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번수, 미완의 면류관 ⓒ 국립현대미술관

[문화뉴스 MHN 김민경 기자]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이 한국현대미술작가 시리즈 '송번수, 50년의 무언극' 전을 6월 18일까지 과천관 제1전시실과 중앙홀에서 개최한다.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첫 전시로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정립과 발전을 위해 과천관에서 진행 중인 한국현대미술작가 시리즈의 네 번째 공예 전시로 섬유공예 분야의 '송번수'를 조명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바르토메우 마리는 "상처와 고난을 나타내는 가시를 통해 자신의 작가와 종교적 상징까지 나타낸다"라며 송번수 작가를 소개했다.

   
▲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가 송번수 展 전시간담회 소개를 하고 있다.

송번수는 1943년 충청남도 공주에서 태어났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공예학과에서 스승 유강열에게 염직과 판화기법을 지도받았고, 1977년 파리 유학 중에 자신의 대표적인 소재인 '가시'와 타피스트리 기법을 만났다. 귀국 후 모교인 홍익대학교 교수 및 산업미술대학원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명예교수이자 섬유공예 발전을 위해 직접 설립한 마가미술관 관장으로 공예 분야 후학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 이라크에서 온 편지, 2006, 아크릴사, 평직, 229×277cm ⓒ 국립현대미술관

"작가는 시대의 기록자이자 감시자, 비판자여야 한다."는 송번수의 확고한 작가관은, 70년대 판화로 제작한 '공습경보'시리즈부터 2000년대 타피스트리 작품 '이라크에서 온 편지' 시리즈,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다룬 작품 '2011.3.11.'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세계에서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특히 초기 판화작업들은 당시 한국에서는 매우 새로운 판화기법이었던 팝아트적인 형식을 차용한 사진감광제판방식의 실크스크린 기법을 사용하여 1970년대의 정치적, 사회적인 상황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한국현대판화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그의 대표작인 경기도 광주 능평성당의 '미완의 면류관' (2002)은 국내에서 제단 벽에 설치된 타피스트리로는 유일무이한 작품으로 섬유미술과 종교미술, 공예와 회화가 어우러진 최고의 접점이자, 각 분야의 지평을 열어준 작품이다.

   
▲ 송번수, 우주-빛이 있으라

가시와 그림자 이미지로 대표되는 '송번수'는 하나의 기법과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는 도전과 모색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확장했다. 반세기에 걸친 그의 작품세계는 타피스트리, 판화, 종이부조, 환경조형물 등 다양한 장르와 함께 전쟁과 재난 등의 사회 부조리에 대한 고발에서 종교적 메시지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또한, 그의 타피스트리는 2001년 헝가리 개국 1000년 기념 타피스트리 전시에서 최고상을 받아 한국 현대섬유예술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 송번수 작가가 직접 '공습경보'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9일 열렸던 기자간담회에는 송번수 작가가 직접 그림에 얽힌 일화들을 이야기 하며 작품 감상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는 "실크스크린 기법을 한국에 처음 도입한 계기가 앤디워홀의 마릴린먼로를 보고 난 이후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후 일본 서적을 통해 독학한 그는 한국에서 처음 사진감광제판방식의 실크스크린 기법을 사용하여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담을 작품들을 선보였다.

   
▲ 송번수, 그날 이후

송번수의 작품 '미완의 면류관'과 '너 자신을 알라'에 관해 얽힌 사연은 극적이다. 송작가는 "평소 알고 지내던 '황창연 신부'가 그의 작품 '그날 이후'를 보고 수필을 썼는데, 고3 때 불국사의 석굴함을 보고 난 이후로 가슴이 뛰었다고 했다"라면서, 2002년에 작업한 '미완의 면류관'의 유래에 대해 "이후 황창연 신부가 능평성당을 지으면서 십자가 대신 작품 놓을 이미지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세 번이나 부탁해서 요청을 받아들였다"면서 "십자가에 대적할 만한 형태는 원이고, 그렇게 면류관을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 송번수 작가가 직접 '너 자신을 알라'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또한, 송작가는 "'미완의 면류관' 이후 정점에서 가시를 버려야겠다고 생각했고, 이를 작품 '너 자신을 알라'에서 가시가 돋친 십자가를 태우는 형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가 늘 사용하던 주제를 버리기 쉽지 않다"면서 "엄청난 모험이었다"고 고백했다.

한편, 이번 전시에는 1990년대 초기 판화작품부터 최근작까지 전 생애 작품 100여 점이 총망라되어 삶의 기록과 제의적 영역으로까지 확장된 송번수 작가의 예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 송번수 展 전시 전경

김민경 기자 avin@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