큰 돈을 만지게 된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프로 입단 직후 초심을 잃고 엉뚱한 곳에 돈을 소비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셈이다.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깊게 들어가면, '도박이라는 것이 나쁘다.'라는 사실을 뼛속까지 새겨주지 못한 주변 어른들의 잘못 또한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야구만 잘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생각은 이제 과거 이야기가 된지 오래다. '야구를 하게 됨으로써, 전인(全人)이 된다.'라는 명제가 참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최근 추세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실수로 '논란 거리가 되지 않아도 될 문제'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일이 없도록 '예비 프로야구 선수'들은 지금의 교훈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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