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개봉'이라는 글자 뒤에 숨어있는 어두운 그림자들

   
▲ ⓒ 메가박스. 본 사진은 해당 기사와 무관하다.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예전과 다르게, 수많은 영화가 저마다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영화관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건 모든 영화관에 스크린에 걸리는 경우지만, 대형 배급사 혹은 제작사가 만든 국내영화 혹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해외 유명영화라는 전제조건이 아닌 이상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방법이다. 다양성 영화 혹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영화들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만의 생존방법으로 택하는 방법이 바로 'OO 영화관 단독개봉'이다. 쉽게 말하면, 문어발처럼 여기저기 걸치기보단, 선택과 집중으로 한 우물만 집요하게 판다는 소리다. 어차피 국내 영화관은 CGV와 메가박스, 그리고 롯데시네마 같은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국내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3개 영화관 중 하나만 단독 개봉하더라도 1/3 확률로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확률로 계산했을 때 이야기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단독개봉에 대한 폐해를 지적하는 게시글이 수많은 네티즌으로부터 크나큰 지지와 공감대를 얻고 있다. 해당 게시글의 글쓴이는 최근 개봉한 다양성 영화 A 영화를 예시를 들면서 "단독개봉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으면서 막상 해당 영화관인 B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횟수가 그리 많지 않다. 하루에 많아 봐야 한 두 번이다. 심지어 A 영화는 개봉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며 날 선 비판을 가했다.

   
▲ ⓒ CGV. 본 사진은 해당 기사와 무관하다.

실제로 글쓴이가 주장한 게 사실인지, B 영화관 홈페이지에서 문제의 A 영화의 상영시간표를 조회했다. 확인해본 결과, B 영화관 중 일부는 아예 상영하지 않고 있으며, 상영하고 있는 B 영화관들 중에서도 일부는 하루에 겨우 한 번 상영할까 말까 한 곳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의 주장대로, 단독개봉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 다소 부끄러운 상영시간표다.

이 글쓴이는 이어서 "단독개봉이라는 건 한 극장에 독점권을 줬으면 거기에 대한 특별대우가 있어야 하는 데 없다. 영화사 입장에선 독점상영으로 뭔가 이득이 생겨야 하는데 오히려 상영기회만 박탈당한다. 그건 곧 관객들도 영화를 볼 기회가 뺏긴다는 말이다"며 덧붙였고 "요즘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단독개봉'이라는 문구를 붙이는 건, 우리 극장이 이 영화를 볼 기회를 관객들로부터 기회를 빼앗기로 한 것과 봐야 하냐?"로 주장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글에 수많은 네티즌이 동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영화를 배급하는 배급사 입장에서 '단독개봉'은 어떤 의미를 줄까?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 배급 관계자는 "배급하는 영화마다 손익분기점 등 차이가 있겠지만, 예를 들어 C 영화관에 '단독개봉'을 맡게 되면 C 영화관을 통해 해당 영화의 노출 빈도가 높아지고 홍보나 마케팅 측면에서 상당히 수월해진다. 그렇기에 우리가 거대 배급사가 아닌 이상 단독개봉이 더 끌릴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단독개봉 했었던 몇몇 영화들을 예시를 들었다. "D 영화의 경우, C 영화관 이외에 다른 영화관에선 애초에 받아주지 않았던 점도 있다. 만약 단독개봉이 아닌 멀티플렉스 영화관 모두 개봉했다면 손익분기점을 넘겼을지 장담 못 했을 것이다. 여러 곳보단 한 곳에 집중해서 맡기는 게 배급사 입장에선 더 안전하고 맡기는 데 믿음이 생긴다. 그래서 단독개봉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처럼 '단독개봉'은 누구에게는 살아남기 위해 거부할 수 없는 유혹과도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누군가에겐 영화를 볼 기회를 박탈하는 제한과도 같다. 이 글을 읽은 누군가는 "집 근처 영화관에서 하지 않아 답답하면 직접 해당 영화관을 찾아가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수도권이나 대도시처럼 영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여건에서나 가능할법한 소리다. 단독개봉이 여러 사람들에게 불공평하게 작용하는 문제인 건 부인할 수 없다.

   
▲ ⓒ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의 단독개봉을 이용한 또다른 슈퍼 갑질에 관객들과 영화사들이 휘둘리고 있다.

현재 한국 영화관 시장은 CGV와 메가박스, 그리고 롯데시네마, 이 3개의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장악하고 있으며, 이들에 의해 영화사들과 관객들은 휘둘리고 있다. 현재 어떤 영화를 상영할 때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절반 이상의 수익지분을 떼어가고 있으니, 그들의 입김은 크게 작용하는 게 되며 '슈퍼 갑'이 된다.

그렇기에 소규모 혹은 다양성 영화들은 단독개봉이 아닌 이상 타개할 방법이 없어지고 있으며, 다른 일반 영화들도 대형 제작사 혹은 배급사가 맡은 영화들의 힘겨루기에 밀려 점점 특정 영화관 단독개봉으로 돌아서고 있는 처지다. 영화산업도 철저하게 자본논리에 의해 서열이 매겨지고 있다.

관객들은 어디서 자신들이 보고 싶은 영화를 봐야 하며, 소규모 영화사들은 어디서 자신들의 영화를 상영해야 할까? 계절은 이미 너도나도 나들이 갈만큼 포근하고 따뜻한 봄이 한창이지만, 영화산업은 여전히 살을 에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 한겨울에 머물고 있다.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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