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의상·분장·미술·음악 4관왕·'위플래쉬' 3관왕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아카데미협회가 선정한 지난해 최고의 영화는 '버드맨'이었다.

세계 영화인들의 축제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23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LA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화려하게 열렸다. 그중 가장 빛난 영화는 이번 시상식에서 9개 부문에 오른 '버드맨'이었다. 작품상을 포함해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을 거머쥐었다. '버드맨'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슈퍼히어로의 민낯'을 다룬다는 주제로 슈퍼히어로 '버드맨'으로 할리우드 스타가 된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이 배우로 재평가를 받기 위해 브로드웨이 무대에 도전한다는 이야기다.

'버드맨'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오늘 마이클 키튼이 실제 입었던 정장을 입고 왔다. 냄새가 좀 퀴퀴한 데, 이 상을 받았으니 효과가 있던 것 같다"며 수상소감을 꺼냈다. 그는 "경쟁이 누군가 이기면, 누군가 지는 거다. 이런 모순이 예술과 개인적인 경험 등을 융합해 새로운 차원의 영화를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훌륭한 작품이 세대를 넘나들어 많은 사람이 감상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 있는 소감을 발표했다.

 

   
▲ 남우주연상을 받은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에디 레드메인 ⓒ 영화 스틸컷

남우주연상은 '사랑에 대한 모든 것'으로 루게릭병을 앓은 천재 과학자 스티븐 호킹을 연기한 에디 레드메인에게 돌아갔다. 그는 "지금 어떤 심정인지 구체적으로 정말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이 오스카상은 세계 곳곳에 ALS(루게릭병)로 고통을 받고 있는 모든 환자분에게 영광이 돌아가야 한다고 본다. 스티븐 호킹 박사의 자녀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고, 약속드리는데 잘 광을 내서 보관하겠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여우주연상은 '스틸 앨리스'에서 알츠하이머에 걸린 여교수 '앨리스'를 연기한 줄리안 무어가 받았다. 다섯 번째 후보에 오른 끝에 트로피를 받은 그는 "이런 기사를 읽었다. 오스카상을 타는 것은 수명을 5년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상이 소중한 이유가 남편이 연하여서 더 오래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웃음꽃을 피웠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고립감을 느낄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더 조명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에디 레드메인과 비슷한 소감을 전했다.

 

   
▲ 여우주연상을 받은 '스틸 앨리스'의 줄리안 무어 ⓒ 영화 스틸컷

남우조연상은 '위플래쉬'의 J.K. 시몬스에게 주어졌다. 그는 최고의 실력자이지만 최악의 '폭군 선생'인 '플렛처' 교수를 연기했다. J.K. 시몬스는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뿐 아니라 이미 40여 개의 영화상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위플래쉬'는 훌륭한 재즈 음악을 선보인 공로와 그 음악을 보여준 편집의 힘으로 음향상과 편집상을 받아 3관왕을 기록해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약간의 이변을 제공한 작품으로 기록됐다.

여우조연상은 12년간 강인한 엄마를 소화한 '보이후드'의 패트리샤 아퀘트가 받았다. 그는 "모든 제작진과 배우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며, "모든 사람의 평등권을 위해 함께 싸워왔는데, 동등한 임금이야말로 모든 이에게 주어져야 한다. 특히 여성들에게 필요하다"고 소신 발언을 해 객석의 박수를 받아냈다. '보이후드'는 여섯 살 '메이슨'(엘라 콜트레인)의 12년간의 성장기를 다룬 작품으로 작품상 등 주요 부문에 후보로 올랐지만, 여우조연상만을 수상했다.

비록 주요 부문에 수상하진 못했지만,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4관왕 기록도 돋보였다. 시상식 초반 의상상, 분장상, 미술상, 음악상을 거머쥐며, 이 기세가 후반까지 이어지지 않겠냐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있었다. 그러나 랄프 파인즈, 틸다 스윈튼, 애드리안 브로디, 에드워드 노튼, 주드 로, 빌 머레이 등 수 많은 명배우가 출연해 지난해 국내 '아트버스터' 돌풍을 일으켰던 이 영화의 행진은 음악상에서 멈췄다.

 

   
 

한편, 이번 설 연휴에 개봉되어 화제를 안았던 베네딕트 컴버배치, 키이라 나이틀리가 각각 남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후보로 선정된 '이미테이션 게임'은 각색상만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는 주요 부문에 후보에 오르지 못했고, 시각효과상만을 받으며 수상 레이스를 마감 지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인종과 계층주의에 대한 타파는 주제가상으로 이어졌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일화를 다룬 작품 '셀마'의 주제가인 'Glory'로 주제가상을 받은 존 스티븐스와 로니 린은 "50년 전 정의를 위해 희생을 했다면, 이제는 보상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많은 흑인이 여전히 핍박을 받고 있는 현실에, 이 노래를 부르며 같이 행진하고 함께할 것이다"라는 수상소감으로 배우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다양한 공연도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을 빛냈다. 사회자인 닐 패트릭 해리스가 오프닝 공연으로 지금까지 나온 영화들에 대해 뮤지컬을 꾸몄다. 뮤지컬 중간에 배우 잭 블랙과 '숲속으로'에서 신데렐라를 맡았던 안나 켄드릭이 깜짝 출연해 재미를 더했다. 시상식 중반부엔 로빈 윌리엄스를 비롯해 지난해 세상을 떠난 영화계 인물들을 추모하는 공연도 열렸다.

그리고 레이디 가가가 1966년 제3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5개 부문을 수상한 '사운드 오브 뮤직'의 명곡들을 불렀다. 공연이 끝난 후, 당시 '마리아'를 연기한 줄리 앤드류스가 무대에 등장해 레이디 가가를 포옹하며 감동적인 순간을 연출했다.

1929년부터 시작됐으며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이 지켜보는 영화 시상식으로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가 수여한다. 배우조합, 감독협회, 촬영감독협회 등 특정의 실적이 있는 사람으로 구성된 아카데미 회원들이 투표로 결정한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2015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수상자 명단

▶ 남우주연상 - 에디 레드메인 ('사랑에 대한 모든 것')

▶ 여우주연상 - 줄리안 무어 ('스틸 앨리스')

▶ 감독상 -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버드맨')

▶ 남우조연상 - J.K. 시몬스 ('위플래쉬')

▶ 여우조연상 - 패트리샤 아퀘트 ('보이후드')

▶ 각본상 - '버드맨'

▶ 각색상 - '이미테이션 게임'

▶ 의상상 -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 분장상 -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 미술상 -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 편집상 - '위플래쉬'

▶ 시각효과상 - '인터스텔라'

▶ 촬영상 - '버드맨'

▶ 음악상 -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 음향상 - '위플래쉬'

▶ 음향편집상 - '아메리칸 스나이퍼'

▶ 주제가상 - Glory '셀마'

▶ 외국어영화상 - '이다' (폴란드/덴마크)

▶ 장편애니메이션작품상 - '빅 히어로'

▶ 단편애니메이션작품상 - '피스트'

▶ 단편영화작품상 - '더 폰 콜'

▶ 장편다큐멘터리상 - '시티즌포'

▶ 단편다큐멘터리상 - '크라이시스 핫라인: 베테랑 프레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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