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아띠에터 칼럼그룹] 아직은 20대인 나에게 이선희는 국민 훈남 이승기의 스승이었고, 드라마와 영화의 OST 가수였고, 대학시절 신나는 응원가(J에게)의 주인공이었다.

물론 나에게도 그녀는 노래 잘하는 가수였지만 대중문화의 '한 획'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 해보였고, 스쳐가는 '과거'였다. 그런 그녀의 콘서트는 왠지 다른 세상 이야기 같았고, 그래서인지 사실 기대도 전혀 없었다.

30년을 이어온 그녀의 음악 … 소녀팬들, 엄마가 되다

이선희 콘서트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20일 일요일 세종문화회관. 그곳은 그동안과 왠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노래하는 이선희 30th>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정말 많은 인파가 몰렸고, 그곳에는 우리의 어머니들이 계셨다. 1984년 데뷔 당시부터 바지를 입고 노래하는 여자가수로 유명했던 이선희에겐 여성팬이 더 많았다고 한다. 그 명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동창끼리, 가족끼리 삼사 오오 모여든 어머니들의 얼굴엔 그 당시 소녀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대중문화의 가장 큰 단점을 '일시성'이라고 한다. 돈과 관련되다 보니 작품성, 가능성을 떠나 현재 소위 '돈이 되는' 것에만 투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K-POP을 이끌어가는 아이돌 그룹에게도 '수명'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들의 해체와 함께 우리가 함께 추억했던 기억도 사라져가곤 한다. 하지만, 이선희는 달랐다. 30년을 대중과 함께 해오면서 자신들이 팬에게 추억이 되어주었다. 그래서 콘서트에서 그녀와 그녀들은 를 부를 당시 이선희의 촌스러움에 함께 웃고, <아옛날이여>를 들으며 과거를 추억하고, <나 항상 그대를>과 함께 첫사랑을 생각할수 있었다. 과연 30년 뒤에 우리는 어떤 노래를 들으며 과거를 추억할 수 있을까?

 

   
▲ 이선희 ⓒ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노래하는 이선희' … 노래하는 가수가 필요한 지금  

소녀부대를 이끌고 시작된 공연은 정말 감동 그 자체였다. 3층까지 꽉 찬 세종문화회관에서 노래하는 이선희는 진짜 '가수'였다. 2시간 40분 동안 진행된 공연에서 그녀는 3층까지 꽉 채운 관객들에게 고마움으로 보답하듯, 공연 장소를 꽉 채우는 목소리로 노래했다. 어찌 보면 길 수도 있는 그 시간 내내 그녀는 관객들에게 노래로 끊임없는 긴장감과 감동을 선사해주었다. 잔잔한 노래에선 우리의 추억을, 강렬한 비트의 노래에선 열정을 되살려주었다.

이제는 가수가 노래하는 사람이 아닌, 예능에 나와 웃길 수 있는 사람, 잘 생긴 외모와 좋은 몸을 가진 사람들이 가수로 인정받는 요즘, 이선희는 정말 가수가 어떤 사람인지 증명해주고 있다. 음악을 소리로 듣는 것이 아닌, 영상(TV, 뮤직비디오 등)을 통해 보는 형태의 대중문화가 확산되면서 퍼포먼스나 가수의 비쥬얼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가수라면 소리로 대중을 감동시킬 줄 알아야 하며, 그런 가수가 결국엔 오랫동안 대중과 함께할 거라고 믿고 싶다. 나는 그녀의 진가를 이제야 알았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지금의 그녀라면 40주년, 50주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우리를 위해 지금의 목소리로 노래해 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보물찾기를 한 기분. 그녀의 소녀부대가 콘서트에서 추억을 찾았다면, 나는 그녀에게서 대중문화의 또 다른 클래스를 경험했다.

[글] 아띠에떠 원 artietor@mhns.co.kr

팝 칼럼 팀블로그 [제로]의 필자. 을지로 Oneway 티켓으로 인해 조금은 어렵고 즐거운 서울살이 경험 중. 일코 해제 후 실천하는 청춘이 되려고 노력 중인 24시간이 모자라는 여자.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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