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이얼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던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7번  

 

글: 여홍일(음악칼럼니스트)

모처럼 서울시향 연주에서 신선감이 팽배했던 연주였다. 국소성 이긴장증 이란 증세 때문에 첼로 연주자에서 지휘로 전향해 경쾌하게 나비 짓 하듯 국내 무대에 데뷔한 지휘자 이얼의 신선감도 그렇고,

5개의 짧은 악장으로 연결된 모자이크 같은 구조를 선사한 피아니스트 신창용의 서울시향과의 데뷔무대,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하면 제9번 ‘신세계로부터(From the new world)’를 관객이 통상 떠올리는데 자신의 장기라는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7번으로 지휘자 이얼의 본 참모습을 볼 수 있었던 지휘의 감흥이 아직도 내 시야에 어른거린다.

서울시향 하면 내게는 KBS교향악단의 투박함 대신 섬세한 연주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런 이미지가 연상된다. 이번 2021 서울시향 프로코피예프와 드보르자크의 선곡도 이런 서울시향의 연주 특색을 여실히 잘 드러낼 수 있는 섬세함의 선곡들이었다는 점에서 서울시향의 연주를 항상 찾는 서울시향 마니아들을 충분히 매료시킬 만했다.

 

깊은 매력 함축한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의 2악장, 서울시향 연주력 발현

일본계 독일인 여류 지휘자 에리나 야시마가 지휘한 지난 9월 30일 목요일 저녁 8시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의 오페라 마술피리 서곡, 클라리네티스트 김한과의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과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 벨라 버르토크의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디베르티멘토 연주 역시 관객들에게 풍성함을 안겨주었던 연주회로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

 

 2021 서울시향 프로코피예프와 드보르자크의 연주회 모습/사진=서울시향 제공
2021 서울시향 프로코피예프와 드보르자크의 연주회 모습/사진=서울시향 제공

 

이번 2021 서울시향 프로코피예프와 드보르자크의 연주는 깊은 매력을 함축한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7번의 2악장, 코플런드 특유의 미국적 사운드가 펼쳐지던 ‘애팔래치아의 봄’, 협주곡의 전형적 형식인 3악장을 흐트러뜨리며 5개의 짧은 악장으로 연결된 독특한 구조의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제5번에 대한 신창용의 데뷔 부담에도 걱정없이 즐기는 듯한 산뜻한 해석을 들을 수 있는 등 서울시향 연주에 관한 관심과 애정을 다시 불을 지피게 한 점에서 연주 내내 예전의 내가 썼던 서울시향 연주회들에 대한 공연리뷰들이 뇌리에 맴돌았다. 

내 개인적으로 본격 서울시향 연주에 관심을 두고 서울시향 연주에 대한 공연리뷰를 쓰기 시작한 것은 2013년 1월 초 무렵이다. 이때는 서울시향 연주 기량이 절정기라고 회자하는 시기였는데 서울시향의 회원카페인 SPO Friends의 콘서트 후기 코너에 실린 내 공연 리뷰들도 2013년과 2014년에 집중돼 있다.

 

“카를 닐센의 바이올린 협주곡에서도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다시 힘과 활력 넘치고 신선한 대면 연주 들려줄 것으로 기대.”

서울시향은 이달 말 10월 28일과 29일 상임지휘자 오스모 벤스케 지휘로 신동훈의 ‘쥐와 인간의’ 아시아 초연, 카를 닐센의 바이올린 협주곡,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5번으로 관객들에게 다시 돌아온다. 

지난해 11월 20일에 있었던 서울시향 연주의 인상을 여기서 다시 적어보자면 “유럽의 콘서트홀에서나 연주될 법한 연주를 들려주던 지난 20일의 첫 연주곡,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제1번 ‘고전적(Classicial)'에서의 청량감, 펜데믹 시대에 거리두기의 시행 속에서 거의 절반에 불과한 객석이 채워지지만,

서울 무대에선 최고 수준의 연주로 꼽을 만한 피아니스트 임주희와의 협연 트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 안단테(Andante)에서의 듣는 이의 가슴 깊은 곳을 적셔오는 아름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연주,

마치 흥미진진한 다음 장면을 청중에게 계속 고대케 하는 잔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제3번 연주를 통해 서울시향이 다시 월드클래스를 향하여! 라는 옛 전성기 시절의 연주를 보는 것처럼 필자에게 느껴졌다”는 느낌을 2021 서울시향 프로코피예프와 드보르자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 외부 기고 및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