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은 할 것
시즌단원제 개편을 통해 더 많은 기회 제공
영·유아극 연구, 온라인 OTT 플랫폼 등 끊임없는 시도

지난 11월 취임 1주년을 맞는 국립극단 김광보 예술감독
지난 11월 취임 1주년을 맞는 국립극단 김광보 예술감독

 

[문화뉴스 김창일 기자] 국립극단 김광보 예술감독이 올해 초 국립극단 운영방안 및 공연계획 온라인 기자간담회 시 ‘연극의 가치는 누구나 평등하게 향유해야 한다’, ‘국립극단은 오늘의 새로운 담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연극을 제작해야 한다’의 두 가치를 제시했고, 이를 이루기 위해 ‘공공성 강화’, ‘다양성의 존중 및 표현의 자유 보장’, ‘적극적인 기후 행동’ 등의 운영기조를 제시했다. 

국립극단은 시즌단원제 개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온라인 극장' 등을 개관하며 변신을 꽤하고 있다. 김광보 예술감독을 만나 기자간담회 시 밝힌 국립극단 운영방안이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취임 간담회 시 "성별, 장애, 나이, 사회적 불평등에 관계 없이 누구나 향유하는 연극이 되게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말씀하신 바가 어떻게 실현되고 있나요?

‘국립극단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의도로 말씀드린 것입니다. 국립극단이라고 하면, 거리적으로 멀어 보일 수 있습니다. 선입견을 없애고 젊은 창작진들, 소외 받는 장애인들이 국립극단에서 작업할 수 있는 환경, 공연을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말씀드렸습니다.

아마 절반 정도는 수행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올해 국립극단의 주제가 ‘장애와 예술’입니다. 창작공간에서 ‘장애와 예술’의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3명의 연출가가 중간과정 발표회를 했습니다. 장애인도 출연하고 장애인이 보러 올 수도 있습니다.

 

로드킬 인 더 씨어터 (사진=국립극단 제공)
로드킬 인 더 씨어터 (사진=국립극단 제공)

 

중요한 것은 장애인이 작업에 참여하는 환경이고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명동예술극장에서 ‘로드킬 인 더 씨어터’ 공연을 했는데, 수어통역, 음성해설, 한글자막 등이 있는 베리어프리 공연이었습니다. 

 

후배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은 할 것

 

창작공연을 만들고 작품이 올라갑니다. 연극 후배들이죠. 아마 제 다음다음 세대들일 것 같습니다. ‘이제 후배들에게 물려줘야 하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연극계의 층위가 촘촘하지 않고 듬성듬성하다고 해야 할까요? 중간을 메꿀 수 있는 연출가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오면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정의 소명 의식이 있습니다. 반드시 해야 할 것들이 있죠. 

 

작품추천자문위원회에서 추천을 받아 작품을 올리신다고 하셨습니다. 올해 작품추천자문위원회에서 추천한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요? 

작년 11월 10일에 단장 겸 예술감독을 맡았습니다. 올해 라인업 대부분은 다 돼 있었습니다. 제가 한 건, ‘SWEAT 스웨트:땀, 힘겨운 노동’, ‘로드킬 인 더 씨어터’,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 원: 밀레니엄이 다가온다’ 등이며, 작품추천자문위원회에서 추천받은 작품은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 원: 밀레니엄이 다가온다’입니다. 

작품추천자문위원회는 평론가, 교수 등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1차적으로 작품을 검증하는 과정이고, 검증한 작품 중에서 결정하게 됩니다. 

 

시즌단원제 개편을 통해 더 많은 기회 제공

 

시즌단원제 개편을 통해 후배들에게 기회를 넓힌 김광보 예술감독
시즌단원제 개편을 통해 후배들에게 기회를 넓힌 김광보 예술감독

 

나이 제한 폐지, 활동기간 1년 등 새롭게 시즌단원제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이전에는 기간 2년, 1년에 3작품으로 시즌단원제를 운영했습니다. 나이도 상한, 하한이 있었죠. 배우에게 나이 제한이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서류심사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즌 단원을 미리 뽑아 놓으니까 ‘이 배우 써주세요’ 하게 됩니다. 연출가는 자기가 선호하는 배우와 작업을 하고 싶어합니다. 애로 사항이 생기죠. 

라인업을 빨리 결정하고 시즌단원을 모아서 연출자들이 자기 작품에 필요한 배우를 뽑게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연출가 두 사람에게 선택된 배우를 시즌단원으로 하자’고 했습니다. 그해 연출가가 시즌단원을 뽑게 돼서 자연스럽게 1년이 되는 것이며, 두 작품은 섭외가 된 것이죠. 다음 해에도 뽑힐 수 있고, 계속 시즌단원에 응할 수 있습니다. 

대신에 14명이었던 시즌단원을 22명으로 늘려 기회의 폭을 넓혔습니다. 

극단의 작품 중에는 오디션을 진행해 배우를 충원하고 계십니다.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작품 할 때마다 오디션을 합니다. 시즌제와는 다른 것이죠.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국립극단 내에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독립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시즌단원제를 할 수 없기에 작품당 오디션을 하고 있습니다.

 

영·유아극 연구, 온라인OTT 플랫폼 등 끊임없는 시도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소년이 그랬다' (사진=국립극단 제공)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소년이 그랬다' (사진=국립극단 제공)

 

연극팬이 많아지려면 어렸을 적부터 연극을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립극단은 창작공감을 통해 작가, 연출, 희곡 등을 구체화하고 있는데,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성과는 어떤가요? 

현재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에서 영·유아극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청소년에 머무르지 않고 영·유아극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아직은 모르고, 연구의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현장에 적용될 것인지도 미지수입니다.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청소년극 중 대표작품이 ‘소년이 그랬다’. ‘좋아하고 있어’ 등이 있습니다. 의외로 어린이청소년작품이 인기가 많고, 청소년보다 일반인이 더 많이 보고 있습니다. ‘더 나은 숲’도 일반 관객이 많았습니다. 어린이청소년극은 접근의 눈높이가 다르다 보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거 같습니다.

지난 11월 1일 국립극단 개관 71년 만에 연극영상 온라인 OTT 플랫폼인 온라인 극장을 개장했습니다. 온라인 공연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찬반이 당연히 있을 수 있습니다. 영상이 대면 공연에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객의 저변을 확대하는 장치죠. 

선순환구조가 되면 한 부분을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하다 보면 또 다른 방법이 생길 수 있죠. 우리만의 독창적인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가 중요합니다. 영상과 공연이 같다고 생각해서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고 봅니다. 영상과 공연은 ‘다르다’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관객과 호흡하기 위한 예술가와의 대화, 연극강좌, 백스테이지 투어 등은 연극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꼭 참가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스테이지 투어의 재개는 언제쯤 이뤄질까요?

백스테이지 투어는 코로나19가 종식돼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관객을 위한 서비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극단에서도 백스테이지 투어를 했고, 관객분들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연극이 어려운 것을 잘 알기에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연극이 어려운 것을 잘 알기에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연극인 후배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연극은 원래 힘들고 어려운 것이야’라는 말이 당연지사가 되면 안 되지만, 시장과 환경이 그럴 수밖에 없는 열악한 구조입니다. 발판을 마련하기 쉽지 않고 항시 어렵습니다. 

한국연극의 대부이신 임영웅 선생님께서 “연극이 안 어려웠던 적이 언제 있었냐? 연극은 항시 IMF야, 새삼스럽게 어렵다고 말하지마, 앞으로도 어려울 거야”라고 하셨습니다. 

연극 자체가 좋아 연극 하는 후배도 많습니다. 마음 아프고 안타깝습니다. 저 역시도 그랬고 어렵게 생활했습니다. 어려우면 ‘전직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그 생각을 전혀 못했습니다. 무슨 배짱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연극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힘내라’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국립극단은 2021년 '장애와 예술', 2022년 '기후와 환경', 2023년 '아트 앤 테크놀로지'라는 주제로 연출가와 극작가를 선정하고 있다. 내년 국립극단 라인업은 김광보 예술감독의 성향이 반영될 것이다. 연극계와 후배들을 위한 소명의식을 갖고 있는 김광보 예술감독의 라인업이 어떻게 펼쳐질지 벌써부터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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