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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한국연극연출가협회(회장 김성노) 주최·주관의 신춘문예 단막극제를 관람했다.

1. 박선 작, 손정우 연출의 <물의 기억>

<물의 기억>은 동아일보 당선작이다. 연출가 김철리와 극작가 배삼식이 심사를 했다. 손정우가 연출을 맡았다.

<물의 기억>은 주인공의 해설로 시작되는 모노드라마 형식이지만, 자기 자신과 또 다른 자신을 등장시키고, 아버지와 연인이 등장한다.

무대에는 커다란 유리로 만든 욕조가 자리를 잡고, 높이 샤워꼭지가 달리고 물을 열고 닫는 손잡이도 달려있다. 욕조에는 물이 담겨져 있다.

남자 주인공의 해설에서 시작되는 이 극은 물을 좋아하게 되는 동기가 소개된다. 만사 제쳐놓고 물속에 몸을 담그게 된 까닭과 부모의 상심, 그리고 모친의 자살, 아버지와 함께 모친의 유골을 호수에 뿌리고, 그 후로는 줄곧 욕조에서 생활하고 욕조에서 숨을 거두기까지의 내용이 극 속에 그려진다.

배경에 영상으로 호수장면과 일기변화가 투사되고, 또 하나의 자신은 벌거벗은 몸으로 1시간가량을 물속에서 연기한다.

기존의 목욕탕 관련 연극이나, 찜질방이나 욕조장면이 있는 연극에서는 물을 채우지 않고 하는 공연이 대부분이었는데, 여름도 아닌 차가운 날씨에 한 시간을 물속에서 견뎌야 하는 배우도 그렇지만, 물 없이도 욕조에 있는 것으로 만으로도 관객은 납득을 할 터인데, 구태여 물을 채울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관람을 하는 동안 계속된 것은 필자만의 느낌이었을까?

이승헌, 김승환이 욕조 속 주인공과 해설자로 출연해 호연을 하고, 정슬기가 아버지, 김혜민이 연인으로 등장한다.

조연출 심현우, 무대 김인준, 영상 최종찬·엄나경, 음악 박용신, 조명 임해원 등 스텝 진이 열정을 합하여, 박 선 작, 손정우 연출의 <물의 기억>을 독특한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2, 최세아 작, 반무섭 연출의 <어른아이>

 

<어른아이>는 공연과 이론 모임 당선작이다. 오세곤 공이모 회장과 하형주 공이모 부회장이 심사를 했다.

 

무대는 젊은 여류작가의 집이다. 무대 오른쪽에 작업실이 있고 벽에 작가모친의 초상이 걸려있다. 작업실 책상에는 컴퓨터가 놓이고, 작업실을 나서면 벽에는 거울이 달리고, 그 아래 전화기와 받침대가 보인다. 그 옆으로 작가의 방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있지만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건너편에는 화장실로 들어가는 통로가 있고, 마루에는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다. 그리고 현관이 있는 것으로 설정되지만, 현관문은 보이지를 않는다.

젊은 작가는 일찍 저세상으로 간 어머니를 잊지 못한다. 늘 어머니를 생각하고 자신의 곁에 어머니가 계시다는 생각을 하며 작품을 쓰고, 생활을 한다. 상상만으로 부족을 하면, 같은 또래의 여배우에게 어머니의 옷을 입히고 작가의 집에 머물러 어머니역할을 대신하게 함으로써 정신적 안정과 집필을 계속한다. 물론 작가와 배우가 가끔 티격태격하는 일이 발생하지만, 어느 일방의 이해와 포용으로 다툼을 넘기기도 한다.

기획사나 방송사 측에서는 원고마감이나, 기일을 넘긴 작가에게 PD를 보내,방송 중단을 시키겠노라고 작가를 다그치니, 작가와 PD의 감정이 극에 달하지만 어머니 노릇을 대신하는 여배우의 기지로 해서 두 사람이 폭발까지는 이르지 않고, PD는 성낸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어머니 없이 홀로 지내는 여식에게 어찌 아버지가 걱정을 않을 수 있으랴?

딸인 작가가 방안에서 쉴 때 아버지가 급작스레 찾아오고, 아버지인줄 모르는 여배우가 어머니 노릇을 계속해서 할 수 밖에... 그러나 아버지는 자기 부인의 복장으로 부인 흉내를 내는 여배우에게 놀라, 자신의 집이 아닌 것으로 착각을 하고 돌아서 나갔다가, 다시 되돌아와 딸과 함께 있는 여인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속은 것에 대한 분노로 딸의 뺨을 때린다.

아버지가 떠나간 후, 여배우는 작가에게 연극 같은 어머니 행세를 집어치우고 그냥 친구로 지내자며, 작가에게 이제는 어머니 상념에서 벗어나 버젓한 어른으로 행세할 것을 권고한다. 작가와 여배우가 공감대가 형성되어 서로 포옹을 할 때 방송사에서 전화가 온다. 마감기일을 넘기지 말고 원고를 보내라는.

김해린이 작가, 장영철이 아버지, 구헌화가 여배우, 이승현이 PD로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음악 김동욱, 저연출 손성현, 무대감독 박재만, 조명오퍼 김주연, 음향오퍼 박진희, 진행 이지연 등이 노력이 드러나, 드라마투르크 오세곤, 최세아 작, 반무섭 연출의 <어른아이>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3. 박교탁 작, 김예나 연출의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는 한국일보 당선작이다. 연출가 한태숙과 이윤택이 심사했다.

무대는 배경 가까이 빨래를 널듯 무대 왼쪽과 오른쪽에 긴 광목 같은 천을 왼쪽에 셋, 오른쪽에 넷을 늘어뜨려 놓고, 청색과 홍색 조명을 비추어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무대 중앙에는 철 조형물을 높게 양쪽에 배치해 재래식 변소형태를 만들고, 출연자들이 그 위에 올라가 용변을 하는 동작을 취한다. 철 조형물 바닥부분에는 파란 휴지다발과 빨간 휴지다발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변이 떨어져 내리는 공간에는 백색의상차림의 여인이 눕거나 앉은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변소귀신 노릇을 한다. 하수쪽에는 세자 폭과 여섯 자 폭의 단 두 개를 받쳐놓아 평상 겸 작은 방 구실을 한다.

재래식으로 된, 변소에서 변을 퍼내는 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청년작가의 해설로 시작된다. 눈이 잘 안 보이는 70세의 노인과 그의 어머니인 90세의 노파가 주인공이다. 노파는 몇 해 전 저승으로 가려다 되돌아와 이 집 변소에서 자식의 항문을 바라보고, 용변하는 모습을 보며 지낸다는 설정이다.

노인의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녀가 할아버지의 생신이라고 찾아온다. 그런데 요즘 좌변기에서 용변을 하는 세태가 재래식 쪼그리고 앉아 용변을 보기가 쉽지 않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에는 두말 할 필요도 없다. 노인은 손녀가 한데서 용변 보는 것을 두려워하니, 변소 밖에서 지켜준다. 용변을 끝내고 휴지를 찾으니, 바닥에서 할머니가 "파란 휴지 줄까, 빨간 휴지 줄까?"하는 소리에 손녀는 기절한다.

손녀를 변소 밖으로 데리고 나온 후에도 식구들 차례대로의 용변광경이 전개된다. 추운 계절이라, 변소바닥에 뜨거운 물을 끼얹어야 하고, 그 안에 할머니 귀신이 있는 것을 아는 노인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

자손들의 용변광경을 살펴보며 지낸다는 변소귀신 할머니, 그의 아들인 70세의 노인, 손자인 40대의 아들, 그리고 손자며느리, 그리고 증손여식의 용변풍경이 작가의 해설과 함께 폭소로 넘길 수만은 없는 서글픔으로 가슴깊이 다가오는 연극이다.

변소귀신 전영희, 노인 최귀웅, 아들 전신영, 며느리 장 선, 작가 전호연, 손녀 김지혜 등이 출연해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조연출 정상혁, 음악 네오 곤잘레스 등의 열정이 드러나, 박교탁 작, 김예나 연출의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를 기억에 남을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4. 김나율 작, 최원종 연출의 <초대>

<초대>는 한국희곡작가협회 당선작이다. 심사는 홍원기(배우, 극작가)와 홍창수(학국희곡작가협회 이사장)이 맡았다.

무대에는 정면에 시계를 전시한 진열장이 나란히 놓여있다. 그 양쪽에 나무화분이 있고, 그 앞에 탁자와 의자가 놓이고, 장면이 바뀌면 탁자를 이동시켜 긴 식탁이나 침상으로 사용한다. 시계 진열장 오른쪽에 바이올린을 받침대에 고정시켜 세워두었다. 사각의 부분조명으로 엘리베이터 승강공간을 만들고, 검은 정장차림의 인물들로 엘리베이터 승객이나, 연주회 장, 거리의 사람들의 역할을 하도록 연출된다. 

연극은 도입에 같은 회사의 백차장과 권대리가 창밖으로 주변건물 옥상이나 고층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늘 상 있는 장면인 듯 아무렇지 않게 웃음 띤 얼굴로 대화를 하며 엘리베이터를 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마침 그 승강기에 같은 회사의 김 과장이 동승을 하게 되고, 백 차장은 그 김 과장에게 자주 결근을 하거나, 지각을 계속하면 회사에 사표를 제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를 한다. 그러면서 새로 결혼을 했다는 소문이니, 집들이를 하라고 권한다. 

엘리베이터가 붐비는 사이에 김 과장은 백차장과 권 대리의 시계를 소매치기한다. 백 차장과 권 대리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른다. 두 사람의 계속되는 대화로 권 대리는 회사 회장의 아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생활고를 전혀 모르고 자란 인물이기에, 고공에서 투신자살하는 인물을 보면서,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진다는 정도로의 인식밖에 못하는 인물임이 알려진다. 백 차장과 권 대리는 나중에 시간을 알려다가 자신들의 손목시계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놀란다.

장면이 바뀌면 김 과장의 집이다. 물론 김 과장의 집에 전시된 시계를 구경한다. 집 전체에 시계가 들어찼다는 설정이다. 집들이를 하는지 김과 권이 긴 식탁에 앉아있고, 음식은 한 접시만 내 온 것으로 설정이 된다. 백 차장이 술이라도 있어야, 건배를 하고 분위기를 상승시킬 게 아니냐는 말을 하니, 김 과장은 건강에 나쁘다며, 집들이에 술은 안 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 그리고 자신의 부인이라며, 살아있는 인물인지, 죽은 인물인지, 아니면 인형인지, 불확실한 백색의 드레스를 입은 여인을 식탁 끝 의자에 데려다 앉히고, 바이올린을 가져다 턱에 받쳐주고 활줄을 손에 쥐어준다. 물론 연주를 할 턱이 없다. 백 차장은 그 모습을 보며 술타령을 하게 되고, 김 과장은 건강을 이유로 술을 가져오기를 거절한다. 권 대리는 한 접시의 음식을 들자마자 설사와 복통을 한다. 김은 백 차장에게 권하지만 백 차장은 먹기를 주저하지만 강제로 권하니 할 수 없이 먹고는 권 대리처럼 쓰러진다. 김 과장의 살의가 실천으로 옮겨지는 장면이다.

장면이 바뀌면 김 과장 집에서 나오는 백 차장과 권 대리가 엘리베이터를 타는 장면이다. 두 사람은 고층건물에서 자살을 하려고 뛰어내리는 사람들을 손가락질하며 바라보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즐거운 표정으로 정장한 승객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김왕근이 백 차장, 김병희가 김 과장, 이교엽이 권 대리로 출연해 독특한 성격창출과 호연을 보인다. 최은이가 김 과장의 아내, 박현수, 방 훈, 임주환, 김 권, 김석환, 박준현이 함께 출연한다.

드라마투르크 한상윤, 무대디자인 정 영, 조명디자인 성미림, 영상디자인 박지수 등 스텝의 기량이 드러나, 김나율 작, 최원종 연출의 <초대>를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5. 남은혜 작, 김정근 연출의 <달 빛> 

<달빛>은 조선일보 당선작이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과 이병훈 연출가가 심사를 했다. 무대에는 전자건반악기가 한 대 놓여있다. 젊은 여인이 피아노 선생을 하면서 자폐아 소녀에게 연주지도를 한다. 자폐아 소녀가 제대로 연주를 할 리가 없다. 그러나 젊은 여인은 가르치기를 멈추지 않는다. 피아노 선생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남성이 있다. 남성은 상대 여인에게 만날 때 마다 성 접촉을 제의한다. 그러나 여인은 그 때마다 핑계를 대고 동침을 거부한다. 남성은 그것으로 해서 여인에게 실망감을 드러낸다. 여인이 남성의 밀착을 거부하는 데는 부모의 영향이 크다. 아버지가 한 때 여인의 유혹에 넘어간 것으로 해서, 어머니는 아버지와 별거를 하게 되고, 그 것으로 해서 오랜 기간 동안 부부의 화합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이 여인의 행동에 계속 영향을 끼쳐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 여인은 아버지와도 상면을 하고, 어머니와도 자주 대면을 한다. 부모를 화해시키려는 딸의 노력도 틀어진 관계를 개선시키지에는 역부족이다.

장면마다 현대 명 음악가의 피아노곡이 배경음으로 깔리고, 여인은 자폐아 마음대로 피아노를 두드리도록 내버려 둠으로서 일종의 가르치기를 고집하던 강박관념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어머니의 마음, 끝내 남편과 딸로부터 벗어나 홀로만의 자유롭고 편한 세상을 영위하겠노라는 의중을 긍정적으로 이해하게 되고, 비로소 결혼상대 남성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전희수가 피아노 선생노릇을 하는 여인, 김수진이 어머니, 문경인이 아버지, 김홍근이 결혼상대남성, 김정아가 자폐아로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드라마투르크 주소형, 액팅코치 이지은, 조연출 김정아, 무대디자인 임 민, 의상디자인 김정향, 음향디자인 이가람, 오퍼레이터 노정현, 스틸 한민정 등 스텝 모두의 노력과 기량이 잘 드러나, 남은혜 작, 김정근 연출의 <달빛>을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6. 최우람 작, 정한룡 연출의 <비상구는 있다>

<비상구는 있다>는 경상일보 당선작이다. 판소리 명창 임진택 연출가가 심사했다. 무대는 고층건물의 옥상으로 설정이 된다. 정면 객석 가까이에 그물막 형태의 차단막이 가로 쳐놓았다. 그 오른쪽 뒤편으로 소형 비닐하우스로 덮인 텃밭이 두 개가 나란히 자리를 잡았고, 차단막 왼쪽에는 양철 버킷 너덧 개가 놓여있다.

연극은 도입에 젊은 경비원이 기타를 들고 등장해 자기소개를 하며 노래를 부른다. 젊은 경비원이 퇴장을 하면, 청년 한 명이 등장해 차단막을 올라타고 뛰어내리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잠시 후에 올라온 백발의 경비원에게 발견되어 제지를 당한다. 실은 백발의 경비원도 자살을 결심하고 늦은 시각에 옥상으로 올라온 것으로 소개가 된다. 뒤 따라 중년의 남성이 등장해 역시 자살하려는 행동을 보인다. 물론 먼저 올라온 사람들에 의해 제지를 당한다. 마지막으로 나이어린 학생이 올라와 동일한 행동을 보이다가 역시 제지당한다. 각자 저마다의 사연이 펼쳐지고, 죽을 결심을 하게 된 동기가 소개가 된다. 모두 각자의 처지에 공감을 하지만, 그것이 죽을 결심을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뱉는다. 그리고 저마다 자신이야말로 죽어야 한다며 다시 뛰어내릴 행동을 펼치지만, 저마다 먼저 뛰어내리려 하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제지를 당한다. 젊은 경비원이 다시 올라와 옥상의 비상구를 잠그고 내려간다. 꼼짝없이 옥상에 갇히게 된 사람들은 밤이 깊어가자, 당연히 공복을 느끼게 된다. 그들은 텃밭에서 고구마를 캐어내, 양철 버킷에 넣고 굽는다. 그들은 군고구마를 나누어 먹는다. 그 때 인기척이 들리고, 처음에 등장했던 절은 경비원이 등장한다. 텃밭이 파 헤쳐지고 비닐하우스가 젖혀진 것에 놀란 경비원은 주위를 살피기 시작한다. 회중전등을 비춘 곳에 숨은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하나 드러난다. 그 때 타는 냄새와 함께 불길이 솟는다. 고구마를 구은 양철깡통의 불이 비닐과 쓰레기를 태우며 차츰 옥상전체로 확산되기 시작한다. 아비규환과 불길 속에서 사람들의 비명과 함께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정창옥이 백발의 경비원, 이석문이 젊은 경비원, 류근육이 청년, 전준범이 학생, 권태건이 중년남성으로 출연해 전원의 호연으로 관객을 도입부터 연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받는다.

드라마투르크 강양은, 무대디자인 조은별, 조명 박상준 등 스텝의 열정이 하나가 되어, 최우람 작, 정한룡 연출의 <비상구는 없다>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7. 송경화 작, 박근형 연출의 <프라메이드>

<프라메이드>는 서울신문 당선작이다. 장성희 평론가와 고연옥 작가가 심사를 했다.

무대는 로봇을 제작하는 남성의 거실이다. 오른쪽에 책상이 있고, 그 위에 만들고 있는 로봇이 보인다. 로봇인형 그림이 있는 상사곽이 책상과 바닥에 잔뜩 쌓여있다. 책상에서 좀 떨어져 침대가 있다. 이불이 덮여있고, 여기저기 빨래꺼리가 흩어져 있어 지저분한 느낌이다. 문은 왼쪽으로 설정된다.

로봇을 제작하는 청년에게 상품으로 파라메이드가 당첨되었다는 통보와 함께 사람크기의 커다란 종이상자곽이 배달된다. 청년은 배달된 물품을 방에 그대로 놔두고 외출을 한다. 청년이 집으로 돌아오니, 흩어진 이불은 물론, 빨래꺼리도 보이지를 않고, 집은 말끔히 정돈이 되고 청소가 되었을 뿐 아니라, 배달 온 상자 곽은 열린 채 병풍처럼 세워놓은 것을 발견하고, 누가 왔느냐고 소리를 친다. 그 때 영화 슈퍼맨에 등장하는 모습과 차림의 로봇이 빨래 걸이에 차곡차곡 널은 빨래걸이를 들고 등장한다. 그리고 자신을 소개하며, 주인님의 가사를 도와드리겠노라며 목례를 한다. 청년의 놀라움이야 이루 어찌 필설로 표현을 하랴?

향후 로봇은 빨래는 물론, 밥 짓고 반찬 만들고, 집안 청소를 하는 등 주부같은 일을 하기 시작한다. 물론 청년과의 의견대립이 있기도 하지만, 그 때마다 조리 있는 설명으로 해서 청년은 로봇의 의사를 수긍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된다. 그런데 한 가지 난제는 로봇은 배터리로 가동되기 때문에 배터리 수명이 다하면, 로봇도 운행이 정지된다. 청년은 취침시간, 식사시간, 운동시간, 작업시간 등 로봇의 요구대로 행동을 하게 되고, 로봇 제작기술까지도 도움을 받게 된다. 청년은 로봇을 인간처럼 생각하고 좋아하기에 이른다. 청년이 음주를 하면 로봇이 술을 따라주기도 하며 둘의 사이는 점점 가까워진다. 세월이 흐르면서 배터리가 달아가고, 청년은 로봇을 보낸 회사에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연락을 해보지만, 그 쪽에서는 무응답으로 일관한다. 청년은 로봇이 작성해 보낸 이력서로 해서 새로운 회사에 취직을 하라는 통보를 받는다. 그러나 로봇의 배터리의 수명은 끝이 난다. 청년의 침상에 누운 로봇의 늘어진 모습을 보며 영원한 이별을 로봇에게 고하는 청년과 관객들의 눈물의 홍수 속에서 연극은 갈채와 함께 끝이 난다.

정승길이 청년, 아승훈이 로봇 프라메이득로 출연해, 독튻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드라마투르크 하형주, 음악감독 박민수, 조연출 이은준, 조명오퍼 김병건, 음향오퍼 남수현, 진행 안소영 등 스텝 모두의 기량과 열정이 드러나, 송경화 작, 박근형 연출의 <프라메이드>를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문화뉴스 공연칼럼니스트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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