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한국 창작 뮤지컬 대홍수, 당신의 선택은?'

바야흐로 창작 뮤지컬 시대다. 라이선스 뮤지컬보다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한국 창작 뮤지컬이 무섭도록 성장했다. 2014년 열린 제8회 더 뮤지컬어워즈에선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올해의 뮤지컬을 포함해 9관왕에 올랐고, 올해 벌써 20편 여의 창작 뮤지컬이 무대에 올랐다. '그날들', '아가사' 등 외국인을 찾아볼 수 있는 공연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엔 뮤지컬 '살리에르'가 일본에서 최초로 뮤지컬 상영회를 개최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렇듯 탄탄한 창작 뮤지컬 대홍수 속에 관객들은 무엇을 봐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질 듯하다. 각자 취향에 맞는, 퀄리티 높은 창작뮤지컬을 찾고 싶다면 이 기사를 주목해보길.

▶ 뱀파이어의 치명적 유혹, '마마, 돈크라이'

 
언급할 작품 중 유일하게 재공연인 작품이다. 올해가 삼연인 '마마, 돈크라이'는 2015년 가장 기대되는 창작 뮤지컬로 꼽힐 만큼 이미 마니아층을 확보한 작품이다. 이미 보증된 작품이란 장점이 있지만, 자칫 심리적인 진입 장벽이 높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극은 단 두 명의 배우가 이끌어간다. 천재지만 지질한 프로페서V와 매혹적인 드라큘라. 포스터 속 분위기와는 다르게 내용은 그다지 어둡지 않다. 하지만 관객이 해석하기에 따라 극의 내용을 다르게 생각할 수 있어서 마냥 가볍기만 한 작품은 아니다.

'마마, 돈크라이'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치명적인 드라큘라 백작이다. 검은 수트를 입고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읊조리는 백작의 모습에 넘어가지 않을 여성 관객이 있을까. 백작의 우아한 손짓에 자기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게 될 것이다. 프로페서V가 땀에 흠뻑 젖어가며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모습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1줄 평 :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뱀파이어의 매력을 알고 싶다면 강력히 추천한다. 단, 연인이 함께 보는 것은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닐 듯하다.

▶ 감동과 웃음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로기수'

 

'로기수'는 탭을 전면에 내세운, 뮤지컬로서 굉장히 독특한 시도를 한 작품이다. 노래, 춤, 연기가 어우러지는 뮤지컬에 탭까지 더한 '로기수'는 관객에서 볼거리, 들을 거리를 무한 제공한다. 참신한 작품을 찾고 있는 관객에게 더할 나위 없다.

극은 17세 북한군 포로 소년 '로기수'의 꿈을 다룬다. 전쟁으로 인해 부모님을 잃은 로기수는 미국을 혐오하지만 포로수용소에서 우연히 접한 미국 춤 탭댄스에 빠져든다. 탭에 빠져들수록 현실은 그에게 손가락질한다. 관객은 전쟁의 극한 대립 속에 꿈과 현실 중 어떤 길을 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로기수'와 함께 고민하고, 아파할 것이다.

다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추구하는 작품들이 그러하듯 '로기수'는 다소 뻔하다. 휴머니티를 그려내기 위한 설정이 있고 그를 강조하기 위해 과장된 장면들도 있다. 뮤지컬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이미 여러 번 활용된 감정 자극 요소는 관객에 따라 재미가 반감될 수도 있다.

한편, 뮤지컬엔 인터미션이 존재한다. 긴 극을 이끌어가는 배우와 가만히 앉아서 공연을 보는 관객 모두에게 주는 휴식 시간이다. 여타 공연들과 달리 '로기수'에서의 인터미션은 단순하지 않다. 1막 종료 후 무대는 야시장으로 변한다. 사전에 선착순으로 배부된 번호표를 가진 관객을 대상으로 철조망 건너편의 포로가 가져온 물건을 판매하는 모습은 공연 외에 또 다른 볼거리다.

1줄 평 : '로기수'의 압권은 1막의 마지막 장면. 놀라움과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으므로 꼭 한 번 경험해보길.

▶ 환상인 듯 현실인 듯, 뮤지컬 '쓰루더도어'

 

'쓰루더도어'는 영국과 미국에서 활동 중인 신진 아티스트와 한국의 크리에이티브 팀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단 독특한 이력을 가진 작품이다. 해외에서 리딩 공연 후 세계 최초로 서울에서 공연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남편의 무관심, 잘 쓰이지 않는 소설. 주인공 '샬롯'은 힘들기만 한 현실에서 우연히 다용도실 문을 열고 환상 세계로 가게 된다. 그곳에는 여자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멋있는 왕자님이 기다리고 있다. 잘생기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왕자가 자신을 좋아한다니. 작품은 동화 속에나 있을법한 이야기가 아기자기하게 펼쳐지다가도 불현듯 현실을 일깨운다.

'쓰루더도어'는 발랄하다. 세 작품 중 가장 밝은 분위기를 띄고 있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문제도 건드림으로써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극은 단순히 공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나의 삶과 직접 연관된, 현실과 가까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 '쓰루더도어'만의 강점이다.

하지만 자칫 '암 유발' 작품이 될 수도 있다. 남편이 있음에도 환상 세계 속 왕자와 사랑에 빠지고, 승진이 걸린 미팅 자리에 나타나지 않아 남편을 곤란하게 만드는 샬롯. 아내보다 일이 우선인 워커홀릭 레니. 각 캐릭터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는 만큼 그 반대의 관점에서는 상대가 답답하기 그지없다.

1줄 평 : 세 주인공 중 한 명에게는 감정이입을 하게 돼 있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어느새 극에 몰입하고 있는 당신을 발견할 것이다.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