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김효정, 김신의, 허규, 김보강이 포토타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순서를 예술가에게 매기고 더 잘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우리 시대의 괴물이 된 상업주의에 저항하며 성장하는 젊은이들을 통해 '예술가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남기는 뮤지컬 '곤, 더 버스커'가 11일까지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다.

7일 오후 3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 프레스콜 행사에서 주요 공연 하이라이트와 배우·스태프들의 질의응답 시간이 펼쳐졌다. '버스커'들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연출진들의 의도와 밴드 보컬 출신의 배우들이 직접 전하는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박용전 연출은 이번 작품에서 공동 극본, 음악, 연출 등 모든 분야에 참여했다. 대표적으로 전작 '오디션'에서도 이런 역할을 소화한 바 있다. 이번에 주요 배역인 '버스커'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ㄴ 박용전 연출(이하 박 연출) : 메시지라고 이야기하면 거창할 것 같다. 어떤 분야에 '더 잘하고, 덜 잘하고'가 의미 있는 일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노래, 춤, 예술의 위치에선 조금 무의미한 것 같다. "아티스트가 스스로 자기검열을 통해 사람들에게 이걸 드러낼 수준이 되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순서를 매기고 '더 잘한다, 덜 잘한다.'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런 이야기를 이번 공연에 담고 싶었다. 그래서 거리 예술가인 '버스커'를 선택했다.

김도혜 프로듀서는 3년 동안 이번 작품의 제작 전반적 과정에 참여했다. 이전 경력을 보면 '조선 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등 상업 영화의 기획과 '강제규필름' 해외 세일즈를 담당했다. 국내 순수 창작 작품 제작을 선택한 이유를 알고 싶다.
ㄴ 김도혜 프로듀서(이하 김 PD) : 원래 창작의 뜻이 있었고, 스스로 직업이 뭐냐고 물어보면 캐릭터와 스토리를 만드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소설·영화 매체를 넘나드는 작업에 대단한 매력을 느꼈고, 뮤지컬은 새로운 분야였다. 박용전 연출님이 이번 작품을 기획하면서 같이하면 어떻겠냐고 물어봤다. 우리 둘이 큰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국외 콘텐츠를 가져와 유통하기보다 우리가 만들어서 2차, 3차의 부가 가치로 만드는 것이 큰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뮤지컬 데뷔작을 치르다 보니 인상 깊은 순간도 있었을 것 같다.
ㄴ 김 PD : 새로운 일을 하면 어느 정도 전략을 짜면서 예상을 하면서 하게 된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것을 하게 되면 가슴이 뛰고 배움의 기쁨을 얻게 된다. 뮤지컬 배우들을 가까이서 보게 된다. 재능과 열정을 쉬지 않고 연습하는 것을 보는데, 매일 같은 듯 다른 에너지를 뿜어내는 것에 팬심을 새로 느끼며 기쁨을 맛보는 것 같다. 이 이야기는 처음인 것 같다.
 

   
▲ (왼쪽부터) 김도혜 프로듀서, 박용전 연출, 최인숙 안무감독이 포토타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버스킹'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펼쳤는지 알려달라.
ㄴ 박 연출 : 이번 작품엔 '내 삶은 지붕이 없으니까' 하는 노래 구절이 있다. '버스킹'을 5년 전부터 꾸준히 홍대, 인사동, 이태원, 북촌, 대학로에서 실제로 했었다. 외국에 갈 때도 공항에서부터 '버스킹'하면서 인연으로 여행지에서 밥도 얻어먹고 홈스테이했던 경험이 있다. '버스킹'을 하다가 비가 오면 악기가 비에 젖어서 처마 밑으로 뛰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버스킹'은 늘 눈치를 본다. 거리의 눈치를 보는데, 어떤 사람에게는 소음이 될 수 있고, 내 앞을 스쳐 지나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작품을 처음 글로 쓰기 시작했을 때 공연 무대로 집어넣을 생각을 하니 골머릴 썩었다. 여러 무대 디자이너를 만나서 이야기하면 답답함을 느꼈다. 공연장의 천장과 전기로 이뤄지는 불빛을 보며 이 사람들은 진짜 '버스킹'을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면 달빛, 햇빛, 가로등 빛을 끌어낼까 고민을 했다.

거기에 김신의, 허규 이 두 배우가 밴드 뮤지션으로 오랜 시절 차곡차곡 가져온 '딴따라 내공'이 도움됐다. 자기가 자신의 노래를 반주하는데 버스커의 상징인 포크한 어쿠스틱 기타를 정말 잘 쳤다. 공연 때 이펙트를 잘 안 쓰는데, 배우의 에너지와 연기력이 그 순간을 '버스킹'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작품 자체가 판타지다. 이곳이 실제 거리가 아니므로, 관객들의 경험이 무대에 투영되길 바랐다.
 

   
▲ '방송국'팀 크루들이 넘버를 소화하고 있다.

오늘 보여준 하이라이트만 보면 거리 예술가는 순수한 예술을 지향하고 방송은 시스템적인 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묘사될 것 같다. 마치 극명하게 흑과 백, 동전의 양면처럼 둘이 싸워야 하는 선과 악처럼 비칠 수 있다. 방송국 인물들을 구성할 때 어떤 악하다는 느낌보다 시스템 안에서 통제되고 있고, 조직사회이기 때문에 치프, PD, 사장의 딸이라 국장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는 AD도 등장한다. 방송국 4~5명의 크루가 국장이 노래를 부를 때 춤을 추는 데, 눈치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짜내는 장면이 나온다. 다들 각자의 이유가 있다.

이 작품은 '버스커' 팀과 '방송국' 팀이 패싸움하는 그런 극이 아니다. 방송국의 직원들이 까임을 당할 때 모습들과 힘들어하고 즐거워하는 모습들이 시리즈물이나 클로즈업이 있는 영화가 아니므로 일일이 씬을 만들면 5시간이 넘어도 모자라다. 그런 것을 춤으로 녹여낸 것 같고 이 작품의 큰 매력이다.

'곤'을 맡은 두 배우의 공통점을 꼽자면 밴드 보컬 출신이라는 것이다. 김신의는 밴드 '몽니'의 보컬, 허규는 밴드 '브릭'의 멤버다. 이 작품에 어떻게 그 이점을 녹아냈는지, 두 배우가 '절친'으로 알고 있다. 연기하면서 이런 점은 배우고 싶었다면 무엇인지 있는지 궁금하다.
ㄴ 김신의 : 7년 전쯤 처음 밴드를 시작할 무렵 실제로 '버스킹'을 했다.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여의도 공원과 여의도 한강공원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했다. 그 이유로 "담력과 깡을 길러보자. 내가 만든 노래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들려질까"는 의도로 했다. 그 기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오늘(7일 오후)까지 3회째 공연인데 정말 재밌었다. 예전 모습도 생각나고 있다. 제 성격과 '곤'의 성격이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연기를 크게 하지 않아도 그 모습이 잘 나오는 것 같다. 허규랑은 안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동갑이고 밴드 보컬 출신이라 친해졌고, 같은 교회 다니는 교인으로 힘들 때 위로해주고, 기도해주고 있다. (웃음)
 

   
▲ '곤'을 맡은 (왼쪽부터) 김신의, 허규가 포토타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규 :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박용전 연출님도 밴드 출신이기 때문에 본인의 경험을 집어넣으니 작품 진정성이 남다르다고 본다. 밴드를 기본적으로 이번 작품에 보이기 때문에 저희들에게 유리한 작품이라 보였다. 우리 밴드 경험치를 녹여내지 않으려고 해도 나오는 것이 이 작품의 무기가 되는 것 같다. 저는 부끄럽지만 버스킹 경험은 없다. 만드는 족족 밴드가 해체되어서 '몽니'처럼 길게 해 본 경험이 없다. 길게 해 보려고 지금 하나 하는데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웃음)

아무튼 이러한 경험치들이 '곤, 더 버스커' 공연에 조금이나마 연출님한테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신의 씨와 저의 공통점은 고음지향 보컬인데 저는 약간 더 감성적으로 가려는 게 있다. 이번 공연 기획 단계에서 연출님이 기타치고 '락킹'을 같이 할 수 있는 배우로 신의 씨가 적임자라고 성격 자체도 '곤'이라고 추천한 바 있다.

친구와 같은 작품, 같은 배역을 하고 있으니 재밌다. 닮고 싶은 점은 신의 씨는 '버스킹'을 해봤고 '곤'으로 투박한 모습이 더 잘 나오는 점이다. 그래서 꾸미지 않은 연기나 말투 이런 것이 '곤, 더 버스커'의 '곤'스러운 모습이 드러나는 것을 많이 배우고 싶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사진 ⓒ 문화뉴스 오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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