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연출가전 한국연출가 이우천의 해롤드 핀터 작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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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한국연극연출가협회(회장 김성노)의 아시아연출가전 첫 번째 작품 해롤드 핀터(Harold Pinter) 작, 이우천 연출의 <귀향(The Homecoming)>을 관람했다.

해롤드 핀터(Harold Pinter,1930~2008)는 영국의 배우이자 시인, 감독, 정치운동가로 다양하게 활동한 극작가이며 시나리오 작가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1957년 첫 작품인 희곡 <방>을 발표했다. 1960년에는 <관리인>을 발표해 성공작이 되었다. 그 외의 작품으로 <귀향>, <풍경>, <침묵> <요리운반용 엘리베이터> 등의 단막과 최초의 장막극 <생일잔치>(1958) <과거>(1971), <무인지대>(1975) 등이 있고, 그 밖에 <미열>, <지하실> 등 많은 라디오, 텔레비전, 영화 작품이 있다.

1982년 존 파울즈 원작 소설을 해롤드 핀터가 시나리오로 각색해 만든 영화 <프랑스 위의 여자>는 제레미 아이언스와 메릴 스트립이 주연을 맡아 우리나라에서도 상영이 되었다.

<귀향>에는 유대인 출신의 작가가 기존의 영국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귀향>은 안락한 집으로의 귀환이 아니라 형제들과 아버지가 아내를 호시탐탐 겁탈하고 창녀로 만들려는 지옥으로의 복귀다.

<귀향>의 주제는 극 중 유일하게 등장하는 여성인물 '루스'를 두고 벌이는 남성들 간의 주도권 다툼이다. 그리고 루스와 남성들 간의 주도권 다툼이 형상화되고 있고, 이를 통해 루스의 주체성의 확립 과정으로 귀결된다.내용은 미국에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세 아들을 낳은 아내와 일시 귀국을 한 장남을 대하는 아버지와 삼촌, 그리고 두 남동생이 보이는 태도다.

현재 이 집에서는 젊은 아들들이 은 늙은 아버지를 가정부 대하듯 하대하고 박대한다. 아버지는 옛날 전성기 시절의 이야기로 아들들의 기를 죽이고, 도덕 운운하며 자신의 의사를 따르라고 하지만 아들들 귀에는 당나귀 귀에 코란을 읊는 격이다. 심지어 아들들은 꼰대니, 꼴통이니 하며 아버지를 진부한 수구적 인물로 몰아간다. 그러면서 아들들은 별로 신통한 일도 벌이지 못 하면서 손가락 하나 까딱이지 않고, 아버지에게 밥 짓는 일까지 떠맡기고, 밥 재촉을 한다. 무능력하기는 마찬가지인 삼촌은 자신의 주장이 없이 눈칫밥만 먹으며 지낼 뿐이다.

이런 집에 미국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고 교수노릇을 하는 큰 아들이 아내와 함께 <귀향>한다. 그의 아내는 세 명의 아들을 낳은 미모의 여인이다.

<귀향>을 한 장남을 대하는 아우들의 모습이 덤덤하고, 껄끄럽다. 마지못해 반기는 모습이다. 아버지도 예외가 아니다. 한 술 더 떠서 장남의 처를 창녀 운운하며 모욕까지 준다. 그러나 가족의 성격을 잘 아는 장남은 분노를 표하거나 항의를 전혀 하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아버지와 아우들을 대한다.

그런데 아우들은 형을 <귀향> 을 일종의 침입자가 등장한 것으로 생각한다. 게다가 형수가 창녀출신이라는 아버지의 소리에, 일제히 음욕을 드러낸다. 그리고 형수에게 누가 보건 안 보건 치근거리기 시작한다. 와인을 먹이고, 몸을 밀착시키고, 놀라운 것은 장남의 처는 남편이 보거나 말거나 동생과 키스를 한다.

장남은 이런 집에 더 있기가 싫어 미국으로 돌아가려 한다. 삼촌도 수긍하는 심정을 드러낸다. 그런데 아버지와 아들들은 장남의 처에게 성매매를 시켜, 돈을 벌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장남의 처에게 그런 의사를 전달한다. 놀랍게도 장남의 처는 가족들의 의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삼촌은 보다 못해 분노를 터뜨리다가 숨을 거둔다. 장남의 처는 동생들과 한 침상에 들어가는 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미국으로 돌아가는 날, 돌아가려고 트렁크르 들고 침실에서 나온 장남의 처에게 가족들은 자신들이 준비한 성매매 장소와 이익분배문제를 이야기한다. 장남은 묵묵히 가족과 아내의 모습을 주시한다. 그러다가 아내에게 돌아가자고 권한다. 그러나 아내는 가족들의 제의를 흔쾌히 수락하고 미국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한다. 아버지와 아들들이 환호를 한다. 그런 광경을 뒤로 하고 장남은 홀로 트렁크를 들고 이 집을 나서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난다.

<귀향>은 '베니스의 상인'에 나타난 유대인과 다른 인종에 대한 편견, '장미 전쟁'에 등장하는 프랑스의 애국소녀 잔 다르크를 영국인들이 마녀로 몰아간 것에 비견되는 영국인 본연의 모습을 이 작품에 그린 것으로 평가되어, 후에 해롤드 핀터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그후 해롤드 핀터는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을 주도한 미국과 영국의 외교정책을 강하게 비판했으며,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망상에 사로잡힌 멍청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대량 살인자"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2008년에 해롤드 핀터는 식도암으로 사망했다.

무대는 서랍이 칸칸이 달린 장롱과 긴 안락의자, 옷걸이, 그리고 술 장 등이 배치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사선으로 소파나 의자를 놓는 배치형태를, 가로로 곧바로 놓은 독특한 설정이다. 열정적인 무곡으로 극의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부분조명으로 강조할 장면을 부각시킨다. 출연자들의 담배 여송연의 설정도 시대적 배경을 알리는 구실을 한다.

김종구가 아버지, 강진휘가 삼촌, 정우준이 장남, 레니가 차남, 전채희가 장남의 처, 송은석이 막내아들,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이 제대로 드러난 공연이다.

조명 황동균, 음악감독 서상완, 의상디자인 김정향, 조연출 주애리, 분장디자인 박팔영, 영어자문 유 림, 무대 임 민, 조명 크루 염시훈·이일란·윤해동, 분장 최주희·이지연·전주희 등 스텝진의 기량도 들어나, 한국연극연출가협회(회장 김성노)의 아시아연출가전 첫 번째 작품, 해롤드 핀터 작, 이우천 연출의 <귀향>을 연출력이 감지되는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문화뉴스 공연칼럼니스트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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