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연극, 뮤지컬 라인업을 보면 성(性)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이 깨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가령 과거 공연에서 여성의 존재는 남성캐릭터를 보조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았다면 최근 들어 여성이 전면에 나선 공연의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뿐만 아니라 성 소수자들이 주인공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공연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회적으로 성에 대한 편견, 차별 등에 대해 고찰하는 인식이 퍼지면서 공연계 역시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이끌어가려는 움직임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변화의 첫번째는 약 3-4년 전부터 시작된 여성 중심 공연의 강세 현상이다. ‘미투운동’, ‘페미니즘’ 등 여성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사회에서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공연계 역시 자연스레 여성의 서사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제는 여성중심 공연들이 오히려 공연시장의 주요흐름으로 자리잡았다. 2017년 첫 선을 보인 창작뮤지컬 <레드북>은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 되던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자신의 성 경험을 소설로 쓰게 된 여인의 이야기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여성서사작품의 매력을 알리기도 했다. 작년 한해만 봐도 우리는 여성 캐릭터 4명이 공연을 이끌어가는 락뮤지컬 <리지>와 우리에게는 ‘퀴리부인’으로 알려진 마리퀴리의 일생을 담은 뮤지컬 <마리퀴리>, 여성 캐릭터 중심 작품으로 오래전부터 손꼽혀왔던 연극 <신의 아그네스> 등을 무대에서 볼 수 있었다. 여기에 3년만에 돌아오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10명의 쟁쟁한 여배우들만 출연하며 초연 당시부터 전 좌석 매진 기록과 한국뮤지컬어워즈 4관왕을 수상하는 등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한 공연이다.

사진= 뮤지컬 베르나르다알바 공식포스터

두번째로는 흔히 LGBT(성적소수자를 의미하는 단어)들이 중심이 되는 공연들이다. 과거 공연에서 성적 소수자라고 하면 주로 어둡고 소외 받는 인물들로 그려지고는 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점점 바뀌어 가면서 오히려 더 밝고 유쾌하게 그려지는 공연들이 늘고 있다. 작년 한해만 해도 드랙퀸(여장 남자 캐릭터)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뮤지컬 <킹키부츠>와 연극<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이 관객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또한 작년에 초연을 올렸던 뮤지컬 <제이미>는 드랙퀸을 꿈꾸는 ‘제이미’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드랙퀸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사회적 편견과 맞서는 17세 소년 제이미의 이야기는 오히려 관객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전달했다. 앞서 설명한 공연들의 공통점은 등장인물들이 사람들의 편견과 현실의 시련 속에서도 그 누구보다 밝고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시선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뚜렷한 꿈을 향해 나아가 결국에는 원하는 삶을 쟁취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또 다른 희망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최근 공연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젠더프리 캐스팅이다. 젠더프리 캐스팅이란 배우의 성별에 상관없이 배역을 정하는 캐스팅을 의미한다. 하나의 역할을 남성과 여성 배우가 함께 연기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기 충분했다. 최근 들어 특히 이 같은 젠더프리 공연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연극 <언체인>, <오펀스>, 뮤지컬 <더데빌>등이 공연을 통해 관객들을 마주했다. 과거 배역이 한정적이었던 여성 배우들이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점과 같은 역할이라도 성별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배우들은 물론 관객들까지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공연계에서 성별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변화했음을 느낀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성별에 대한 편견들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긍정적인 변화임은 분명하지만 최종적으로는 공연 서사에서 여성, 남성이라는 성별 구분보다는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서사에 집중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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