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정혜민 기자]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은 독일의 대표적인 예술가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의 작품세계에 헌정하는 새로운 전시를 12일 공개한다.

이번 전시는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의 컬렉션 소장품을 에스파스 루이 비통 도쿄, 베네치아, 뮌헨, 베이징, 서울, 오사카에 소개하는 '미술관 벽 너머(Hors-les-murs)'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개최된다. 이는 소장품에 대한 국제적인 접근성을 높여 더 많은 대중에게 작품 관람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재단의 목표를 반영한다.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1960년대 초기부터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역설적인 예술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그의 초기작은 주로 신문 또는 가족 앨범에서 찾은 흑백 사진을 확대하여 회색조로 채색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리히터는 이내 전통 장르로서의 구상 회화에서 벗어나 사진 속 대상을 흐릿하게 묘사하는 작업으로 사진 매체와는 확연히 다른, 회화를 통한 실재 세계를 완성했다. 그는 예술 매체가 현실을 진실되게 반영하거나 표현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결국 예술은 우리 눈에 보이는 부분적이고 불완전하며 덜 객관적인 가시적 세계를 표상하는 것이라 믿었다.

추상 표현주의, 팝아트, 미니멀리즘과 개념 미술을 비롯한 20세기 후반의 미술 운동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이러한 사조를 결코 전적으로 따르지 않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주요 예술적 철학적 이데올로기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이러한 관점은 사진을 바탕으로 한 초상화, 풍경화, 정물화부터 제스처 회화와 모노크롬 추상화, '색채 견본집' 연작에 이르기까지, 우연과 즉흥성, 사실주의와 추상을 주요 테마로 다룬 리히터의 작품 다수에서 뚜렷하게 볼 수 있다. 

4900가지 색채는 정사각형 컬러 패널 196개를 여러 사이즈의 작은 격자판으로 조합한 작업부터 하나의 대형 패널로 완성한 작업까지 11가지 버전으로 구성된다. 서로 다른 버전의 작품 간 상하 관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상호 간섭이나 결정적인 영향 없이 동일한 가치를 가진다. 각각의 버전은 다채로운 색상 스펙트럼의 차이를 담아내 작품을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방식을 제안한다.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은 이번 전시를 통해 4900가지 색채의 아홉 번째 버전 Version IX(2007)을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한다.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에 소장된 이 작품은 리히터가 끊임없이 추구했던 주관성을 탈피한 궁극의 회화를 함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사진=Louis Vuitton Kore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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