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성열 작가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평범했던 대학생 '민재'가 전설의 베테랑 사기꾼 '장 과장'을 만나, 모든 것을 속여 은행 돈을 빼내는 신종 범죄 사기단에 합류해 펼치는 영화 '원라인'의 명대사를 살펴봅니다.

극중 '장 과장'(진구)은 '민 대리'(임시완)의 재능을 단번에 알아봅니다. '민 대리'를 강남 한복판으로 데려간 그는 수없이 많은 은행을 앞에 두고 본격적인 스카우트 제의를 합니다. 800여개가 넘는 은행이 안 망하는 이유가 바로 돈 받기 쉬운 사람들에게만 대출을 해주고, 비정규직, 학생, 주부들에게는 대출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그는 이어서 "그 사람들 은행에서 돈 받게 도와주는 게 내 잡이야. 이게 중요한 표현이다. 도와준다"라는 말로 '민 대리'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죠.

이 대사는 '원라인'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양경모 감독은 작업 대출 사기꾼들을 직접 만나면서 그들이 나쁜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크게 흥미를 느끼며 본격적인 영화기획을 시작했고, 자신이 흥미롭게 느꼈던 부분을 대사에 녹여냈습니다.

 

 

'장 과장'과 함께 '작업 대출'계를 주름잡던 '박 실장'(박병은)은 돈과 권력에 무서울 정도로 집착하며,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습니다. 대출 사기 작업으로 돈맛을 제대로 본 '박 실장'은 점점 돈의 화신이 되어갑니다.

"돈은 어차피 다 더러운 거야. 그 더러운 걸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고"라며 돈 앞에서 아주 솔직한 본색을 드러내며 '박 실장'이 생각하는 돈의 본질이란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세상에 깨끗한 돈이란 없다고 생각하는 '박 실장'은 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죠. 돈으로 권력을 사고,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는 어떤 일도 감수하며 돈을 쫓아 폭주합니다.

'작업 대출' 계에 입문해 승승장구하던 '민 대리'는 돈이란 돈은 싹 쓸어 모으다 어느 순간 돈에 대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처음에는 딱 1억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다음은 10억, 그다음은 100억, 그다음은 1000억…"이라며 끝없이 더 큰 돈을 바라보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한번 가진 이상 끝 모를 탐욕을 낳게 만드는 돈의 무서운 속성을 뒤늦게 알고, 자신이 벌이는 '작업 대출' 사기가 결코 돈 없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민 대리'는 또 한 번 변신을 거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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