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현재 유일한 지상파 정통 요리 프로그램인 EBS '최고의 요리비결'. 2000년 10월 첫 방송 이후 올해로 16년째 진행 중인 장수 프로그램으로 현재 2,830여 편을 방송했다. 이종임, 이혜정 요리연구가를 비롯해 130여 명의 유명 요리사들이 프로그램을 거쳐 갔다.

'최고의 요리비결'은 최근 4년 동안 윤형빈을 비롯해 박수홍, 명세빈, 김지호, 정지영, 김혜영 등 유명 연예인과 방송인들이 사회를 맡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올해 EBS 봄 개편을 맞아 '제국의 아이들' 광희가 윤형빈의 뒤를 이어 MC를 맡았다.

제작진은 "유쾌한 광희가 오면서 아침이 좀 더 활기차진 것 같다. 재치 있는 말솜씨로 요리정보와 재미 둘 다 잡고 시청자들에게 귀에 쏙쏙 들어오는 알짜배기 요리 정보들을 더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광희의 선택 이유를 전했다.

아이돌에서 요리돌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광희가 26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EBS 방송제작센터 제2스튜디오에서 '최고의 요리비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최고의 요리비결' MC 광희와 김규옥 PD가 참석했다. 그의 톡톡 튀는 참여 계기와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등을 들어봤다.

   
▲ EBS '최고의 요리비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규옥 PD(왼쪽)과 MC 광희 (오른쪽)

'최고의 요리비결' MC를 하게 된 소감을 듣고 싶다.
ㄴ 광희 : 이 프로그램 말고 요리 프로그램 '올리브쇼 2014'를 한 적이 있었다.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닌데, 막연히 스케쥴로 하게 됐다. 1년 정도 하다 보니 요리 만드는 과정이 재밌어지고 매력을 느끼게 됐다. 전문적으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가수와 예능을 하다 보니 힘들었다. 요리 프로그램을 그 후 할 일이 없었는데, 이곳에서 연락이 왔었다. 전문가분들이 오셔서 전문적인 요리를 배우게 됐다. 요리도 웬만큼 할 수 있어서 옛날엔 조미료나 설탕, 소금을 많이 넣었는데, 요즘은 간단한 재료와 멸치, 다시다로 국물을 내는 웰빙으로 바뀌고 있다. 알면 알수록 매력 넘치는 분야가 요리인 것 같다.

요즘 요리 연습을 많이 해서 제작진이 놀랐다는 말이 있었다.
ㄴ 광희 : 전통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MC의 자질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본다. 첫 회 칼질을 막연하게 했었는데 엉망으로 해 시청자 게시판이 난리가 났었다. 그래서 조리도구를 쓰는 방법도 처음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선생님들 보조하는 방법, 재료 사용법을 빠삭하게 알아야 하기 때문에, 1주일 동안 여러 방송하는데 이 방송 촬영 전날만큼은 모든 것들이 예민해지고 긴장된다.

PD 입장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광희의 요리가 늘었는지 평가해달라.
ㄴ 김규옥 PD : 요리 실력은…. (웃음) 광희 씨가 직접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고 시청자가 궁금한 점을 캐치해서 물어보는 역할이다. 아무튼, 칼질은 앞으로 노력해주실 거라 본다.

광희 : 처음 녹화했을 땐 방송이라고만 생각했다. 요리도 녹화의 진행 순서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국물을 만들기 위해 다시마, 멸치를 집어넣을 때 처음엔 단순히 순서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맛이 나는지 궁금하고, 왜 넣는지도 궁금해서 질문을 하게 된다. 이런 점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또 이게 매일 하는 방송이다 보니 하루에 다섯 편을 찍는다. 그래서 가만히 서 있는 것보단 뭔가를 알아갈 수밖에 없다.

촬영 중 기억이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ㄴ 광희 : 봄철이다 보니 봄나물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다 똑같은 재료가 들어간다. 봄나물이 다 상큼한 맛인데 음식 맛을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표현을 제대로 못 하면, 진행자가 표현하는 게 너무 서툴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런 점이 어렵다. '맛있다'와 '고소하다' 이런 것을 말하는 데 표현에 고민이 많다. 작가님과 PD님은 느껴진 대로 말해달라고 하는데 맛있다가 전부다. (웃음) 여기에 EBS다 보니 단어선택이 어려운 것 같아서 앞으로도 고민인 것 같다.

   
 

주부층 시청자가 많은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광희를 섭외한 것에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ㄴ 김규옥 PD : 주 시청자층이 아무래도 주부 이상이신 분들이 많으므로, 개편할 때 고민이 됐었다. 광희 씨를 섭외한 이유는 현재까지 '최고의 요리비결'에서 차분하게 진행했던 기조와 별개로 아침 방송에 어울리는 발랄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보여주고자 섭외하게 됐다. 물론 광희 씨의 평소 이미지가 워낙 발랄하다 보니 어려워하시고 있는 시청자가 계시긴 하다. 광희 씨도 지금 약간의 톤 조절을 하고 있고, 재미와 요리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고민 중이기 때문에 균형을 맞춰서 제작할 것으로 보인다.

광희 : 저도 많이 생각한 질문이었다. '올리브쇼' 게시판에 저를 돌려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최고의 요리비결'에 왔기 때문에 여기서 열심히 해야 한다. 요리 프로그램에 와서 좋아했는데 EBS라서 걱정이 들었다. 약간 정적인 분위기여서 제가 들 자리가 맞나 싶었다. 첫 녹화 땐 감이 없었다. 그래서 윤형빈 선배님, 박수홍 선배님 방송을 보니 차분하게 하셔서 걱정이 없었다. 그래서 가라앉은 상황에서 발랄하게 했었다.

'최고의 요리비결' 시청자 의견을 쓰기 위해선 홈페이지를 찾아서 로그인까지 해야 할 정도로 정성이 대단한 데, "자신이 애 둘이 있는 엄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글부터 "50대인데 방송을 못 보겠다. 방정맞다"는 글도 봤다. 한편으론 아침에 예능을 보는 것 같아서 좋았다는 반응도 조금씩 들어왔다.

지금 봄이다 보니 작가분들이 오프닝을 발랄하게 쓰시는 데 좋은 반응도 꽤 있어서 기분이 좋다. "이 정도 오프닝 멘트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을 했는데, PD님이 10년 넘게 하셔서 이 정도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신다. 톤 조절도 정갈하게 하려고 한다. 예능처럼 오시는 분들도 무작정 터치하기도 했었는데, 이젠 적당한 수위 조절도 하고 있다. 제 방송이 거북하다고 여기시는 분들을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예능에선 댓글 반응은 안 보는데 여기선 방해가 될지도 몰라서 확인한다.

김규옥 PD : 실제로 시청자 게시판 하나하나 읽으시면서, 앞으로 이렇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종종 하신다.

처음 시작할 때 주변 조언이 있었을 것 같다.
ㄴ 광희 : 냉정하게 아이돌 가수이고 보니 EBS 요리 프로그램을 볼 거라곤 생각을 하지 못했다. 형빈이 형이 하는 것만 알았지, 쭉 보진 않았었다. 그런데 SBS '인기가요'와 예능 프로그램 작가분들 심지어 (강)호동이 형까지 재밌게 봤다고 했다. 여기에 특히 주부 여배우분들도 잘 보고 몇몇 아이돌 분들도 잘 보고 있다고 했다. '무한도전'에서도 언급이 될 정도로 파급 효과가 좋다. (웃음) EBS 전통 있는 프로그램인데 오길 잘했다.

   
 

지금 제일 잘하는 요리가 무엇인지?
ㄴ 광희 : 요즘은 된장찌개, 고추장찌개, 김치찌개에 대한 노하우가 생겼다. 기본적인 인스턴트 라면에서 기본적인 나물무침도 잘하게 됐다. 간장, 소금, 설탕, 참기름 이 정도면 끝이어서 어렵지 않다.

못 먹는 음식은 무엇인지? 그런 음식이 방송에 나온다면 어떻게 할건지? 

ㄴ 광희 : 아직까진 못 먹는 음식이 나오지 않았다. 굴이 살짝 어렵다. 생으로 먹는 건데, 아직 방송에 안 나왔다. 나온다면 대본에 나온 리액션 밖에 할 수 없다. 대중적인 입맛으로 이야기해야 하는데, 저한텐 어려워서 고소하다는 것을 베이스로 표현해야 할 것 같다. 어려운 음식이라고 표현하지, "못 먹겠다"고 하면 편집하실 것이다. (웃음)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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