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총격, 증오범죄일까 성 중독 문제일까

연쇄 총격 사건의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사진=크리스프 카운티 보안관실 제공
연쇄 총격 사건의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사진=크리스프 카운티 보안관실 제공

[문화뉴스 경민경 기자]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이 증오범죄이냐 아니냐가 쟁점이 됐다.

지난 16일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연쇄 총격 사건이 발생해 한인 4명을 포함한 8명이 숨을 거뒀다. 

이날 오후 5시경 애틀랜타 근교 체로키 카운티에 있는 마사지숍 '영스(Young's) 아시안 마사지 팔러'에서 총격이 발생해 4명이 숨졌고, 이어서 5시 50분경 애틀랜타 북부 피드먼트로에 있는 '골드 마사지 스파'와 '아로마세러피 스파'에서 연쇄 총격 사건이 일어나 4명이 숨졌다.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은 이날 오후 8시 30분 남쪽으로 240㎞ 떨어진 크리스프 카운티에서 체포됐고, 살인·상해 혐의로 기소됐다. 

아시아인에 대한 반감이 커져 '증오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애틀랜타 총격 사건도 증오범죄냐 아니냐가 쟁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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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하고 있는 아시아계에 대한 반감...이번 사건도 증오범죄일까

특히 희생자 다수가 아시아계인 점, 범행 장소 3곳 모두 아시아계 종업원이 많은 마사지숍과 스파업체라는 점에서 증오범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도날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부터 증오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증오범죄 통계에 따르면 '인종·민족·혈통' 관련 편견이 동기인 증오범죄는 2016년 3천489건, 2017년 4천131건, 2018년 4천47건, 2019년 3천963건 등 4년간 연평균 3천900여건에 달한다. 반(反)아시아계 증오범죄는 2016년 113건에서 2019년 158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의 대유행 이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인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졌다. 도날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로 부르기도 했고, 그를 추종하는 국수주의자, 백인 우월주의자들뿐만 아니라 미국 시민들 사이에서 중국에 대한 반감은 커졌다. 

이에 따라 이번 애틀란트 총격 사건이 증오범죄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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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증오범죄 아니라고 주장

애틀랜타 현지 방송 WSB는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이 이번 사건은 증오 범죄가 아니라 자신의 성적인 욕망과 관련된 문제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WSB는 롱이 여성 종업원들이 일하는 마사지 업체가 자신의 성적인 욕망의 배출 수단이 됐다면서, 마사지 업체를 없애버리기를 원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CNN이 보도한 인터뷰 내용도 성 중독이 범행 동기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CNN은 롱과 재활시설 생활을 함께했다는 타일러 베일리스를 인터뷰했다. 타일러 베일리스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한 재활시설에서 롱과 함께 생활했다고 밝히며 롱이 자신의 성 중독 문제로 괴로워했음을 밝혔다. 아울러 롱의 재활센터 룸메이트로 지냈다고 주장한 익명의 남성은 롱이 인종과 관련해 이야기하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애틀랜타 경찰 당국은 총격 사건 관련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건이 증오범죄인지 판단하기 이르다며 용의자가 성 중독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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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회 "명백한 증오범죄"

범행 동기로 성중독 문제를 거론하는 보도가 등장하자 LA 한인회는 명백한 증오범죄라며 강력한 반발에 나섰다. 

한인회는 17일 성명서를 통해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기간 미국 전 지역에서 발생한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임이 명백하다"라고 주장하며 "애틀랜타 해당 지역 경찰, 미국 연방수사국(FBI) 등 관계 기관이 증오범죄로 수사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증오범죄 가능성이 매우 큰데도 이번 사건을 보도하는 미국 미디어들이 (경찰 발표를 인용해) 용의자가 성 중독 가능성이 있다고 전해 증오범죄 가능성을 애써 감추는 행태를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미국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범죄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더욱 심각해졌다. 아시아계 이민자를 위한 이익단체인 AAPI에 접수된 증오범죄 피해 사례만 해도 작년 3월 이후 3천800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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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범죄 규탄 발언 속속 등장

이번 사건에 미국 저명인사들은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계인 매릴린 스트리클런드 하원의원은 범행 동기에 성 중독 문제를 가져와서는 안된다고 말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아시아계에 대한 폭력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중단돼야 할 것을 주장했다.

이 외에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딸 버니스 킹 목사, 힐러리 클린턴, 한국계 코미디언 마거릿 조 등도 증오범죄에 대해 규탄하며 미국 내 증오범죄가 심각한 상황임을 확인시켰다.

증오범죄인지 성 중독 문제인지 아직까지 분명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하지만 미국 내 아시아계에 대한 폭력 문제가 심각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차별과 증오는 멈추고 전 세계적인 연대를 이루어야 한다. 증오범죄에 대한 문제를 정확히 짚고 이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 다방면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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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총격 사건 "증오범죄" vs "성 중독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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