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먹고 갈래요?”
“버스와 여자는 지나면 잡는게 아니다.”

출처=봄날은 간다 스틸컷
출처=싸이더스, 봄날은 간다 스틸컷

[문화뉴스 MHN 이성훈 기자]이맘때쯤이면, 오늘처럼 공기가 차가워진 날이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라면먹고 갈래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버스와 여자는 지나면 잡는게 아니다.” 숱한 명대사를 만들어낸 영화, ‘봄날은 간다’다.

‘봄날은 간다’, 이 영화를 생각하면 새빨간 목도리를 한 여주 이영애가 생각이 난다. 너무도 예쁜 시절, 남녀의 절절한 사랑을 그려낸 이 영화는 ‘8월의 크리스마스’의 감독 허진호 감독의 작품이다.

출처=봄날은 간다 스틸컷
출처=싸이더스, 봄날은 간다 스틸컷

영화는 둘의 사랑을 너무도 예쁘게 그려 넣었다. 지방 강릉에서 순수하게 본업에만 집중하며 살다가 너무도 예쁜 여인 이영애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린 유지태, 순수한 연애도 좋지만 도시에서의 삶과 커리어를 쌓아온 ‘돌아온 싱글’ 이영애. 사운드 엔지니어, PD 관계인 이 둘은 자연의 소리를 채집하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계속하면서 자연스레 친해진 둘은 라면을 먹었고, 사랑에 빠진다. 차디찬 겨울, 라면 한 그릇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쉽게 사랑에 빠진 이 둘은 다시 겨울을 맞이하기도 전에 이별을 맞이한다.

이별로 가슴 아파하는 유지태는 이영애를 쫓아 서울로 간다. 서울에 도착한 후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이영애의 모습을 본 유지태는 충격에 휩싸였다. 어떻게든 붙잡고 싶은 마음과 복수하고 싶은 마음. 복잡하게 뒤엉킨 마음은 유지태에게 소심한 복수를 허락한다. 이영애가 만나고 있는 남자의 차를 못을 긁어 버린 것. 극도로 화나고 분하지만 지금 당장 이 남자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모르는 남자, 내가 사랑한 여자의 곁에 있는 저 남자의 차를 긁는 것뿐이라는 현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서울까지 찾아간 유지태. 하지만 이영애와의 관계는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다. 유지태는 말한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시골 청년 유지태와 도시 여인 이영애의 낯선 첫 만남, 낯설기만 한 첫 만남은 이내 상상만 해도 서로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사이가 되고, 서로를 뜨겁게 사랑하도록 만든다. 아름답게 피었다가도 지지 않을 꽃이 없듯, 영원히 불타오를 것만 같았던 이 둘의 사랑도 끝을 맞이하고, 고통의 시간 끝에 환하게 웃는 유지태의 마지막 모습. 유지태의 웃음으로 영화는 엔딩 크레딧이 오른다.

 

출처=봄날은 간다 스틸컷
출처=봄날은 간다 스틸컷

누군가에게는 종착역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환승역이었던 관계. 영화 ‘봄날은 간다’는 순수하고 절절했던 과거의 사랑을 세련된 기법 없이, 덤덤하고 아름답게 연출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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