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택시 운전은 인생의 마지막 직업이 아니다. 인생의 막장이라 여기는 택시기사. 여기에 월수입 삼백만 원의 택시기사가 있다. 하루에 200Km씩 60만 킬로미터를 달려온 택시기사 이창우가 '어느 지독한 택시기사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그는 12년째 법인택시 기사로 일하며 월 삼백만 원을 아내의 손에 쥐여주기 위하여 지독한(?) 행동강령을 실천해오고 있다. 그는 현장에서 겪었던 웃지 못할 이야기와 승객과의 소통을 글로 써서 투고했다. 그 결과 주요 월간지에 글이 실리고, 일간지에도 그의 기사가 실렸다. 대기업에 초청되어 강연도 몇 번 했다. 이에 용기를 얻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자신이 하는 일이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즐겁게 일하는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만의 유쾌하고 통쾌한 어법으로 말하고 있다. 
 
택시기사의 재미와 감동이 있는 삶, 달콤아릿한 이야기 
 
택시기사는 하루 12시간을 차 안에 있으면 월 300만 원을 법니다. 차 안에서 김밥을 먹고 소변 한 번을 보면 280만 원을 법니다. 어떻게 매일 김밥만을 차 안에서 먹겠습니까? 기사식당에서 설렁탕도 먹고 돼지불백도 먹고 해야지요. 그리고 소변 두 번 정도 보면 230만 원을 법니다. "아니다, 나는 밥만은 꼭 집에서 아내가 해주는 것을 먹겠다."하면 200만 원을 법니다. 거기다 친구 아들 결혼식장도 가고 친구 어머님 장례식장도 가면 130만 원을 법니다. 시간 싸움이라는 얘기지요. 
 
야밤에 골목길로 들어가자는 여자 승객인 경우 "어째 골목이 으스스합니다. 조심하셔야겠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손님이 내리신 후 제가 20초 정도 더 머물다 손님께서 집에 들어가신 후 갈게요." 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속으로 감격의 눈물을 흘릴 겁니다. 이런 분이 그냥 내리겠습니까? 대한민국 여성을 어떻게 보고…. 
 
저는 일하는 12시간 동안 차에서 내리지 않아요. 화장실도 안 가고 밥도 안 먹죠. '돈 벌려고 애쓴다.'고 비난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 그렇게 해야만 해요. 택시기사들은 가족한테 모두 죄인일 거예요. 죄인이 술 먹고 놀 자격이 있나요? 가족을 생각하며 일해야죠. 제가 좀 독종이긴 하지만요. 
 
택시는 서비스업인데 불친절하면 안 되죠. 그러니까 돈을 못 버는 거예요. 친절한 기사한테는 손님이 많이 타게 돼 있는데 일반 기사들은 잘 몰라요. 이런 이야기들을 그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택시 문화를 바꾸는 게 제 목표입니다. 그때까지는 계속해서 택시기사 일을 할 계획이에요. 
 
택시는 하나님이 저에게 준 행운의 선물이에요. 가장 하기 싫은 일을 했는데 이 일로 인해 정말 행복해졌어요. 일을 열심히 하면 스트레스도 없어요. 서울에서 돈 많이 버는 택시기사가 무엇이 피곤하겠어요. 또 현재 일에 충실하면 자신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할 수 있어요. 택시기사가 작가가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힘든 일을 힘들다고 생각하면 정말 힘듭니다. 힘든 일을 안 힘들다고 생각하면 덜 힘듭니다. 2년 6개월 동안 저 자신이 무능하고 처량하다고 생각한 적은 정말 한 번도 없었습니다. 목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연체 없이 빚 갚겠다는 목표! 심지어는 빚 갚는 재미가 돈 모으는 재미보다 더 좋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여러 개의 빚이 하나둘 정리되어 가는 재미를 아시나요? 
 
정말 택시밖에는 할 게 없어서(돈 1원 없이도 할 수 있었으니까) 시작한 일이지만, 생각보다는 훨씬 괜찮은 직업이구나 하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출근과 동시 택시를 몰고 나와 12시간 열심히 일하고 들어와 세차하고 퇴근하면 되는 직업. 차량에 이상이 있어도 정비사에게 말만 하면 회사 비용으로 알아서 다 고쳐주는 직업. 보험, 세금, LPG가스 정산, 차량 주차문제가 웬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지 모르는 직업. 퇴근 후 집에 가서 고민해야 할 일이 전혀 없는 직업. 회사에 관심이 없을수록 회사가 좋아하는 직업. 
 
저에게는 꿈이 한 가지 있습니다. 택시를 하려고 하시는 분들께 성공하는 택시기사의 모습을 알려드리고 싶다는…. 운전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바로 택시기사가 될 수 있는 게 현실이지만 택시기사 취업자 중 80%가 3개월 안에 회사를 그만두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저와 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택한 직업을 3개월도 못 견디고 그만두는 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들은 힘들고 돈이 안 된다고 떠나지만 저는 힘 안 들고 돈 되기 때문에 떠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즐겁게 살지 않으면 자기만 손해죠.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면 즐거워집니다. 많은 사람이 '내가 하면 될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일단 저질러야 해요. 도전하지 않으면 절대로 못 합니다. 그러나 저지르면 1% 확률이 생기죠. 
 
문화뉴스 신일섭 기자 invuni1u@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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