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2' 2회 방송 캡쳐

[MHN 문화뉴스 최윤정 기자] SBS 새 금토드라마 '펜트하우스2'는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에도 충격적으로 시작했다. 19일 방송에서는 본격적으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방송되더니, 15세 관람가인 20일 방송에서도 '죽음'의 형태가 직접적으로 등장했다. 바로 주단태와 천서진의 평화로운 파티 장면에 갑자기 등장한 '새'이다.

약혼 후 아경을 보며 와인을 마시던 둘의 앞에, 새 떼가 등장하더니 그 중 한 마리가 유리창으로 돌진하여 머리를 박는다. 유리창과 부딪힌 새의 머리는 충격에 피를 튀기고, 둘은 여유로운 분위기가 깨지며 매우 놀란다. 이후에는 목이 꺾인 채 투명한 유리창 위로 미끌어지는 새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펜트하우스2' 2회 방송 캡쳐

물론 드라마 속 장면은 아주 잘 구현된 CG일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에 나타난 새의 죽음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저감 캠페인'에서 "우리나라는 800만 마리 정도가 매년 충돌"하며 "매일 2만 마리"의 새가 유리창에 충돌한다고 밝혔다. 물론 이 수치는 추정치이며 국내 구체적 수치는 알 수 없지만, 방음벽이 설치된 도로에서 죽어있는 새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창과 유리벽에 부딪혀 죽는 새들이 적지 않을 것임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비둘기는 3차원 인식이 가능한 양안시야 영역이 좁아 전면구조물 인식이 어렵다.
출처=국립생태원 '야생조류와 유리창 충돌'

새들이 유리창과 유리벽에 부딪혀 죽는 근본적 이유는 조류의 생물학적 특성 때문이다. 유리는 투명성과 반사성이 있어 조류가 인지하지 못하거나, 실제 자연환경으로 인식한다. 또한 종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의 조류는 눈이 머리 측면에 위치하기 때문에 전방 거리에 대한 감각이 떨어져서 전방구조물 인식이 어렵다. 비행에 유리한 형태의 몸 구조를 가지고 있는 조류는 가벼운 골격으로 인해 두개골 골절 등의 신체손상이 쉽게 나타나며, 비행속도가 빨라 충돌 시 신체 충격이 매우 크다. 위 자료에 따르면 조류의 평균 비행 속도는 36~72km/h이다. 골다공증을 가진 인간이 자동차의 속도로 달려가 유리창에 부딪히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야생조류의 투명창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경기도가 투명방음벽에 부딪혀 죽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일정 규격의 무늬를 넣는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한편,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여 모니터링단을 구성하고, 야생조류 충돌 저감 조례 제정 등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5x10 규칙'
사진=국립생태원 제공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연구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기존에는 새 충돌 방지 방법으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것이 '맹금류 스티커'였는데, 이는 유리 전면에 스티커를 충분히 붙이지 않는 이상 효과가 없다. 같은 이유로 데칼 스티커도 마찬가지이다. 환경부는 '야생조류 충돌 저감 가이드라인'에서 저감 원리로 "5x10 규칙"을 소개한다. 이는 가로 10cm, 세로 5cm의 틈은 새들이 비행할 수 없음을 이용하는 방안이다. 

다양한 유리 문양이나 구조물 등을 활용하여 '조류 친화적' 삶을 꾸려갈 수 있다. 유리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불투명한 유리나 UV 패턴 유리, 줄이나 블라인드를 활용하여 부분적으로나마 새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다. 드라마 속 새의 죽음이 '일상적' 상황에서 벗어나 '문제적' 상황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더불어 사는 생태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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